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ABC(23)
‘사제단’이라면 으레 ‘정의 구현’을 하는 것이 본분일 텐데 어쩌자고 그런 수식어를 붙여 다른 모든 사제들을 민망하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돌이켜 보면 정치와 종교는 본디 하나이었습니다. 그것을 ‘제사(祭祀)와 정치의 일치’라고 하였습니다. 그런 틀을 타파하고 사제들은 권력의 언저리에서 밀려나고 귀족들이 등장하여 신분 사회가 되었다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자유, 평등’을 주장하는 시민 사회가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특정 종교를 표방하는 정당들이 유럽 사회에는 아직 있지만 국교(國敎)를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민주 사회에서도 신부가 되고 목사가 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정부의 아무런 재정적 지원 없이 성당이나 교회를 유지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11조를 바치는 풍습이 아직 좀 남아있지만 몇몇 대형교회를 빼고는 다 재정이 어렵습니다. 구제 사업은 엄두도 못 냅니다.
그런데 신부나 목사가 정치에 줄을 대고 정치적 발언을 일삼으면 ‘복음 전도’와는 무관한 처지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도 있고 약간의 명성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일전에 몇 번 천주교 평신도들이 사제들의 정치적 탈선에 분개하여 유력 일간지에 광고를 낸 적이 있습니다. “신부들, 제발 이러지 마세요”라고. 천주교회가 ‘종북’ 노선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정의 구현사제단’이라는 단체가 가톨릭교회 안에 있습니다. 어떤 성분의 신부들이 이 집단에 관여하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우선 따지고 싶은 것은, ‘사제단’이라면 으레 ‘정의 구현’을 하는 것이 본분일 텐데 어쩌자고 그런 수식어를 붙여 다른 모든 사제들을 민망하게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집단이 ‘종북’을 고집한다면 그건 ‘정의 구현’이 아니라 ‘자멸 촉구 사제단’이라고 명칭을 바꾸는 게 옳습니다. 왜? ‘종북’은 가톨릭교회의 멸망을 촉구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얼간망둥이 같은 사제들은 당장 교회를 떠나 통진당에 가입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들은 대한민국의 감옥의 감방에서 북의 인민공화국이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을 보고 가슴을 치며 통곡함이 마땅하다고 믿습니다. 내 눈에는 그들이 비겁하고 어리석은 인간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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