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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⑬〕하은, 경은이에게 배웁니다

Written by. 신하은   입력 : 2016-09-07 오전 9: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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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대학교를 휴학했지만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다. 경은이가 누구냐 구요? 경은이는 제가 복무하고 있는 경은학교를 제가 너무 좋아해서 마치 여자 친구처럼 다정하게 부르는 애칭입니다. 저는 경은학교에서 많은 경은이를 만났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경은이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 말을 들은 어떤 이는 “오, 요즘 사회복무요원 근무하면서 공부도 하니?”라 말하며 대체 복무를 이행 하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 모범 대학생이라 생각할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오 짜식, 학교에서 근무하는 야~? 편한 꿀 근무지네~”라 말한다. 그렇다 눈치 챘겠지만 나는 학교에서 근무 하는 사회복무요원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면 좋은 점이 예쁜 선생님들과 함께 화사하게 근무 하면서 예쁜 학생들과 오순도순 둘러 앉아 책보며, 바쁜 업무 속 가끔은 점심시간에 예쁜 학생들이 ‘쌤 멋있어요!’라며 사다준 달콤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한손에 든 채, 따사로운 햇살과 학생들의 밝은 웃음소리 가득한 교정을 천천히 거닐면서 내가 커피를 마시는 건지, 여유를 마시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행복함에 만족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 라고 인터넷에서 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의 근무지에 대입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경은학교에도 있는 예쁜 선생님들과 함께 비록 수업시간, 쉬는 시간 구분 없이 바쁘게 근무하면서 예쁜 학생들과 오순도순 둘러앉아, 책을 찢는 자폐성향을 가진 예쁜 학생의 손을 찢지 못하게 옆에서 꼭 잡아 준다. 그리곤 매일 바쁜 업무 속 가끔은 점심시간에 예쁜 부장선생님께서 “고생 이 참 많아~”라며 사다주신 달콤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한손에 들고 얼른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화장실에 가, 한 손으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아메리카노가 쓴 건지 너무 많이 싸 밉지만 귀여운 똥 기저귀가 쓴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기저귀가 발명된 것에 감사하는 나날을 보낼 수 있다.

 아, 이제 우스갯소리는 그만하고 정식으로 내가 근무하는 학교를 소개하겠다. 나는 경기도에 위치한 공립특수학교인 경은학교에서 근무한다. 2015년 1월,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치고 2월6일 경은학교로 배정받는 그 첫날을 잊지 못한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주인공들이 극 중 ‘호그와트마법학교’에 입학해 기숙사를 배정받는 장면이 나온다. 말을 하는 요상한 마법의 고깔모자를 쓰면 그 모자가 각 인물에게 어울리는 기숙사의 이름을 외친다. 주인공 해리는 모자를 쓰고 배치를 기다리면서 마음속으로 가고 싶은 기숙사를 계속 주문한다. 이윽고 마법 고깔모자는 말한다. “음......... 해리는……… 그리핀도르~!”(그리핀도르 : 마법기숙사의 한 종류)  그렇게 해리는 원하던 곳으로 간다.

 마치 영화 속 이 장면처럼 그날 지역 교육청에 사회복무요원들이 모여 기대감과 궁금함으로 각각 일선 학교로의 배치를 기다린다. 난 마음속으로 “경은학교만 아니면 돼”라 마법을 걸고 있었다. 경은학교는 경은초등학교도, 경은중학교도, 경은고등학교도 아닌 경은학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 · 고등학교, 그리고 성인 취업반인 전공과 과정까지 다 있는 종합학교인 경은학교는 우리 지역 관내 유일한 특수학교로서 전교생이 다 장애 학생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힘든 곳으로 소문나 다들 기피 대상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곳에 가야 하고 그리고 그 누군가가 바로 나다. 나는 그렇게 그날 경은학교로 가게 됐다. 첫날 내가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 즈음이었다. 학교를 여기저기 돌며 정신없이 인사를 하고 경은학교에서의 첫 점심을 먹기 위해 교내식당에 들어갔다.

