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으로 남북관계 훈풍을 기원하며
본 내용은 국방일보 6일자 16면 ‘오피니언’란에 게재된 글임.(편집자 주)
북한은 왜 신년 들어 돌연 ‘중대 제안’ 공세를 펴는가? 지난달 16일 이후 일주일이 멀다 하고 ‘평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3년차에 들어 남북관계 개선에 비중을 두는 것인가?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특수전 훈련을 참관하며 독려하는 장면을 보면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특히 과거에도 연초 대화공세 이후 핵실험, 연평도 공격 등 위장평화공세를 전개한 전과가 다수 있는 만큼 정부는 말보다 행동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진정성 추궁에 대해 북한은 일단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하며 일보 후퇴 전술을 구사했다. 우선 북한이 연초부터 대화공세에 나선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강조한 만큼 실무 부서가 이를 구체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남북관계는 호흡이 길었는데, 요즘은 실시간 거래다. 김양건 부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북한의 통일전선부는 장성택 처형 뒤 김정은의 지시에 아주 예민해졌기 때문에 연초부터 빠른 속도, 짧은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짧은 기간에 남북 사이에 공 넘기기가 활발한 것은 처음이다.
둘째, 평양의 권부는 장성택 처형 사태에서 보듯 체제 불안정성이 높아졌고 김정은은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정은이 나름대로 마식령 스키장도 건설하고 현지 시찰을 하고 있지만 민심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결국 초조감의 반영이다.
김정은은 또 김정일과 달리 권력을 다루는 데 노련함이 부족하다. 김정일은 1974년에 후계자로 내정돼 15년 이상 부자 공동정권을 해 왔다. 그런데 김정은은 2%가 부족하다. 이권 획득을 위한 권력층 간 이전투구를 매끄럽게 관리하지 못한다. 내부 불안감을 대외관계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통남·봉미·봉중 전략이다. 남측과 소통해 미국·중국과의 원활하지 못한 관계를 개선하는 우회전략의 추진이다. 장성택 사태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남측과의 교류협력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의도는 화전 양면 전술로 판단된다. 북한 전술의 의도에 분석을 집중하면서 우리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의 추진을 구체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우선 인도주의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2월 중순 시행하자고 북측에 제안했다.
북한이 2월 말부터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훈련 등 한미합동 연례 훈련을 핑계로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묵묵부답하다 5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에서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엊그제 입춘이 지났다. 산에 잔설이 있지만 봄이 오기 시작한다는 계절에 들어선다.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남북의 이질성은 날이 갈수록 심화된다. 결국 남북이 교류를 통해 동질성을 회복해야 한다.
최근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화두가 담론으로 형성되고 있다.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통일의 대박도 이산가족 상봉부터 시작돼야 한다. 북한이 모든 정치적 고려 없이 이별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남측도 인도적 차원에서 북측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으로 한반도에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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