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축복
공기와 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이 물음은 잘못된 질문이다. 공기가 중요하다고 하면 “너는 물 안 마시고 살 수 있느냐”고 하고 물이라고 하면 “숨 안 쉬고 살 수 있느냐”고 하면 대답이 궁해진다. 이 질문을 “물과 공기, 밥(식료품) 중에서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한가”라는 필요 우선순위로 바꾸면 삼척동자도 공기, 물, 밥의 순서라고 대답한다. 공기는 5분, 물은 일주일, 밥은 30일을 공급 중단하면 생명이 위험해진다.
우리는 가끔 사회적 담론의 중요한 화두인 자유와 평등, 그리고 인권에 대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우문을 접할 때가 있다. 이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면 가치 기준이 혼란해지고 주관이 없어져서 선동에 휘말리기 쉽다. 이 세 가지는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절대 가치들이다. 그러나 중요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요구와 삶의 가치를 고려해 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가치가 어느 것인가라는 우선순위의 질문으로 접근하면 답이 명확해진다.
먼저 자유와 평등이라는 명제에 대해 이 질문을 던진다면 어떤 사람은 자유가 첫 번째라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평등이라고 할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 가치 우선순위 차이가 바로 대한민국과 북한의 차이다. 이는 국가 이념이며 정체성에 관한 문제의 본질이며 남북한의 격차를 설명해 주는 가장 확실한 답이기도 하다. 광복 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할 때 자유를, 북한은 평등을 선택했다. 당시의 국가 방향성 선택이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지은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의 가치를 우선하면서 기회 균등을 통한 평등의 추구와 자유 경쟁에 따른 기회상실자에게 제2, 제3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소수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을 국가 책무로 보고 있다. 인간은 본시 자유인으로 태어났고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제1의 권리가 자유라고 여기기 때문에 자유를 최우선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절대 가치라고 믿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하에서는 평등을 제1의 달성 우선 가치로 보고 결과의 평등을 강조한다. 평등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통제 계획경제 체제를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과 비용 개념이 모호해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이며 실패에 대한 책임이 명확하지가 않아 발전을 향한 동인(動因)이 없다. 또한 아직까지 불만 없는 완벽한 평등 분배 방법이 고안, 시행된 적이 없다.
한 나라의 국가 이념은 국가목표의 지향 방향이다. 방향의 선택은 속도보다 훨씬 중요한 요소다. 방향이 바르면 늦더라도 결국에는 목표에 도달한다. 방향이 잘못되면 아무리 빨리 가도 목표에 도달할 수가 없다.
자유를 제1의 우선순위로 선택한 대한민국, 이것 자체가 축복이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무수히 많이 있다. 그러나 방향이 바르기에 언젠가는 우리의 이상이 그림처럼 펼쳐질 것이다. 선택의 축복을 누리는 조국 대한민국의 울타리, 조국의 부름에 흔쾌히 응한 국군 장병들, 자유를 신념으로 무장한 그대들이 있기에 조국은 영원히 부강, 발전해 나갈 것이다.
김일생 (예)육군중장 (대전대 초빙교수)
* 출처 : 국방일보 6월9일자 16면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