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병역이행 수기⑱〕"Okay I got it! Double 기역!"
본 내용은 2012년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실시한 ‘외국 영주권자 병역 이행’에 대한 군 생활 수기 내용임.(편집자 주)
1997년 봄 서울,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나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처음으로 쌍 기역을 배웠다.
미국 시민권자인 나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8살 때까지 주로 영어를 쓰면서 생활했기에 한글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기장도 옆자리 친구가 대신 써 주었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도 모르게 영어가 나온 적도 많았다. 이렇듯 남들과 조금 달랐던 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남들과 다르지 않은 한국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원 덕분에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미국 시카고에 가서 시카고대학교에서 주최하는 일종의 여름캠프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매년 여름캠프를 가서 2달 동안 그리웠던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도 여럿 사귀었다. 피부색이 다른 나에게 몇 명 애들은“ Where are you from?”라고 물어봤고 그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I’m from Korea.”
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우리나라 거리가 붉은 악마들로 붉게 물들었을 때도 나는 시카고에 있었다. 경기를 보고 싶었지만 새벽에 중계를 하는 바람에 직접 보지는 못하고 그저 아침에 뉴스로 결과를 듣고 기분 좋게 학교를 다녔다.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멋진 경기력을 보여준 우리나라 축구팀 덕분에 내 미국 친구들에게 ‘KOREA’ 점점 익숙한 단어가 되어갔고 나는 더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 I’m form Korea.”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대학진학을 위해 대부분의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처럼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서 밤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평범한 생활을 하였고 3년 뒤에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았다. 긴 수험생 생활을 마치고 나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친구가 나에게 군대문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입대하기 전까지 위 질문을 지겹도록 받았다. 특히 남자 선배들과의 술자리에서는 이 이야기가지고 한참을 떠든 적도 있다. 2학년이 되고 후배들을 받으며 남자 동기들은 한두 명씩 군에 입대를 했고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도 점점 다가왔다.
결국 2011년 5월 늦은 새벽에 나는 입영신청서를 작성을 했고, 같은 해 8월에 논산 훈련소로 갔다. 시간이 되어 연병장에 들어서니 나와 같은 머리 나와 같은 표정을 한 채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온 전우들이 나와 함께 있었다.
5주의 훈련소 생활동안, 시민권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관심이 나 특혜를 받은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전우들과 같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행해야할 국방의 의무를 몸소 행하러 온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훈련소를 나와 자대에 와서도 변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내가 시민권자라는 것이 점점 알려져 가면서 몇 몇 주변 사람들은 왜 군대에 왔는지 궁금해 했다. 근 3년 동안 지겹게 듣던 그러한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루한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입니다.”
어느덧 군 생활을 한지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다. 군 생활 초기에 어리버리했던 나를 생각하며 지나간 시간동안 나는 입대 전과 비교하면 다소 달라진 것 같다. 겉모습도 많이 달라져 밖에 나가면 군인답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사고방식도 달라져 전보다 성숙해 졌다는 말도 듣는다. 흔히 말하는 철이 들고 있는 것 같다.
대들보가 좋아야 좋은 집이 완성되듯이, 군 생활에서 얻은 모든 경험들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 어떠한 풍파가 들이 닥쳐도 내가 굳건히 버틸 수 있도록, 마치 든든한 대들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작년에 입영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2년 뒤에는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변한 내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변하고 싶었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신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변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내년 5월이면 군복대신 사복을 입고 복학을 하는 등 나에겐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군 생활동안 얻은 소중한 경험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나의 대답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Konas)
상병 장석환 (국군체육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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