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공격을 가정한 대피의 필요성과 과제 ②
Ⅲ. 북한의 핵무기 사용 시 대안과 대피의 필요성
만일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은 어떠한 유효한 대안을 보유하고 있을까? 과연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가?
1. 응징적 억제
북한이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한국은 우선 ‘응징적(膺懲的) 억제’(deterrence by punishment) 차원에서 받는 피해보다 더욱 큰 피해를 끼치겠다고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러한 대규모 응징보복이 불가능하고, 이것은 북한도 알고 있다. 아무리 첨단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항공기, 미사일, 야포 등의 비핵무기가 핵무기에 의한 피해를 초과할 수 있을 만큼의 피해를 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야포 5,200문, 다련장포 200문, 지대지미사일 30문, 전투함 120척, 잠수함 10척, 전투기 460대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국방부, 2012: 289), 이들에 의한 피해 정도가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할만큼 클 수는 없다.
현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의 핵 및 재래식 무기를 통하여 응징보복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게 알려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한다는 개념에 의존하여 왔다. 이것이 바로 ‘핵우산’(nuclear umbrella) 및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의 개념으로서, 이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2010년 한국과 미국은 ‘국방협력지침’을 체결하여 ‘한미 확장억제 정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미국이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국방부, 2010: 305-310).
다만, 미국의 확장억제나 핵우산이 약속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과거의 ‘핵우산’을 재래식 수단까지도 포함하는 ‘확장억제’로 용어를 바꾼 것 자체가 가급적이면 핵사용을 자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의도를 나타내고 있고, “핵무기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Nucler Weapons)을 주창하여 200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핵무기에 의한 보복을 쉽게 내릴 것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국 내에서도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핵억제에 관한 언급이나 강조가 약해진 상태임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Schneider, 2013: 6).
2. 미사일 방어
응징적 억제가 작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공격해오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공중에서 파괴시키는 것, 즉 미사일 방어이다. 이것은 항공기에 대한 방어개념을 핵미사일에 적용하는 개념으로서 가장 상식적이면서도 안전한 대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미사일 방어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단기간에 확충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국형 공중 및 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를 구축한다는 방향은 정립하고, PAC(Patriot Advanced Capabilities)-2 미사일 2개 대대를 독일로부터 구입하였지만, 이 요격미사일은 공격해오는 북한 미사일을 직격파괴할 수 있는 능력은 구비하지 못하여 실질적인 방어력은 제공하지 못한다.
최근 국방부에서는 미사일 방어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나름대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도 필요한 정도의 포괄성과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방부는 2012년 이스라엘로부터 그린파인 레이더 2식(式: 시스템의 단위)을 구입하고, 2016년까지 단거리(종말단계 하층방어) 요격미사일인 PAC-3 미사일을 획득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조선일보, 2014/03/13: A8) 유효한 미사일 방어체제를 구축하려면 추가적으로 확보해야할 무기체계가 너무나 많다.
3. 선제타격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선제타격하여 지상에서 파괴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핵미사일은 아예 발사되지도 못하거나 북한지역에서 폭발할 것이고, 한국은 낙진에 의한 부수적 피해 이외에는 큰 피해를 입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2개 대대규모의 F-15 전투기는 마하 2.5의 속도와 1,800km 이상의 전투반경을 자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하고 있어서 북한지역의 방공망을 회피하여 북한의 핵시설을 파괴시킬 수 있다.
또한 한국의 현무-3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은 고도의 정밀도를 확보한 상태여서 식별된 북한의 핵무기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 또한 수년 내에 한국이 F-35 스텔스 전투기를 확보하게 되면 한국의 선제타격능력을 더욱 확충될 것이다.
그러나 선제타격은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실패 시 잔존한 핵무기로 북한이 공격하게 되면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갑자기 도래하게 된다. 국내여론도 선제타격을 지지할 것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정치지도자에게는 정치생명을 건 도박일 수 있다.
