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보유 통일한국론’은 비현실적 망상
199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이 히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이 핵보유 북한과 힘을 합쳐 일본을 혼내주는 스토리는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고, 이 소설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학가에는 ‘핵보유 통일한국론’이 유행했다. 말하자면 “북핵도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므로 반대할 필요가 없다”라는 민족주의적(?)인 주장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된 것이다. 지금도 주변에는 이런 주장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해 ‘핵보유 통일한국론’은 매우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하다. 통일이란 내외의 여건들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하다.
즉 한반도에서 통일여건이 성숙했다고 하더라도 주변국들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만고만한 나라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서독도 독일통일에 반대하는 주변국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통일외교를 펼쳤다.
통일 이후 핵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다짐은 통일외교의 핵심이었다. 4강에 둘러싸인 우리의 통일외교는 훨씬 더 어렵지만, 우리 역시 통일한국이 주변국들에 위협이 되기보다는 이득이 된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대로 통일이 되면 우리는 핵보유 통일한국이 된다’고 말하면서 스스로를 통일역군이라고 착각해서야 되겠는가. ‘핵보유 통일한국론’은 매우 비현실적이며, 북핵은 통일의 최대 장애물이다.
‘핵보유 통일한국론’이 무책임한 이유는 분단 기간 북핵이 남북관계를 왜곡시키는 핵심적 비대칭 위협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무기는 일단 사용되면 엄청난 살상 효과를 발휘하는 군사무기이지만, 사용하지 않고 가지고만 있어도 상대국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정치·외교적 무기다. 그것이 핵무기의 특성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의 보루로 간주해 개혁ㆍ개방을 하지 않아도 정권과 체제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려 획책한다. 이런 점에서 북핵은 천안함 피격-연평도 포격도발과도 무관하지 않다.
요컨대 핵무기는 북한의 변화를 저해하는 장애물이자 대남도발의 배경이 되고 있다.
지금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의 징후들을 내보이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중단시키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고난도 외교를 펼쳐야 한다.
외교노력이 실패한다면,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핵우산을 강화해야 하고, 핵무기의 심리적 효과를 상쇄하기 위한 역비대칭 전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 북핵은 결코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라면 이런 우(愚)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딸들아 아들들아….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 출처 : 국방일보 13일자 16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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