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1주년, 한반도 안보환경과 과제
2년 전인 2012년 6월8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령부 영내에선 한‧미 양국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한 추모비 제막식 행사가 열렸다.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한의 도발대응 등 각종 임무 수행 중 순직한 주한미군과 카투사 장병을 추모하기위해 건립된 추모비 행사였다.
추모비에는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 숨진 보니파스 대위 등 순직한 주한미군 92명과 카투사(KATUSA) 43명 등 총 135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이날 추모비 제막행사에는 김관진 국방장관, 정승조 합참의장, 제임스 서먼 한미엽합사사령관, 백선엽 예비역 대장, 고든 설리번 미 육군협회 회장(전 육군참모총장), 조양호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 김재창‧김동성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공동대표 등 각계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 추모비 건립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 국방안보포럼이 적극적으로 나서 이뤄진 것이었다. 1953년 휴전 이후 6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135명의 주한미군 및 카투사들이 순직했지만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뒤 건립이 추진됐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를 비롯, 한국국방안보포럼, 한미협회, 필자의 회원 등이 건립 비용을 모았다.
서먼 연합사령관은 제막식 추모사를 통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목숨을 잃은 연합사 전사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를 역사상 처음으로 건립했다”면서 “이 추모비는 희생된 카투사와 미군 장병에 대해 우리의 존경의 표시”라고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25일 이상으로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27일에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미 정부나 예비역 단체가 정전협정 체결일에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어온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전협정 체결일보다는 6‧25전쟁 발발일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왔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순직한 주한미군 및 카투사 추모비가 2년 전에야 처음 세워진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다.
오는 7월27일은 정전협정 체결 61주년을 맞는 날이다. 지난해엔 정전 및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들이 있었지만 올해엔 지난해에 비해 관심이 많이 줄어든 듯하다. 하지만 정전 61주년의 의미를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이다.
전후 61년이 지났지만 북한은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해 ‘종전’이 아닌 ‘정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자행한 정전협정 위반사례는 43만 건 이상이다. 직접적인 침투 및 국지도발만 약 3000건에 이른다고 한다.
1990년대 말 이후에도 두 차례의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사건 및 연평도 포격도발, 3차례의 핵실험, 5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전례 없는 고강도 도발이 이어졌다.
북한의 도발은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진행형 북한의 도발의 핵심은 핵‧미사일 등 이른바 비대칭 위협이다. 지난해 3차 핵실험을 통해 북한이 이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위력을 가진 핵무기를 만들 능력을 과시했다.
최근에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며 4차 핵실험을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전문가와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을 합쳐 최소 10개 가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해 핵심적인 사안 중 하나는 소형화 문제다. 지난해 미 의회에선 미국 DIA(국방정보국)가 북한이 이미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북한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2년 5월까지 총 139차례의 고폭 실험을 실시한 뒤 2002년 5월 이후엔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개발을 계속해 온 북한이 고폭실험을 지속하지 않는 이유는 소형화된 핵 기폭장치를 개발하는 데 이미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인도, 파키스탄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보통 첫 핵실험에 성공한 뒤 2~7년 뒤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한다. 항상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군의 입장에선 북한이 이미 미사일 장착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전제로 작전계획 등 대책을 세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응하는 군의 핵심대책은 ‘킬 체인(Kill Chain)’ 과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체계다.
킬 체인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등 목표물을 탐지해서 타격하는 데까지 30분 내에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공격징후가 명백할 경우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많은 한계가 노출되어 있다. 스커드‧노동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100~200기로 추정된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이동식 발사대 100~200기를 모두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은 우리 군은 물론 미군의 역량으로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해 5월 북한이 무수단과 스커드 등 10기 미만의 이동식 발사대를 동해안에서 이동시키며 발사 징후를 보였을 때도 한‧미군당국은 추적에 실패한 경우가 여러차례 있었다. 하물며 전시에 수십기의 이동식 발사대가 한꺼번에 움직일 경우 완벽한 추적이 어렵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KAMD도 보강해야 한다. 군 당국은 패트리엇 PAC-2‧3 미사일로 구성된 하층방어 체계를 우선 구축하고, 고도 40~50km 범위는 2022년쯤 개발될 국산 장거리 대공미사일(L-SAM)로 커버하겠다는 계획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코앞에 와있는데 국산 미사일이 개발되기 전까지 8~9년간의 공백은 어떻게 커버하겠다는 것인가. 주한미군사령관은 사드(THAAD)배치를 건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킬 체인과 KAMD를 보강,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인식과 발상을 전환해 보다 근본적인 대책도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본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비대칭 위협이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대처하기에 바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북한과 똑같은 행태를 보일 수는 없지만 이제는 우리도 북한에 비해 강점을 가진 부분을 중심으로 우리 나름의 비대칭 전략과 전술, 무기체계를 발전시켜야 할 때가 됐다. 예컨대 북한의 핵미사일이나 생화학무기 위협 등에 대해선 ‘김정은 참수작전’으로 대응, 김정은의 도발의지를 사전에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해선 한미정상 간에 이미 합의된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재연기에 대해서도 미측과 시기와 조건을 잘 협상해 또다시 전작권 문제로 고민하고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이 벌어져선 안 될 것이다. 도발 억제와 함께 북한 급변사태 등 갑작스런 통일 가능성에 대한 군사적 대비도 서둘러야 할 때다.
정전 61주년을 맞은 지금 한반도 안보정세는 북한 변수뿐 아니라 중국‧일본 등 주변국 변수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미국과 ‘신형 대국관계’를 내세우면서도 군비증강에 박차를 가하며 패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고, 일본의 아베 정권도 우경화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주변 4강 사이에서 우리의 생존 대전략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우리의 생존 대전략은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하되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새롭게 등장한 청와대 안보 컨트롤타워와 군 수뇌부가 이렇게 복잡하고 머리 아픈 ‘한반도 안보 고차 방정식’을 지혜롭게 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겸 군사전문기자)
* 출처 : 월간 자유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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