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과 우상, 구호의 나라 북한!
2013년 말부터 2014년 현재까지 북한가요계 최대의 히트곡은 ‘그이 없인 못살아’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흔들리고 있는 민심을 다잡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 고취를 위해 북한 정권이 만들어낸 노래다. 물론 ‘그이’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다.
찬양가의 노래에는 ‘나래 펴는 희망도 좋고 소원도 그 품에서 모두 꽃 피운다’고 수령의 품 안에서 모든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김정은을 ‘우리의 운명’ 이라고 극찬하는 노골적인 우상화 노래다.
‘그이 없인 못살아 김정은 동지, 그이 없인 못살아 우린 못살아’를 후렴으로 반복한다. 김정은을 ‘하늘같은 인덕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라고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이만을 받들며 세상 끝까지 충정 다해 모시고 살리’라고 애절한 그리움을 표시한다.
지난해 12월21일 토요일 노동신문 1면에 찬양가요의 악보와 가사를 실었고, 김정은의 웃는 얼굴을 정 중앙에 띄워 놓았다. 신문에는 노래를 ‘절절하게’ 부르라는 주문도 있다. 지도자에 대한 우상화 찬양가를 전체 주민에게 부르기를 강요하는 나라는 세상에 북한밖에 없다. 우상화의 극치다. 찬양일색의 우상화 가요를 북한 주민들은 개사하여 ‘당신(김정은)이 없어야 우리가 사다’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김정은에 대한 우상화는 그가 후계자로 등장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우상화 노래인 ‘발걸음’은 이미 고전이다. 김정은의 우상화 선전은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지배 엘리트와 주민들의 충성서약을 강요함과 동시에 군, 당, 보위기구 등을 이용한 물리력 통제를 병행했다.
북한이 우상화 놀음 초기에 선전 매체를 통해 80대인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국회의장격)과 김기남 당 비서가 김정은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는 장면을 방영한 것도 후계자의 권위를 세우는 동시에 핵심 엘리트들이 김정은을 새 지도자로 받들도록 하려는 조치였다.
북한군 내에서는 2011년 4월부터 군인들에게 ‘포병의 심오한 철학을 심어 주시며’라는 김정은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덕성실기’(수령의 덕성에 대해 사실 그대로 적은 기록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사실은 날조된 우상화 선전물이다) 책을 매일 아침마다 독보(讀報)하게 한다.
김정은의 행적을 미화한 ‘영장(英將)의 기치 따라 1년’ 이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군인들에게 상영하고 ‘충성결의’까지 하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지 1년도 안 된 시기에 기록영화가 만들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할아버지 김일성이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당, 정, 군에서 근무한 경험도 일천하고, 카리스마도 부족한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로 포장하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우상화 선전 수법이다.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2012년부터는 김정은이 3살 때 한시(漢詩)를 짓고, 5살에 백발백중의 명사수가 되었다는 선전과 함께 그가 방문한 지역에 ‘대장 복’ 이라는 비석도 세웠다. 김일성을 ‘수령 복’, 김정일을 ‘장군 복’으로 우상화했던 북한이 김정은을 ‘대장 복’으로 선전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4에는 위대한 동지(1)과 (2)를 제작하고, 전 주민들에게 관람케 하면서 김정은의 영도성과 위대성을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을 능력 있는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우상화 선전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으로 김정은의 우상화는 김정일과도 비교된다. 김정일이 후계자로 확정된 1974년 당 중앙위원회 위원이 된 이후 ‘당 중앙’이라 불리며 시작된 우상화가 1997년 당 총비서로 추대되기까지 서서히 진행된 반면 김정은의 우상화는 비교적 속도감도 있고 파격적이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김일성 따라 하기’ 로 김일성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했다. 김정일은 김일성이 사망한 후에도 줄곧 김일성의 유훈통치를 강조하며 계승을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2년만에 언론매체를 통해 연일 자신의 우상화 노래인 ‘우린 당신밖에 없다’와 ‘그이 없인 못살아’를 잇달아 발표하고, 자신의 호칭 앞에 ‘위대한’을 붙이며 우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상화는 주민들의 절대적인 충성심을 유도하기위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급하게 진행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이를 감안하여 2014년 달력에는 김정은 생일이 공식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았다. 김정일 3년 상을 치르는 중이라 아버지에 대한 예우 차원이란 해석이 많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선대(先代)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김정은 우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자신의 우상화 건설에만 2억 3천만 달러, 위락시설 등 전시성 사업에 3억 달러 등 총 5억 3천만 달러를 탕진했다. 우상화 작업에 군인 및 주민들을 건설 사업 등에 강제 동원함으로써 고통만 가중시켜 주민들의 불만도 높았다.
