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칼럼〕돈만 있으면
잘못된 생각입니다. 돈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은 위험한 철학입니다. 중세의 낡은 경제관념을 타파하고 새롭게 자본주의가 대두되던 때에는 이것이 경제에 관한 참신하고 발랄한 이념이었습니다. 그래서 루터나 칼빈 같은 종교개혁자들도 후원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 이념은 말을 바꾸자면, “열심히 벌어라. 번 돈을 너는 아껴 쓰고 그 돈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만 쓰라”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성서>에도 “돈을 사랑하는 것이 만악의 뿌리다”라는 말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번 돈이 18세기, 19세기의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였고 그 돈이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였고 평균수명도 엄청나게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富)의 축적으로 빚어진 빈부의 격차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서로 미워하게 만들었고 동시에 가진 자는 불안하고, 못 가진 자는 불쾌한 나날을 이어가게 되어 사람 사는 세상이 지옥을 방불하게 만든 것입니다.
돈만 있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믿고 사는 세상은 잘못된 세상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만하면 공정한 세상이다”라고 믿을 수만 있으면 우리는 가진 자의 부(富)를 미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야 자본주의는 살아남을 수가 있습니다. 강요된 평등 때문에 자유가 전혀 없던 소련이 망하고 말았듯이, 평등이 전혀 불가능한 세상도 지탱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한반도는 자유가 숨 쉬는 평등한 나라를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가진 자가 교만하지 않고 못 가진 자가 비굴하지 않는 희망의 새 나라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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