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를 고칠 수 있나?
운명이라는 낱말을 누구나가 많이 쓰지만 따지고 보면 그 말의 뜻을 분명하게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직업이 ‘운명감정가’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어마어마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데 성수기에는 문전성시 - 손님들이 길게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남들은 밭을 갈고 김을 매며 땀을 흘려 겨우 밥술이나 먹는데, <주역>에 통달했다는 소위 운명감정가들은 서늘한 방에 편하게 앉아서 오히려 대접을 받아가며 돈벌이를 합니다. 그들에 대한 통속적인 호칭은 ‘점쟁이’인데 사회적 지위가 꽤 높은 이들 중에도 점쟁이를 평생 끼고 산다는 사람도 있답니다.
일전에 어떤 유력 일간지에 몇 차례 크게 광고가 실렸는데 그 헤드라인이 “부자 되는 지름길! 당신이 사용하는 숫자에 답이 있다”로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숫자만 잘 써도 삼재(三災)를 피할 수 있다” “꽉 막힌 운을 시원하게 뚫어줄 숫자의 비밀을 풀어 인생의 2막 2장을 다시 시작한다!” - 숫자의 비밀을 알면 천명을 알 수 있다는 내용의 책도 나왔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참 희한한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부자 되는 지름길’이 있을 리가 없는데도 ‘있다’고 주장하며 당신이 쓰는 숫자에 답이 있다고 큰소리치며 그런 말로 쉽게 밥을 벌어먹는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닙니까?
우리시대의 가장 유명한 운명감정가(점쟁이)는 백운학이라는 매우 잘생긴 남자였습니다. 타고난 운명에 시달리던 많은 저명인사들이 백운학의 고객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용하고 능하고 잘 맞힌다던 천하의 백운학도 자기의 죽는 날은 모르고 있었답니다.
‘팔자’를 고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칠 수 있다고 우긴다면 다만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김동길(www.kimdonggill.com) ‘자유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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