북한이 동상의 나라인 은 김일성의 동상만 무려 3만 8천여 개에 달하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전국 방방곳곳에 어딜 가도 수령을 볼 수 있다. 언제나 수령이 곁에서 지켜봐야 만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수만 개의 김일성 동상만으로는 부족하여 이제는 김정일 동상을 본격적으로 세우고 있다.
지난해 평양의 인민보안부 등 특정기관과 북한 전역에 김정일 동상을 10여 개나 세웠다. 동상 한 개를 제작하는데 수만 달러에서 수십 만 달러가 소요되고 그 유지비용도 만만찮다. 특히 만수대 언덕에 세워진 37톤에 달하는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은 북한 우상화의 상징물이다. 한 때 동상에 금박을 입혔다가 중국의 냉소와 비판을 받고 동색(銅色)으로 바꿔 도색한 일화는 유명하다.
배고픈 주민들과 꽃제비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나라에서 우상화를 위한 북한의 동상 건립 놀음은 김정은 정권의 정신 상태를 말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북한에서 동상의 숫자만큼이나 자주 목격할 수 있는 것이 혁명구호다. 평양 시내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건물 외벽은 물론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거리, 하물며 최북단 함경도의 산악지대에 이르기까지 북한 사회 전역은 혁명적인 구호들로 가득 차 있다. 북한에서 혁명구호는 사소한 일상의 생활 영역에서도 쉽게 발견 된다. 주민들이 흔히 이용하는 기차나 버스 혹은 신문과 잡지 등에는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구호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북한은 가히 사회 전체가 구호로 이루어진 ‘구호의 나라’이며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을 ‘동상과 구호의 사회’ 혹은 ‘우상의 나라’라고 지칭할 때 단순히 그것은 드러난 일시적인 사회 현상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곳곳에 세워진 동상은 김일성이 영원히 북한을 통치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표식이다. 그와 더불어 북한의 혁명구호는 단선적이고 표층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 내부의 구조적 질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항일 무장투쟁기에는 ‘무장은 우리의 생명이다! 무장에는 무장으로!’의 혁명구호가 널리 선전 되었다. 이는 당시 김일성이 이끌던 항일 무장투쟁의 대열에 인민 대중의 참여를 권고하는 것으로, 일제 강점기 김일성을 위시한 소위 항일 빨치산의 투쟁방식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6·25 전쟁 시기와 1960년대 천리마 운동 시기에는 각각 ‘모든 힘을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 천리마를 탄 기세로 달리자!’ 등의 구호가 제시 됐다. 1990년대에는 ‘우리 식대로 살아나가자, 사회주의 조국은 필승 불패이다. 붉은 기 혁명, 총대 사상’ 등의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구호들을 생산했다. 이 혁명 구호들 역시 동구권 사회의 몰락과 구 소련의 해체로 인해 정부 수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겪은 당시의 북한 실상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김일성 시대에는 주로 ‘선군정치’ 관련 구호가, 김정은 시대인 지금에는 ‘절대 충성과 수령 결사 옹위’가 대세다. 북한체제의 취약한 분야를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구호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 정권은 혁명 구호를 통하여 체제의 정당성과 시대사적 필요에 따른 당의 정치 과업을 인민 대중에게 선전하고 각인시켜 왔다. 이로 인해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당 중앙위원회 구호를 심장으로 받들고 혁명 구호에 부여된 정치적 과제를 무의식적으로 실천해 나간다.
혁명구호는 북한의 인민들에게 일종의 자기 세뇌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혁명 구호는 당과 인민을 연결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인 동시에 인민 대중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윤리, 도덕적 틀로서 기능한다.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하는 동상과 혁명구호가 단순히 일시적 현상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정치사적 범주에서 적극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북한에서 동상과 혁명 구호는 주체사상과 사회주의적 이론에 입각한 당의 지침을 시기별로 부각 시킨다.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이 필요할 때는 더 그러하다. 더욱이 북한의 동상과 구호가 우상화를 위한 대중 선전 선동에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인민 대중의 혁명적 사상 감정 유발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 북한 정권의 정치사상 교육과의 유사성은 분명해 진다.
따라서 북한의 동상과 혁명구호는 체제 유지와 일정한 상관성을 가진다. 그러나 주민들이 시장 등을 통해 외부 정보를 접하고 있는 가운데 일방적인 우상화 작업이 주민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을 유도할지는 미지수다. 김 씨 일가 우상화를 위한 동상과 구호가 사라지는 날이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날이 될 것이다.
윤규식 (국방정신전력원 교수, 정치학 박사)
출처 : 월간 자유 3월호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