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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무시한 ‘햇볕 관료’들

공공부문의 지적(知的), 도덕적, 문화적 자질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Written by. 류근일   입력 : 2014-04-15 오전 8: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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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찻잔 속 태풍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 당국자들의 도덕적 인간적 안목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며칠 전 있었던 어이없는 해프닝의 전말부터 다시 한 번 훑어보자.

 조선일보 4월 8일자 1면에 기사 한 편이 실렸다. 유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가 생기게 되었는데 우리 외교부가 그 한국유치를 기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피의 이유인즉, 그런 사무소를 한국에 유치할 경우 그것이 자칫 북한의 심기를 건드려 박근혜 대통령이 막 시동을 건 남북교류 노력에 누가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란 것이었다.

 이 기사를 보고 느낀 것은 분노, 걱정, 절망감이었다. 왜 분노하는가? 학살자와 피(被)학살자가 마주선 한반도에서 우리 당국자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학살하는 교형리(絞刑吏)의 눈치를 살펴, 학살당하는 동포들을 뒤로 밀쳤느냐 하는 데 대한 분노다. 명색이 자유 민주 인권의 나라 공무원들 아닌가? 그런 그들이 어떻게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북한인권 너무 떠들지 말라, 김정은 화나실라”라고 말할 수 있느냐 말이다. 양심인들의 피가 거꾸로 치솟을 일이다.

 한반도 제1의 이슈는 물론 평화의 문제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자 사이에 일정한 양보가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최고 이상(理想), 국가의 존재이유와 관련한 사항에서는 양보란 있을 수 없다. 북의 그것이 그들의 이른바 ‘최고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면, 우리의 그것은 자유 민주 인권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햇볕관료’는 북의 그것을 존중한답시고 우리의 그것을 깔아뭉개려 했다. 알아서 긴 것이다. 이들을 과연 자유국가의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가?

 왜 걱정하는가? 세월이 바뀌었어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참상을 아파하기보다 북한 권력자들의 환심을 사려는 관료들이 곳곳에 대못처럼 박혀 있구나 하는 데 대한 걱정이다. 특회 외교부, 통일부, 교육부, 문화부 같은, 국가의 노선을 결정하는 부처가 그런 왕년의 ‘역주행 공무원’들에게 계속 장악돼 있다면, 윗선이 아무리 무얼 새롭게 해보려 해도 그들이 사보타지 하는 한, 말짱 헛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부 통일부 관료들이 사보타지 하면 박근헤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은 자칫 ‘이미테이션 햇볕’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교육부 관료들이 사보타지 하면 고등학교 역사교과서의 편향을 바로잡을 길이 더욱 멀어진다. 문화부 관료들이 사보타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문화융성은 자칫 ‘박근혜 귀태(鬼胎)’ 운운한 패거리의 ‘더더욱 융성’으로 갈 우려가 있다. 그래서 걱정인 것이다.

 왜 절망감인가? 그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 엘리트층에 속한다 할 때, 그렇다면 우리 교육이 어디가 어떻게 됐기에 그들이 전체주의, 수용소체제,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화형(火刑), 탈북자 처형, 지하교회 학살...에 대해 그렇듯 무감각하고 냉담한 로봇처럼 반응한다는 것인지, 사실이라면 오늘의 우리 공공부문의 지적(知的), 도덕적, 문화적 자질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절망감인 것이다.

 조선일보 기사가 나오자 시민사회 단체들과 새누리당 국회의원 55명이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부의 처사를 지탄했다. 그러자 외교부는 서둘러 “사실이 아니다” “유엔 사무소를 유치하겠다”고 발뺌했다. 당국이 이처럼 말도 안 되는 난센스를 두고서 “그런 일 없었다‘고 덮어버린, 그 결말은 물론 다행이었다. 그러나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북한인권 같은 문명적인 이슈와 관련해 박근혜 시대의 관료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얼마나 투철한가가 의심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이는 ’자유, 번영‘을 통일 키워드로 삼은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를 얼마나 그 쪽으로 다잡고 있는지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전(前) 대통령은 대못을 뽑지 못해 차관 아래는 여전히 전 정권이었다. 그는 정권 바꾸기를 중도포기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측근실세 한 사람은 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못을 무슨 수로 뽑아요? 그 사람들 엄청 쎕니다” MB는 그래서 ‘청와대로 유배당한’ 대통령이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예컨대 외교부 관료가 북한인권을 우습게 여긴 것은 단순 해프닝이었나, 아니면 대통령과 따로 노는 관료의 존재를 의미했나? 후자일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 곁에는 반드시 ‘악역(惡役)’ 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지금 정부에서는 누가 그런 역할을 하나?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얼마나 다를지 지켜볼 일이다.(조갑제닷컴)

류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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