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병역이행 수기⑥〕'It’s up to you!'
본 내용은 2012년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실시한 ‘외국 영주권자 병역 이행’에 대한 군 생활 수기 내용임.(편집자 주)
군대는 가 본 사람만이 안다고 흔히들 말한다.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성인 남자 인구 수 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군대이야기들이 널리 존재하지만 아무리 많이 주워 들어봤자 군 생활은 직접 겪지 않고서는 그 고생스러움을 실감할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나 또한 이에 공감하면서도 이를 약간 다르게 이해하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이미 제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 군대라는 곳이 거북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서겠지만 막상 와서 경험해 보니 군대라는 것이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라는 것은 큰 착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부딪혀 보고 견뎌보면서 경험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 바로 군대라고 말하고 싶다. 중요한 점은 바로 어디까지나 ‘나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나는 펜실베니아주에 있는 피츠버그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이면서도 한국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국민이기도 하다. 솔직히 남들 가기 부담스러워하는 군대, 한국 국적을 포기 했으면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8살에 이곳으로 건너와서 청소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내며 자아를 형성했기에 한국은 정서적으로 나에게 고향이나 다름없었고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포기하는 그런 선택은 내게 있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현재는 이중국적자가 자진입대를 하여 군복무를 마치면 이중국적이 허용되는 법안이 통과되어 있는 상태이고, 자신이 희망하고자 하는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이런 감사한 환경 속에서 더더욱 미련 없이 나는 입대를 결심할 수가 있었다.
군인이 되고난 후 국가 가 있어야만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즉 국가와 나는 운명공동체라는 중요한 사실을 배우면서 나의 결정에 대해 후회할 일도 없어졌고 오히려 당연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국가가 있기에 개인의 평화와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고, 현재 건강한 내가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내가 나라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내가 나 자신을 지키는 셈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병역의무란 대한민국 건강한 남자들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군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훈련소에서의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자대로 처음 진입했을때 직속 상담관과 면담을 하면서 대장님이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모두가 똑같은 상태로 이 뜨거운 용광로에 들어왔지만, 나갈 때는 누구는 장군의 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고 누구는 농부의 낫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만큼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질 수 도 있다는 의미이다. 복무기간 동안에 시간을 낭비할지 아니면 이 시기를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으로 맞이할 지는 자신이 선택한 것이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주위에 건질 것이라고는 쓰레기 뿐 이라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군대라는 곳이 오물장에 불과할 것이고 그래도 소중한 금덩이 하나는 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금광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곳에서의 세월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 이외에도 자신을 다지고 완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과 후에 주어지는 개인정비 시간에 독서와 운동을 즐기고 필요한 공부도 많이 하는 편이다. 또한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면서 성숙해지는 것 같다.
밖에 있을 때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했던 것들을 오히려 이곳에서 많이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군 생활을 한다는 것은 마치 한 마리의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 위한 번데기로서의 과정과도 같은 것이다.
물론 군 생활을 하다보면 엄격한 규율 때문에 자신의 의지대로 안 되는 일도 많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소망하는 것 한 가지를 위해서라면 싫어하는 것 열 가지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고 군대는 가르친다.
모든 것은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 진정 그것이 걸림돌이라 할지라도 그 장애물은 넘으라고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하나의 장애물은 하나의 경험이며 하나의 경험은 하나의 지혜라는 말이 있다.
모든 성공은 장애물 뒤에서 우리를 기다린다고 한다. 복무기간 동안 남들은 사회에서 인턴도 하고 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반면 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은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에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군인으로서 생활한다는 것만큼 특별하고 삶의 전환이 될 수 있는 경험은 돈 주고도 하지 못한다. 초조해야 할 필요 없다. 남들이 더욱 앞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아도. 요즘 세상이 아무리 경쟁사회라 해도 개개인의 인생은 레이스가 아닌 각자만의 빛나는 모험이라고 한다.
현재 병역의무를 앞두고 걱정에 둘러싸인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그대들의 모험도 충분히 빛날 수 있다고.
왜냐하면 군대는 자신이 하기 나름이니까. 긍정적으로 임하면 군대도 즐거움이 있고 배움이 있을 수 있는 곳이니까.(Konas)
상병 고경준 (육군종합군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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