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종전 기념 71주년을 앞두고
유럽에서는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 5월 8일이다. 이는 독일의 히틀러를 이어받은 카를 되니츠가 무조건 항복문서에 이날 서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러시아에서는 5월 9일에 승전을 기념한다. 카를 되니츠가 5월 8일 밤늦게 항복문서에 서명했는데 서명 장소인 베를린보다 시차가 빠른 모스크바는 이미 5월 9일 새벽이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사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2차 대전 승전 기념일이 하루로 통일되지 않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승전 기념일’이 없다. 일본의 억압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광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 아래서 각양각색의 무장 독립투쟁을 전개했던 우리로서는 우리 손으로 광복을 쟁취하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독립투쟁을 하셨던 선열들에게 무한 감사와 존경을 바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직접적인 전쟁 개입을 미루면서 소위 말하는 ‘무기 대여법’을 만들어 이 법에 따라 연합국에 무기 및 전쟁 물자를 제공했었다. 영국·프랑스·소련의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상황에서 미국의 막대한 물자 제공은 유럽에서 전세를 뒤집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현재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다. 무기 대여법의 혜택을 제공하고 받았던 우방 국가들이었던 미국과 소련이 냉전 시기를 거쳐 소련이 해체되고 다시 러시아가 됐음에도 여전히 독일이라는 공적이 있었던 시기와는 다르게 관계가 소원한 것이다. 국제질서 속에서 영원한 우방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실감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에게 외교·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러시아임을 상기해 보자.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우리 정부의 ‘통일 대박론’과 맞물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즉, 북한이 스스로 붕괴할 경우 중국이 흡수하지 않도록 우리가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제국 말 매국노들이 우리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었던 것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북한에 잠정적 매국노들이 있고 그들이 붕괴하는 북한을 중국에 팔아먹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에 노파심이 인다. 중국과 직접적인 관계 외에도 중국의 북한 흡수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러시아의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같은 민족으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평화통일을 이뤄서 민족의 번영을 추구해야 할 당위성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방법론과 다양한 시나리오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실 직시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을 잠재우고 평화적인 협상과 타협의 길로 인도해 민족의 통일을 이뤄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요, 숙제다.
임무를 다하고 과제를 푸는 방법으로 동맹국들의 협조를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공조를 통해 2차 대전의 결과가 우리에게는 원만하지도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은 현실을 통일과 민족 번영의 길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힘이 가장 중요하다! 용맹한 국군이 자랑스럽고 믿음직스러운 이유다!
* 이 칼럼은 국방일보 4.25자에 게재된 글임.
서상국 / 단국대 러시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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