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사태가 주는 안보적 함의(含意)
코미디 영화 한 편이 2014년 말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김정은 암살을 코믹하게 다룬 영화 ‘인터뷰(The Interview)’ 제작사인 소니픽처스가 해킹을 당해 컴퓨터 시스템이 마비되고 미개봉 영화 ‘퓨리’ ‘애니’ ‘미스터터너’ 등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해커들은 내부정보 유출만이 아니라 영화를 개봉하면 9·11사태에 준하는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위협했다.
美 연방수사국(FBI)은 지난해 12월 19일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해킹 공격을 ‘사이버 반달리즘’(사이버상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례적이고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정찰총국을 포함해 기관과 개인 10여 곳에 대해 경제제재까지 발동했다.
이에 북한은 즉각 혐의를 부인하면서 미국에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또한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북한의 거의 모든 인터넷 접속이 10시간이나 전면 불통됐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원인이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인터넷 불통 사태가 오바마 대통령의 해킹 비난 발언과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대응할 것이다. 대응의 일부는 보일 수 있고 일부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보복 공격인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영화 ‘인터뷰’는 지난해 12월25일 美 전역에 전격 개봉됐다. 소니픽처스는 자체 사이트를 통해 무차별 배포에 들어갔고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도 온라인 공급에 가세했다. 이런 와중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정식 안건으로 채택했다.
사이버 공격은 해커가 가진 기술을 과시하는 수단을 넘어선 지 오래다. 국가의 기반시설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악성코드를 감염시켜 핵심 부분을 망가뜨리는 일명 ‘사이버 미사일’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적이 노리는 표적도 군사적 목적은 물론 사회·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소니픽처스 해킹, 해킹의 주범으로 북한 지목, 북한 인터넷망 불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사이버전쟁이 더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멀리 볼 것도 없이 2009년 디도스 공격을 시작으로 2011년 농협 해킹, 2012년 언론사 해킹, 2013년 방송·금융기관 전산망 교란 등 북한의 대남 사이버 도발은 계속되고 있다.
악성코드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이 핵·미사일보다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이버 공격은 당하지 않도록 방어하는 게 최우선이다. 안보란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신뢰로 빚어내는 총체적 역량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강력한 디지털 리더십과 디지털 명의(名醫)의 육성이다.
손영동 (사이버안보연구소장)
* 출처 : 국방일보 1월22일 17면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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