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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市場약탈' 이후 열리는 美北회담

北 ‘평화’공세에 흔들리지 말고, 제재·대화 병행전략 견지돼야
Written by. 홍관희   입력 : 2009-12-06 오후 7: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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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북한정권이 전격 단행한 11.30 화폐개혁의 근본성격은 (i)시장을 통해 축적된 北주민들의 富에 대한 金正日 정권의 약탈 (ii)‘市場으로부터 金正日 정권으로’ 富의 재분배 시도 등으로 집약된다. 신권(新券)화폐로의 교환 한도를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강탈행위다.

더 나아가 화폐교환을 (대상에 따라)선별적으로 시행할 경우, 內部 권력재편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미 그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화폐개혁이 내부 파워게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富의 재분배가 권력투쟁으로 이어져 武力변란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북한과 같은 폐쇄적 병영체제에서도 경제적 富는 정치권력 형성에 긴요하다. 북한은 지금 오랫동안의 경제침체 끝에 계획경제의 핵심구조인 배급체제가 사실상 붕괴하고 있다. 암(暗)시장이 번창하면서, 배급 못 받는 주민들이 장마당에 나아가 스스로 生活苦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폐경제의 맹아(萌芽)가 싹트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시장(市場)은 프레드리히 폰 하이예크(Hayek)의 표현대로 온갖 억압 속에서도 끈질기게 피어나는 “자생적 질서(spontaneous order)”이다.

金정권은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자생적인 富의 축적이 유일수령독재체제를 크게 위협한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北화폐개혁은 市場과 주민들에 대한 선전포고인 셈이다. 그러나 金정권의 약탈행위는 北화폐와 정권에 대한 不信을 가중시켜 결국 체제몰락의 속도를 높일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반발과 사회혼란이 극심해지는 가운데, 中國人이 보유한 구(舊)화폐에 대해서는 교환을 허용해주고, 中위안화나 달러조차 사용을 금지시키고 있다는 보도다. 분노한 주민들의 저항과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北군대가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다는 러시아 日刊紙의 보도도 나왔다. 향후 북한 內部상황에 대한 정확한 情報획득과 情勢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상황 변화에 따라 「作計 5029」를 포함한 기존의 모든 대응전략을 체크하고 업데이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혼란의 와중에서 내일(8일) 스티븐 보즈워스 美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해 美北 양자회담을 갖는다. 訪北 목적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복귀이다.

북한은 보즈워스의 방북에 앞서 회담 어젠다를 ‘핵(核)’에서 ‘평화(平和)’로 전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친북 反국가단체인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5일 “‘평화’는 마땅히 외면할 수 없는 주제”라며, “조선반도의 평화보장을 위해 … 朝(北)美가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러한 시도의 표본이다. 「조선신보」는 2일에도 “北美 양자대화의 최대 현안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신문」도 지난달 23일 “조선반도에서의 ...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朝美(北美)간 평화보장 체계 수립”을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11월 10일 발생한 ‘대청해전’을 거론하면서 “이번 무장충돌 사건이 그(평화보장체계 수립의) 절박성을 입증해 준다”고 주장, NLL도발이 美北회담 의제(議題) 전환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비로소 드러냈다.

다행히 미국정부는 지난 11월 19일 힐러리 클린턴 美국무장관의 ‘평화협정’ 발언 파장을 희석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언 켈리 美국무부 대변인이 11월 23일과 12월 3일 연쇄적으로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평화협정 문제에 대해 북한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 이어, 캐슬린 스티븐즈(Kathleen Stephens) 주한美대사도 국방연구원(원장: 김구섭)이 12월 3일 주최한 「KIDA 국방포럼」에서 “평화협정 문제는 美北회담의 의제에 있지 않다(not on the table)”고 분명히 밝혔다.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장관도 2일 “美北 간 평화협정은 옳지 않다”면서, “6자회담 별도포럼에서 <南北+美中>이 (평화협정 문제를)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柳장관은 이어 “북한이 평화협정을 말하는 것은 시간을 벌어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차원에서 모처럼 한반도 안보정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엿보였다.

이렇게 볼 때, 이번 美北회담은 미국과 북한 간 <핵(核) 對 평화(平和)>의 어젠다 씨름으로 끝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차라리 미국이 급변하는 북한 내부정세를 고려하면서 북한과의 회담에 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北의 화폐개혁은 자본주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약탈행위다.

보즈워스 대표가 평양에 도착해 北인권과 시장약탈에 대해 한마디 언급하면 어떨까? ‘헬싱키 프로세스(Helsinki process)’에서 蘇인권에 대한 공개적 언급이 결국 공산체제 붕괴를 가져왔듯, 북한의 ‘인권(人權)’ 및 ‘시장(市場) 억압’에 대한 미국 측의 언급은 어떤 형태로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상기한 바와 같이, 북한은 지금 화폐개혁 이후 金일가의 ‘폭정(暴政)’과 ‘시장(市場)’에 의존하기 시작한 北주민들 간 일촉즉발의 대립관계가 형성돼 있다. 궁지에 몰린 金정권에 美北협상이 정당성과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돼선 안 될 것이다.

현재로선 핵포기를 목적으로 하는 美北회담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핵을 둘러싼 美北의 입장 차가 너무나 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1순위 과제로 꼽고 있지만, 북한은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고 ‘평화협정’ 논의에 올인하고 있다.

2002년 제임스 켈리 차관보와 2007년 6월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의 방북을 되돌아보면, 北과의 협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켈리가 솔직담백하다보니, 뜻밖에 북한의 ‘우라늄농축 核개발 자인(自認)’이란 결과를 얻어냈고, 공명심(功名心)에 치우쳤던 힐의 굴종적 대북태도는 이후 북핵협상을 근본적으로 왜곡시켜 부시정부로 하여금 얻는 것 없이 끌려만 다니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보즈워스의 對北협상 스타일은 어떤 것일까? ‘신중하다’는 평을 듣는 그가 오바마정부의 북핵원칙 (i)제재와 대화의 병행전략(two track approach) 지속 (ii)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경계 (iii)‘惡行에 보상(報償) 않는다’ 등을 견지해 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도 北정권의 ‘평화’ 공세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요구된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하는 기회를 맞아 金正日이 귀에 솔깃한 제의를 해올지 모른다. 그러나 現 시점에서 (i)6자회담 복귀를 통한 비핵화와 (ii)대북제재 지속 外 새로운 代案은 없어 보인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에 대비, 미리 대응책을 세워두는 것이 좋겠다.(konas)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장/ 재향군인회 안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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