 그 식당에서 난, 보통 학교 식당에서 잘 듣지 못하는 소리와 잘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마주했다. 편식이 하고 싶어 ‘으앙’하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먹기 싫은 고집을 표현하면서 ‘쨍’하고 식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소리, ‘쾅’하고 책상에 머리를 박는 폭력적 행동의 소리, 심한 섭식 장애로 음식물을 ‘퉤~’하고 뱉어내는 소리, 교출 행동으로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다다다’ 밖으로 달려 나가는 소리, 선생님들이 씹는 게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가위손’이 되어 반찬을 잘게 자르는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 이 광경들을 보며 놀라 내가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있을 때 쯤 선임이 다가와 내 귀에 속삭였다.

 “오늘은 점심 식사 지원 배정을 안 받아서 혼자 먹지만... 내일부턴 다 네가 먹여주고, 지원해 줘야 할 아이들이야 잘 봐둬.. 나는 그날 집에 와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근무지 옮기는 법’을 검색 해봤다. 그렇게 마주한 경은학교에서 2월 동안 매일 새롭고 놀라운 광경들을 보고 듣고 선임들과 선생님들에게 배우며 경은학교에 대해 점점 알아갔다.

 그리고 다가온 3월, 3월은 아이들도 설레고 나도 설레고 모두가 설레는 새 학기다. 나도 학생지원 일과표를 받아 본격 나의 경은학교 복무가 시작되었다. 나의 하루는 무겁게 시작된다. 나는 아침 통학버스에서 걷지 못하는 아이들을 들어서 내려 휠체어에 태워 교실로 데려다 준다. 아이들을 들 때 무거워서 힘들다. 그리고 하교할 때 역시 버스로 태워주는 일을 반복한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을 도와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주로 학생들이 심한 자폐증, 지적장애, 뇌병변, 과잉행동장애 등 증상도 제각각 심하다 보니 때로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이해 할 수 없는 표현들과 폭력적인 행동들을 받아주다 보면 내 정신도 없고, 선생님께서 진도 나갈 시간도 없다.

 그럴 때면 특수학교는 보육기관인지 교육기관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쉬는 시간에는 학생들의 신변처리를 한다. 신변처리는 학생들이 대소변 실수를 할 때 옷을 갈아입히고 씻기는 일이다. 나는 이일이 유독 힘들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고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그리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그 적나라한 더러움이 나를 힘들게 했다.

 또 점심시간에는 손이 아플 정도로 잘게 여러 번 가위질을 하며, 안 먹는 아이, 못 먹는 아이를 일일이 먹여주면서 동시에 내 밥도 먹어야 해 바쁘고, 또 내가 나쁜 편식 습관을 고치기 위해 골고루 먹이는 씨름을 하는 것이 골고루 건강한 똥을 싸버리는 나의 신변처리 업무로 이어져 버리니 먹이기 싫은 나쁜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나는 그날 집에 와 오랜만에 심각한 표정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근무지 옮기는 법’을 또 검색해 봤다. 그 해 3월에 만난 경은은 바쁘고 여전히 적응이 잘 안되는 3월의 첫 번째 경은이었다. 그렇게 가장 바쁜 3월, 그 3월의 어느 날 나는 내생에 가장 아픈 순간을 맞이하게 됐다. 정확히는 3월16일, 그날 나의 아버지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새로운 경은을 만난 지 이제 갓 2주가 지났을 때였다. 그리고 그렇게 그 가장 아픈 때에 내 곁에 다가온 두 번째 경은을 잊을 수 없다.

 사회생활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한 외동아들 상주의 작은 장례식장에 경은학교 선생님들이 따뜻한 위로를 많이 채워주셨다. 아직 훈련소 빡빡머리 스타일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 이제 갓 경은학교에서 근무하기 시작한지 한 달 좀 넘은, 쉽게 말해 아직 그리 친해지지도 (?) 않은 사회복무요원의 슬픔에 정말 많은 경은학교 교직원 선생님들이 위로를 보내주셨다. 심지어 교장선생님까지… 그렇게 많은 경은의 선생님들이 왔다 가시고, 어머니께서 하신 말이 내 가슴속 깊게 와 닿는다.