따라서 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제타격을 결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고, 결심하였다고 하여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4. 소결론
북한이 핵무기 사용으로 위협하거나 실제로 사용하였을 경우 한국은 이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능력을 구비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응징적 억제의 경우 미국의 ‘핵우산’ 및 ‘확장억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것이 약속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미사일 방어의 경우 아직 직격파괴가 가능한 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구비한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지리적으로 근접한 상태라서 대응시간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두 가지가 미흡하여 선제타격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의 이동식 핵미사일 발사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도 없고, 방어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 공격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조치로서 핵대피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응징보복, 미사일방어, 선제타격 어느 것 하나 완전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핵대피를 계속 도외시할 수는 없다. 유럽국가가 한국과 같은 상황이었으면 수년 전에 이미 대대적인 핵대피 활동에 착수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Ⅳ. 핵폭발 시 대피의 형태와 실태
1. 핵폭발의 위력과 피해
핵무기란 원자핵의 분열 또는 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파괴력으로 사용하는 무기로서, 핵무기가 폭발하면 폭풍(blast), 열(heat), 방사선(radiation)이 발생하여 인명과 시설을 살상 및 파괴시킨다. 즉 핵무기가 폭발하면 고열의 화염이 발생하고, 강력한 폭풍이 전달되며, 그 과정에서 열복사선이 화재를 발생시키고, 강력한 폭풍이 인명을 살상하면서 건물을 파괴시킨다. 또한 초기방사선으로서 감마선과 중성자가 발산되고, 낙진(落塵)이 잔류방사능을 발산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오염시킨다. 추가적으로 전자기파(EMP: Electromagnetic Pulse)가 발생하여 전기 및 전자기기들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의 피해 규모는 핵무기의 크기와 폭발의 환경에 따라서 달라지지만, 대체로 수백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4년 맥킨지(Matthew G. McKinzie)와 코크란(Thomas Cochran)박사의 발표에 의하면, 15kt의 핵무기가 서울 500미터 상공에서 발생하면 62만명의 사상자, 100미터 상공이면 84만명의 사상자, 지면폭발이면 125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다(McKinzie & Cochran, 2004). 한국 국방연구원에서도 “통상적인 기상조건 하에서 서울을 대상으로 20kt급 핵무기가 지면폭발 방식으로 사용된다면 24시간 이내 90만 명이 사망하고, 136만 명이 부상하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낙진 등으로 사망자가 증가한다. 100kt의 경우 인구의 절반인 580만 명이 사망하거나 다친다.
용산 상공 300m에서 20kt급 핵무기가 폭발하는 경우 30일 이내에 49만명이 사망하고 48만명이 부상당할 것이고, 100kt급 핵무기를 300m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경우 180만명이 사망하고 110만명이 부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김태우, 2010: 319)라고 분석한 적이 있다.
핵무기가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 폭발한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시민들이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 15kt-20kt의 핵무기가 1발 사용되어 100만명 정도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1,000만명 정도의 서울 거주 인구를 고려할 때 생존자가 더욱 많다는 결과가 된다.
특히 사전에 대피조치를 강구할 경우 그 피해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핵무기가 폭발하면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대신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노력할 경우 피해의 상당한 감소가 가능한 것은 낙진에 의한 방사능 오염이다. 낙진은 천천히 광범하게 떨어지고, 낙진의 방사능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만 대피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낙진의 방사능은 핵폭발 1시간 후 1000R(렌트겐; roentgens)/H 이라면 7시간 이후에는 100R/H, 14시간 이후에는 43R/H, 그리고 48시간 이후에는 18R/H까지 떨어지고, 2주 후에는 1R/H까지 떨어진다(Kearny 1979: 11-12). 대체적으로 2일만 견디면 간헐적인 활동이 가능하고, 2주 후에는 전반적인 활동이 가능할 수 있다.
2. 대피조치의 형태
핵폭발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그 중에서 대피의 실질적 행위는 소개(疏開, evacuation)와 대피(shelter)인데, 이에 앞서서 시행되는 핵공격에 대한 경보 및 안내(warnings and communications)가 더욱 우선적이다.
