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자 병역이행 수기㉛〕대한민국에 절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본 내용은 2012년 병무청(청장 김일생)이 실시한 ‘외국 영주권자 병역 이행’에 대한 군 생활 수기 내용임.(편집자 주)
나의 아들은 해외 영주권자로서 현재 원주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후 미국에 와서 줄곧 살았다. 친구들도 모두 미국 친구들이고 어렸을 때 떠나 온 한국에 대한 기억은 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언어도 영어가 편해서 영어로만 말하려고 해서 한글학교도 보내 봤지만 허사였다.
대학 2년을 다니며 갑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스러움으로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의문을 품고 학업에 집중을 못해서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도 없고 아까운 인생의 시간을 방황하는 아들을 보며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아들은 장난같이 군대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 가족은 놀라웠지만 어쩌면 그 길이 나약한 나의 아들을 잡아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심 반가웠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높은 월급과 대학교육, 직업 알선 등의 많은 혜택을 주는 미국 군대가 아닌 한국 군대를 가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런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그 마음이 바뀌질 않길 바라며 부지런히 그 다음 순서를 밟아서 드디어 한국의 연예인 현빈이 입대하던 날 나의 아들도 한국 군대에 입대하였다.
아빠는 입대하는 날 한국까지 가서 훈련소에 데려다 주고 오는데 이유 모를 눈물이 나서 눈물이 안 보이게 포옹을 하고 차안에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엄마인 나는 가지도 못하고 현빈이가 군대가는 모습을 TV에서 보며 울었다.
한국말도 서툴고 한국 문화에도 어두운 아들이라 많이 걱정도 하였다. 그러나 해외 영주권자들과의 일주일 간의 특별 적응 기간과 배려로 안심이 되었다.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에 병무청에서 보내준 우리 아들들의 부모에 대한 인사 비디오는 미국에 있는 가족들이 울면서 보았다. 정말 씩씩한 나의 아들이 자랑스러웠고 병무청의 배려가 고마웠다. 한국의 군대사회도 많이 발전한 것 같다.
힘든 훈련 기간 동안 우리 가족은 인터넷 메일로 온 가족이 아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에게서 온 구구 절절한 내용을 읽을 때마다 군대 간 아들이 많이 달라져 가는 것이 느껴져서 참 감사하고 기뻤다.
맞춤법이 엉망이긴 했지만 한글로 글씨도 써서 그 또한 신통해서 읽고 또 읽고. 울고 웃고 했다. 그동안 당연히 여겼던 가족의 사랑, 자유, 시간의 소중함. 근면의 소중함 특히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고 썼다.
그리고 조국의 소중함. 왜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쓴 글을 읽을 때면 정말 내 아들이 쓴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철이 들었다. 우리는 미국에서 과자도 먹을 것도 소포로 부쳐주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나누었다.
아들은 통역 임무로 특별한 훈련 기간에는 차출되어서 본부에 가서 임무를 마치고 나서 통역 일을 잘 했다고 포상 휴가, 또 해외 영주권자 입영자들과 함께 특별 휴가와 한국 곳곳을 관광하고 여수 엑스포도 보고 청와대도 가고, 한국 정부에서 배려해 줘서 비행기표도 무료로 외국에 있는 부모를 방문하도록 특별 휴가를 줘서 열흘간 미국에 다녀갔다.
오던 날 비행장에 나갔다가 늠름하고 까맣고 눈빛이 초롱초롱한 나의 아들 모습을 보며 내 눈을 의심했다. 긴 머리와 휘청휘청 걷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내가 봐도 멋진 모습에 대한민국에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물론 어렵고 힘든 과정을 겪었겠지만 그 과정을 이겨낸 아들이 기특해서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인사시켰다.
우리는 맛있는 것도 많이 해주고 사주고 그러면서 군 생활 얘기 듣느라고 밤새는 줄 몰랐다. 남자들 군대 얘기가 제일 재미없다던데 내 아들이라서인지 재미있었다.
헤즐럿 커피를 헤-질릇 하니까 아무도 못 알아듣고 발음 좀 굴리지마 라고해서 한국식 영어를 배우느라고 힘들지만 재미있을 때도 많다고 한다.
내가 외출하고 돌아오니까 나의 아들이 나를 놀래켜주려고 부엌의 냉장고 대청소와 정리 부엌 서랍장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뒤집어서 정리를 해 놨는데 놀라웠다. 예전에 방 안 치워서 내게 잔소리 듣던 아들이 더 이상 아니었다.
또 하나 한국에서 초등학교 일학년 마친 아들의 한국 친구는 초등학교 일학년 동창 밖에 없는데 군 생활로 인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을 군 생활의 큰 이익 이라고 아들은 좋아한다.
벌써 작년에 입대한 아들이 이번 12월이면 제대한다. 그때쯤이면 나의 아들은 더 달라져 있으리라.
혜택이 많은 미국 군대를 놔두고 조국이라고 한국을 택한 아들이 어려운 과정을 마치고 씩씩하게 나오는 날 우리 가족은 아들을 환영하고 축하하는 의미로 아프리카로 가족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Konas)
이경숙 (영주권병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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