 “장애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 그런지 어찌 그렇게 마음씨들 이 고울까.. 가장 졸병을 이렇게 챙겨주시다니….” 그렇게 3월, 나에게 힘들고 적응 안 되는 업무로 다가온 경은과 선생님의 따뜻한 사랑의 위로라는 두 개의 경은이 다가왔다. ‘나는 그저 말단 졸병 사회복무요원인데.. 경은학교를 피하고 싶었던 사회복무요원인데..’ 내가 경은을 생각했던 것에 비해 경은이 나에게 보여준 그 과분한 정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날 나는 경은학교 선생님들이 채워주고 간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배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경은을 사랑하자’

 선생님들의 마음을 느끼니, 경은의 멋진 선생님들이 보였다. 그동안 내 주어진 업무만 보느라 미처 보지 못했었다. 사랑스러운 제자인 장애학생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니 나에게 보여주었던 그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를 따뜻하게 챙기며, 사회복무요원들을 아들처럼 동생처럼 챙겨주시고, 제자들을 위해 교재와 교구를 연구하고, 수업을 고민하고, 바르게 가르치고, 옳은 길로 이끌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나는 처음에 장애 학생들을 그저 내 업무의 대상으로, 동정과 연민의 편견의 눈으로 봤다. 부족하고 그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생각했다. 못 걸으니까 같이 안가도 되고, 못 먹으니까 덜먹어도 되고, 말로 표현을 못하니까 소통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달랐다. 못 걸으니까 걷는 법을 함께 천천히 걸으며 가르쳐 주고, 못 먹으니까 더 잘게 잘라주고 말로 표현을 못하니까 손짓, 몸짓으로 소통했다. 그런 선생님들을 보고 나니 이제 나도 내 가까이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비록 나는 특수교육을 전공하지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어렴풋이 경은 선생님들이 보여주는 그 참된 진심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아침에 무겁게만 느껴졌던 아이들에게서 표정이 보였다. 통학버스에서 이른 아침부터 가만히 앉아서 오다보니 다들 피곤하고 지친 표정이다. 그 아이들을 웃기고 싶었다. 통학버스에서 내려줄 때 아이들에게 ‘슝~’하면서 마치 비행기 태우듯이 휠체어에 내려줬다.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웃는 모습이 참 예쁘다. 수업지원 때 날 때리려고 손을 뻗치는 학생의 손을 그저 피하고, 못 피하면 아파서 짜증났었다. 그런데 그 손에 하이파이브를 해봤다. “짝” 두 손이 마주 하니 박수 소리가 났다. 그 경쾌하고 맑은 소리에 날 때리려는 폭력적인 학생이 흥미를 느끼고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그래서 하이파이브와 여러 손장난을 가르쳐줬다. 그리고 그 학생이 좋아하는 행동을 따라 해줬다. 이제 그 학생과 나의 인사는 하이파이브다.

 날 보면 인사해 주러 달려와 주는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점심지원 때 ‘아~’하고 입을 벌리게끔 하면 내 입도 덩달아 ‘아~’하고 벌려진다. 맛있게 골고루 먹는 걸 도와주고 나면 신변처리 지원 때 맛있게 먹은걸 골고루 싼다. 그럼 시원하게 싸고 나오면 더 가벼워지니까 더 높게 안아줄 수 있다. 높은 곳에서 활짝 핀 웃음꽃이 더 예쁘다.

 장애학생들, 나의 경은이들은 이제 더 이상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나와 함께 이 세상이라는 텃밭에 심어져 활짝 꽃 필 소중한 씨앗들이다. 이제야 보인다. 경은학교에서 제일 어리고 귀여운 막내 유치원 경은이에서 이제 제일 어리지는 않지만 제일 예쁜 초등학교 경은이, 중2병보다 의학적으론 더 힘든 병일 지라도 씩씩한 중학교 경은이, 이제 경은에서 제일 의젓한 고등학교 경은이, 멋진 사회로 나아갈 자립을 꿈꾸는 희망찬 전공과 경은이까지 !

 나는 사회복무를 하기 위해 대학교를 휴학했지만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다. 아니, 학교에서 여전히 배우고 있는 사회복무요원이다. 그렇다 처음의 나는 학생들이 장애인이라서, 잘못 걸어서, 말을 잘 못해서, 많이 도와줘야 되서, 학습능력이 부족해서, 과잉행동이 있어서, 힘들어 했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힘들게 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가진 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나의 업무로만 느껴서 힘들었던 것 이다. 그 업무와, 복무, 그리고 의무라는 그 수동적인 것에서 경은이 가르쳐 준 사랑을 배웠더니 내가 수행해야 할 멋진 능동적인 임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떤 이가 말한 것처럼 나는 공부하고 있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곳은 바로 경은이다.(konas)

신하은(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 경은학교)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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