첫째, 소개는 핵공격이 임박해질 경우 위험성이 높은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거나 자발적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가능하다면 소개가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핵무기가 어디에 투하될지, 그리고 바람방향이 어떠할지를 확신하기가 어렵고, 정부에서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두지 않았을 경우 소개 자체가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좁은 국토라면 소개 자체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소개를 위하여 준비된 대피처를 포기함에 따르는 부작용이 더욱 클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치가 핵공격의 표적이라는 확실한 정보가 있을 경우 이외에는 가급적 소개에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둘째, 대피는 핵폭발의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는 시설로 이동하는 것으로서 근처의 공공대피소나 개인적으로 준비한 대피시설을 이용하는 활동이다. 대피소는 핵폭발 시의 폭풍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낮을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는 낙진으로부터 대피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방사능을 차단할 수 있는 물질로 둘러싸여 있으면서 낙진의 방사능이 자연적으로 감소되는 시간까지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대피의 일반적인 형태이다.
셋째, 경보는 핵공격이 임박하거나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고, 안내는 국민들에게 핵공격 이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알리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행동방향을 제시해주는 활동이다. 이것은 신속성과 정확성이 핵심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경보 및 안내를 위해서는 정부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하고, 핵대피에 관한 전문성을 가진 요원이 이를 담당해야 하며, 텔레비전, 라디오, 공공기관의 확성기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국민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핵공격으로 인하여 전기가 차단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 각자는 건전지용 라디오를 사전에 준비하였다가 정전 상태에서라도 경고 및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핵공격의 경보가 전달될 경우 국민들은 거리에 있을 경우에는 바로 대피소나 집으로 이동해야할 것이고, 직장에 있을 경우에는 빌딩의 지하실이나 깊숙한 곳으로 대피해야 할 것이다.
집에서는 개스, 전기, 기름을 끄거나 잠가야 하고, 창문과 커튼을 닫으며, 그리고 대피처로 이동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통제조치를 강구하고, 국민들 스스로도 질서있게 행동하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활동에는 시간과 정확성이 관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상황별로 어떤 경보와 안내를 전파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과 방법을 사전에 마련해두어야 할 것이다.
3. 한국의 실태
한국은 1970년대부터 민방위(民防衛) 개념을 수립하여 전쟁상황에 대비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 핵대피에 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거나 반영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동안 6자회담을 비롯한 외교적 노력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온 점도 있고, 핵무기의 위협이 피부로 느낄 정도로 가시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이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2008년 국토해양부에서 지하 핵 대피시설 구축 방안에 관한 연구과제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한국건설기술원, 2008) 그 이후 구체적인 조치가 후속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북한에 대한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한 이래로 한국은 민방위 훈련이나 업무를 오히려 축소시켜온 점이 있다. 민방위대원에 대한 교육의 경우 1977년도에는 30시간까지 증대되었으나 현재는 4시간으로 현저히 축소된 상태이고, 매월 15일에 훈련하던 민방위 훈련도 전국 단위 훈련은 연 3~4회로 축소된 상태이다. 정수성 의원은 민방위 폐지론까지 대두될 정도로 그 조직과 업무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정수성, 2011: 15).
아직 민방위조직이나 훈련에 핵대피에 관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핵대피는 아니지만 적의 공습에 대비하여 한국은 1999년 4월까지는 중대형 건물을 신축할 때 지하층을 의무적으로 건설하도록 하였지만 이 조항도 1999년 5월 규제완화 차원에서 삭제되었다. 2006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국회에서 지하 핵대피 시설의 의무화에 대한 개정 법률안이 상정된 적도 있으나(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08: 1), 법제화되지는 못하였다.
민방위 시설의 경우 항공기 공습을 기준으로 할 경우도 전체 중에서 1등급으로 평가된 시설은 총 20여개소에 불과하고 그 면적도 매우 좁다(한국건설기술연구원, 2008: 34) 1등급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수용인원이나 환기 등 세부적 기준에 있어서는 핵대피소로는 미흡한 수준이고, 그나마도 점차 다른 용도로 전용되어 가고 있는 실태이다. 현재의 민방위 대피시설을 핵대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보완작업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Konas)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 관련기사보기
- 입력 된 100자 의견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