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병역이행 수기⑯〕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본 내용은 2012년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실시한 ‘외국 영주권자 병역 이행’에 대한 군 생활 수기 내용임.(편집자 주)
“군대 꼭 가야 되나? 나는 군대를 피하려고 파라과이에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시민권 자나 영주권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해 보는 것이 입대다. 나는 군대라는 곳을 당연히 가야한다는 생각보다 나에게는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던 적이 있다. 이제 막 상병이 된 지금,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보면 내 자신이 부끄럽고 미 성숙했다고 느껴진다.
나는 18년 동안 외국에서 태어나 사는 동안 ‘군대’라는 곳은 나의 인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한인사회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기위해 입대하는 여러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 마음속에 아무것도 와 닿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가 한국에 올 계획이 없었고, 굳이 한국에 오지 않아도 내가 태어난 파라과이라는 곳에서 충분히 한국인으로 사는데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 출전하면 파라과이의 한인들끼리 붉은 악마가 되어 TV를 통해 축구 경기를 시청하였고,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한국 식품점에 들러 원하는 것을 구매하였다. 집에서는 어머니께서 맛있는 김치찌개를 차려주셨고, 한국은 내가 기회가 된다면 방학에 놀러 오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께서 내게 한국유학을 권하셨다. 부모님께서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이상 한국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한국유학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한국에 가면 군대를 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내가 고심하는 중에 아버지께서는 “군대는 지금 생각하지 말고 또 섣불리 가지 않겠다고 결정을 내리지 말고, 우선 한국에서 유학을 하며 한국을 경험하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난 2006년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모든 환경이 변했기에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는 곧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친구들을 사귀고 한국을 알아가면서 내가 외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외국인처럼 느껴지기 보다는, 갈수록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확신과 내가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즐거운 한국 유학생활 속에서 나의 뇌리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질문은 단연 입대에 대한 문제였다. 한국인들에게 나의 국적을 얘기할 때면 “군대는 안가시겠네요”가 보편적으로 받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네, 저는 파라과이 시민권자라서 안갑니다.”라고 대답했다. 한국생활 초기에 나에게 이런 질문과 답변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을 느낀적이 없었다.
하지만, 주위의 수많은 학우들이 먼저 입대하는 것을 지켜보고, 나의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면서 입대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었다. 점점 군 입대 여부를 묻는 질문도 답변하는 것도 불편하고 왠지 모를 미안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해외 뉴스에서 보도되는 군대 내용은 거의 부정적인 것이 많았다. 안타깝게도 뉴스에서는 군대의 부정적인 요소만 강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보도로 인해 교포들은 많은 영향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군대를 먼저 간 대학교 남자 학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친구들을 면회하면서 그리고 전역한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동안 뉴스에서 보도했던 부정적인 내용과는 달리, 군대는 그리 갈 곳이 못 된다가 ’아니라’는 것을 새심 깨닫게 되었다.
실질적인 경험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비록 한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입대를 함으로써 진정한 대한민국의 건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내가 입대를 결심할 당시 ‘영주권자입대희망제도’라는 제도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교포 혹은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친구들과 함께 입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입대 후 훈련소에서 이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지금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부정적인 뉴스보도보다는 긍정적인 뉴스보도가 더 많은 것 같다. 내가 실제로 생활을 하고 있고, 이에 긍정적인 뉴스 내용을 접하면서 내가 이제껏 믿어왔던 군대라는 곳에 대한 생각과 의미가 완전히 바뀌게 된 것이다.
7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고, 입대를 하기까지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가 입대를 한 시기가 언제였든, 지금도 나는 나의 결정에 대해 후회보다는 나의 인생에서의 ‘터닝 포인트’가 된 군대생활이기에 입대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군대에 입대한 지금 나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라고 위풍당당하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강한 대한민국이 있고, 그 나라를 밤과 낮으로 수호하고 있는 강한 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Konas)
상병 박준영 (육군종합군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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