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기획/특집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㉖〕마음먹는 대로

Written by. 김건호   입력 : 2016-09-11 오후 12:48:48
공유:
소셜댓글 : 0
twitter facebook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입선’ 글임. (편집자 주)

 나는 복무생활 시작 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학생들 중 하나였다. 지루한 강의를 듣고 하루 수업이 모두 끝나면 놀기 바쁜, 늦게 일어나고, 늦게 잠들며, 학업과 음주를 병행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 당시 나는 나름의 청춘을 즐긴다는 변명 아래 내일의 계획없이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렇게 나름대로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었고, 추억거리도 많이 만들었지만 왠지 모를 가슴 속 공허한 기분이 많이 들었었다. 그렇게 나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생활을 하던 중 사회복무생활을 시작하려 훈련소에 들어갔다.

 사회복무 전 봉사활동 한번 한 적 없는 나태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던 나의 삶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의식이 없는 할머니에게 응급조치를 하는 등 도시철도공사에서 경험한 일들로 인해 책임감과 긍정의 힘을 알게 되었고,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고 발전되는 사람으로 바꾸어 주었다.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배치된 나의 근무지는 사회복무요원들 사이에서 꽤나 힘들다고 알려진 지하철역이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근무하는 것이 나의 일. 쉴틈 없이 바쁘고, 수많은 승객들을 상상했지만, 막상 배치 받은 역은 가장 승객이 없는 역 중 하나였다. 순간 복무생활 편하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안일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승강장은 나의 주된 근무지이다. 승객이 없으면 편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근무시간은 엄격하게 지켜졌으며 그래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나태한 마음으로 지내던 나에게는 근무시간이 너무나도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다. 길고 넓은 이 곳에서, 상상했던 것처럼 많은 승객들로 활기찬 분위기가 아닌 고요하며 20명이 채 되지 승객들을 지켜보는 것은 지루한 일이었다. 어떻게 하면 근무시간이 빨리 지나갈까, 퇴근하면 무엇을 할까 등의 잡생각과 각종 공상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근무 도중 할머니 한 분이 열차에서 내리시더니 갑자기 쓰러지시는 일이 발생했다. 급히 뛰어가 할머니의 상태를 확인하니 숨은 쉬고 계시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상의를 벗어 입혀드린 후 편한 자세로 눕혀드렸다. 119를 부르고 할머니를 업어 따뜻한 휴식공간으로 모신 후 대원들을 기다렸다. 곧이어 119대원들이 도착하고 응급조치 후 할머니는 의식을 차리셨다.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병원으로 가서 치료받으시겠냐는 구급대원의 말에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걱정 끼치기 싫다고 하시며 끝내 거절하고 갈 길을 가시려했다. 걱정이 되어 할머니를 모셔다 드리고 복귀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할머니께서 다시 역으로 나를 찾아 오셨다. 당시에 너무 놀라서 고마움을 전하지 못하여 꼭 전하고 싶다고 “큰일 날 뻔했는데 감사합니다.” 하시며 두 손을 꼭 잡으시며 가방 속에서 사탕 한줌 쥐어 주시고는 수차례 감사의 말을 남기고 가셨다.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닌데 감사의 말을 듣고 나니 가슴 속이 뭉클해지며 부끄러움이 찾아 왔다.

 그간 시간 보낼 궁리만 하고, 사람이 많지도 않는데 ‘왜 꼭 근무를 서야 하는가’라며 귀찮아하고 불만이 있었던 나는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꼈다.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구나, 내가 나태하게 근무했다면 큰 일이 발생 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그 동안의 나 자신에 대해 반성을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큰 자극을 받고 어떤 일이던 맡은 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3월 나에겐 보통 사회복무요원들에겐 잘 없는 근무지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현재 대구의 랜드마크라 불리는 ‘하늘열차’ 도시철도 3호선이 개통하여 역을 옮겨가게 된 것이다. 몇 개월간 정든 역을 뒤로 하고 그렇게 나는 3호선에 배치되어 새로운 복무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개통과 동시에 대구의 명소로 자리 잡은 3호선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한적한 역에서 근무했던 나는 꽤나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3호선이 익숙하지 않은 승객들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이 넘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며 안내를 하니 이내 불만과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하루는 참다 못해 부모님께 불만을 토로했었다. 이에 부모님께서는 그런 일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아니고 마음가짐을 달리하여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충고해 주셨다. 나의 일이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며 웃는 얼굴로 친절히 대하면 승객들도 기분이 좋을 것이고 내 마음의 여유도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나는 마음가짐을 달리하여 실천에 옮겨 보았다. 매일같이 보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기 시작하였고, 도움이 조금이라도 필요해 보인다면 달려가 도움을 드렸다. 그러자 변화는 곧이어 일어났다. 오늘도 수고한다는 승객들의 한 마디에 힘이 났고, 보람을 느끼며 긍정의 힘을 느끼기 시작 한 것이다. 또한 간간히 직원들이나 복무요원 사이에서도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도 듣게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웃게 한다더니 다소 강해 보이던 내 인상은 부드럽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복무요원들에게 나의 사회복무기간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복무 생활 중 가장 큰 깨달음은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단 것이다. 몇몇 사회복무요원들은 “지겹다.”, “스트레스 받는다.”, “힘들다.” 등 이런 얘기들을 입에 달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는 마음가짐을 달리 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분명히 해결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쉽고 편한 길만 찾다보면 나태해지기 마련이고 결국 나태함은 자기 자신을 갉아 먹는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자기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또한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가진다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보람을 느끼고 자신의 행복, 더 나아가서는 타인에게도 긍정의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나는 복무생활 전 봉사활동 한 번 한 적도 없고 나태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곳에 서 경험한 일들로 인해 책임감과 긍정의 힘을 알게 되었고, 이는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이 작은 마음가짐의 변화 하나가 나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며 긍정적인 사람, 타인에게 힘이 주는 사람으로 바꾸어 준 것이다. 혹여나 이 전의 나와 같은 복무요원들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마음가짐을 달리 해 보아라. 바뀔 것이다. 어떻게?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으로.(konas)

김건호(대구도시철도공사 3고객센터 제4관리역)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facebook twitter 인쇄하기 책갈피저장 메일보내기
소셜댓글
로그인선택하기 트위터 페이스복
원하는 계정으로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여 주십시요.
입력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1
    2019.3.21 목요일
핫클릭 뉴스
포토뉴스 더보기
깜짝뉴스 더보기
외교부, 차세대 전자여권 디자인 확정
2020년부터 발급될 예정인 차세대 전자여권의 디자인이 17일 심의..
세상사는 이야기 더보기
아빠, 아빠! 세영이 먹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