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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최근 북-중-러 관계의 맥락과 그 미래

Written by. 장광열   입력 : 2025-10-16 오전 7:5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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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일, 중국의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는 소위 중국의 전승절 80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이 중국과 연대감이 있는 세계 정상들이 사열대를 가득 메운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당사자인 시진핑 중국 주석이 사열대의 맨 앞, 정 중앙에 자리하였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오른쪽에 위치하였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자리하여 당당하게 단상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은 그동안 중국과 우호 관계를 지속해 왔던 많은 주변 국가 원수들의 위상을 뛰어넘는 최혜국 대우로서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었다. 또한 이 모습은 그때까지 관념적으로만 존재해 왔던 북-중-러의 삼각동맹 및 신냉전의 신호탄으로까지 확대해석 되기도 하였다.

세계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소련은 전쟁 말기에 발 빠르게 아시아로 진출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체제인 공산주의를 이식하기 시작하였고 한반도 북부 지역에는 김일성을 앞세워 공산주의의 확장을 시도하여 성공하였다. 그리고 중국 지역에도 국공 내전의 승리를 거머쥔 마오쩌둥을 지원하며 동아시아 거의 전부를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이와 같은 상황은 소련의 스탈린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당시 마오쩌둥과 김일성이 그에게 의지했다는 많은 증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탈린이 사망하고 6.25 전쟁이 끝나자 3국가의 관계는 순식간에 돌변하였는데, 흐루쇼프가 소련의 권력을 이어받으면서 스탈린 탄핵운동이 일어났고 이후 3국 간의 관계는 급속히 허물어지게 되었다. 연이어 중소분쟁이 발발하면서 양국 관계는 적대적으로 변하였고 북한은 6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체사상과 4대 군사노선을 주장하면서 두 국가로부터 거리를 두려 하였다. 이때부터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를 오가는 소위 등거리 외교를 표방하고 상황과 이익에 따라 외교적 자세를 변화시켰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를 뒤덮었던 냉전이 종식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체제가 성립되자 북한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궁핍을 동시에 맞게 되었다. 이와 같은 극단적 상황 변화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개발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 되었고 북한의 핵개발은 북한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도 외면받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이와 같은 북-중-러 관계의 맥락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대를 잇는 긴 시간 동안 유지되었는데, 특히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더욱 가속화되자 중국과 러시아는 UN이 제시한 대북제재에 찬성표를 던지며 적극적인 북한 봉쇄 자세를 견지하였다. 

위와 같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는 스탈린 사망 이후 순탄치 못한 기조 속에 간헐적인 우호 관계가 공존하는 역사를 보여왔으며 양 강대국 속에 북한은 회색적인 자세를 지향하였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등장하면서 중-러의 반북 태도는 더욱 악화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정은의 핵 개발이 그 원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에 대한 중-러의 반목적 자세가 전도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중 전략적 경쟁이 표면화된 2018년에는 중-북의 우호 관계가 복원되기 시작되었고, 2022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북한이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되면서 러-북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는데, 이렇게 북한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향상되면서 중국과는 다소 소원한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번 베이징에서 보여주었던 북-중-러 정상의 모습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세기적 사건으로 포장할 수 있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단극 질서에 대항하는 결의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진정한 협력을 기대하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여러 사안에 대해 협력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국경을 사이에 둔 두 강대국이 지역적 패권을 양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그 근본 이유이다. 이는 중국의 확장 프로젝트와 러시아의 보호주의적 성향, 미국과의 협력에 대한 인식, 국경 지역에 대한 상호 신뢰, SCO 운영에 대한 전략적 태도 등에서 비롯된다. 특히, 북한을 둘러싼 두 국가의 상호 인식변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가운데, 협력과 갈등이 병존하는 과거의 이중적 관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양 강대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약소국 북한이 국제정치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그들의 고압적 내정간섭에 직면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통적 등거리 외교의 재현은 3국의 동맹적 관계 유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서 무역질서에 국가의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음에 따라 언젠가는 미국과 타협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종결짓고 나면 더 이상 북한의 병력과 재래식 무기의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3국의 협력 매개체인 반미협력이 흐트러지게 될 것이며 그만큼 북한의 중요성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북-중-러 3국의 우호적인 협력도 그 영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위와 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현재의 북-중-러 3국의 우호적인 협력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은 북한이 선진 핵기술과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고 중국으로부터는 당장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내부 독재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여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이 확장될 가능성이 점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의 북-중-러 3국 협력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대응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진력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한미 간의 포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건국 이후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기본 축이므로 현대 총력전 체제하에서 군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밀접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째, UN 및 우방국가들과의 외교 및 협력체제를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와의 무역과 교류를 통해 국가의 생존과 능력 향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국가이다. 따라서 UN 회원국 및 우방국가와의 관계 향상에 진력하고 특히, 이웃 일본과의 선린 관계 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 번째, 북한과 중-러의 접촉 및 협력에 대한 지속적 추적, 감시이다. 북한은 미-중 전략적 경쟁과 우-러 전쟁이라는 호재가 동시에 발생한 현 상황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양국을 통해 국방 및 전 분야에 대한 이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과 범위, 규모 등을 상세히 파악하여 전반적/사안 별로 국가 안보에 비추어 대비하여야 한다.

네 번째, 중국 및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외교 관계 유지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와 특별한 경쟁적 관계가 아니며 가시적/직접적 안보 위협도 존재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 도래하였을 때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창구를 항상 열어 놓고 외교적 고삐를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konas)

장광열 :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정치학 박사)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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