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軍
'1950년 올해의 인물은 정치인이 아니다. 딘 애치슨 국무장관은 공산세력의 진군을 막지 못했다. 장군도 아니다. 최고의 장군 맥아더는 우물쭈물하다가 패배의 쓴 맛을 봤다. …올해의 인물은 이역만리에서 전혀 원치 않던 시련을 겪고 있는 미군(美軍)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참전 군인을 그해의 인물로 뽑았다. 타임은 생경한 전장에서의 용기를 높이 샀다. 6.25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고, 한반도는 낯설었다. 최초로 참전한 미군 스미스 부대가 "미국 사람 얼굴만 봐도 (북한군이) 도망칠 것"이라며 의기양양하게 오산 전투에 나섰다가 참패한 것도 무지에서 온 경적(輕敵) 탓이다. 더 힘겨웠던 상대는 추위와 게릴라였다.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를 처음 경험한 미군 병사, 특히 남부 출신 흑인 병사들은 십중팔구 동상에 걸렸다. 인민군이 피란민으로 위장해 기습하는 바람에 미군은 흰 옷 입은 사람만 봐도 총을 들이대는 히스테리에 시달렸다.
당시 타임은 '이전까지 이렇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저분하고 절망적인 전쟁을 경험했던 군인은 거의 없다''전쟁을 좋아할 군인은 없지만 미군은 특히 이 전쟁을 혐오한다'고 썼다. 한국전쟁은 지금도 '겨울 전쟁'으로 기억된다. 타임은 끝머리에 '미군은 우리가 성취해낸 20세기의 성과를 노예상태로 되돌리려는 공산 세력에 맞써 싸워야 한다'고 못박기를 잊지 않았다.
그로부터 53년. 타임이 다시 미군을 '올해의 인물'로 뽑았다. '그들은 이라크로 쳐들어가 21일 만에 정복했다. 증오의 거리를 지키며 후세인을 생포했다. 그들이 바로 민주주의를 모르는 땅에서 미국의 힘과 선의(善意)를 대신하는 얼굴'이라고 선언했다. 패권은총론(覇權恩寵論)이다. 타임은 특히 미군이 예나 지금이나 모두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스스로 나선 지원병임을 강조했다. 세계 군비의 43%를 차지하는 미군의 압도적 물리력에 미국식 이데올로기가 생기(生氣)와 사기(士氣)를 불어넣고 있다는 의미다.
헌팅턴의 말처럼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고, 21세기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22일 이라크 종전 후 2백번째 미군 희생자가 났다지만 한국전 희생자 14만명에 비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