盧 대통령 국방觀에 문제 있다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은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은 지금 환수되더라도 국가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한국군의 역량도 충분하다면서, “작통권이야말로 자주국방의 핵심이며,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꼭 갖춰야 될 국가의 기본요건”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편,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8일 주한미군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전시작통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열망을 확고히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언제라도 전시작통권을 한국군에 넘길 수 있다는 미국측의 기본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작통권 문제는,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전혀 한국측이 먼저 서두를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작통권에 대한 자주성 강조와 조기환수 주장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인가? 몇 가지 관점에서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노 대통령은 국방의 핵심은 ‘작통권’보다 ‘전쟁억제’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 작통권은 전쟁억제 실패 시, 군사작전의 효과적 수행을 위한 통제개념에 불과하다. 즉, 노 대통령은 작은 것을 얻기 위해 큰 것을 놓치는 우(愚)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노 대통령은 ‘전쟁수행’ 역량과 ‘전쟁억제’ 역량은 별개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 같다. 한국군의 정보·작전 등 ‘전쟁수행’ 역량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전쟁억제’ 역량도 그만큼 강화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북한의 핵, 화생무기,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감안해야 한다. 한반도 전쟁억제의 핵심기반은 한·미 연합억제 체제다. 작통권 환수로 이 연합억제 기능이 약화된다면 이는 국방의 핵심인 전쟁억제기반을 무너뜨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셋째, 한·미 양국군이 각각 별개의 독립적인 작전통제권을 갖는다 하더라도 전시에는 상호 작전협조와 통합운영을 위해 작전통제선의 단일화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전장(戰場)에서는 ‘두 명의 유능한 장수보다는 한 명의 무능한 장수가 더 낫다’라는 옛 격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 CFC 작전통제체제는 한·미 공동행사 체제다. 이를 군사주권 상실로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현 시점에서 최선의 국방정책은 전쟁억제가 보장되는 조건에서 ‘국방개혁 2020’의 적극 추진을 통해 노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한국군을 “세계 최고 수준의 군대”로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작통권 행사형태를 선택해도 늦지 않다. 국가안보를 확고히 하고 국민 모두를 안심시키는 국방이 최선의 국방이다. 노 대통령의 ‘작통권 환수론’이 군사적 판단보다 정치적 동기에서라면, 그 주장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 (konas) (출처:조선일보 8월14일자 시론)
박용옥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前 국방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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