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급변사태 대책
바야흐로 한반도의 관심이 북한 급변사태로 쏠리고 있다. 물론 북한 급변사태에 관심이 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죽기 전 제1차 북핵 위기가 일어났을 때도 북한 급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때는 급변이라 하지 않았고 연착륙이냐 경착륙이냐를 논했다.
북한 경착륙과 연착륙 이야기가 나온 것은 1989년 동유럽 붕괴와 1991년 소련의 붕괴 때문이었다.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경제활동을 해야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 당시는 냉전기였으므로 자본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끼리 공사주의 국가는 공산주의 국가끼리 교역을 했다. 이념 블록처럼 경제 블록이 존재한 것이다.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는 공산 경제블록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살아남은 공산국가들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공산국가끼리의 교역을 토대로 경제를 운영하던 베트남이나 북한, 쿠바 같은 작은 공산국가들은 생필품 부족위기에 직면했다.
유일한 예외가 1978년 일찌감치 개혁개방을 선택해 세계의 공장이 돼 가고 있던 중국이었다. 중국은 자본주의 경제권에 상당 부분 편입돼 있었으므로 공산 경제권 붕괴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지 않았다. 반면 폐쇄정책을 고집한 북한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
북한은 이 위기를 막기 위해 핵 개발을 시도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봉쇄정책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1993년 북한에서는 큰 홍수 피해가 일어나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해졌다. 경제난과 식량난 그리고 원유 부족 등이 겹쳐졌기에 많은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것으로 보았다.
그래서 나온 것이 어떻게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것이냐란 논의였다. 북한이 동유럽이나 소련처럼 일순간에 무너져 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것을 경착륙이라 하고 서서히 자본주의권에 편입되면서 정권이 교체돼, 난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연착륙으로 불렀다. 그로 인해 한국과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을 연착륙시킬 것이냐 경착륙시킬 것이냐를 놓고 논쟁이 일었다.
이 논쟁은 1994년 7월 8일 김일성이 사망함으로써 더욱 뜨거워졌다. 김일성이 사망하자 대세는 연착륙 쪽으로 돌아섰다. 경착륙을 해 난민이 많이 발생하면 한국 경제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증가하면서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 자생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많아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탄생한 것이 1994년 10월의 제네바 합의였다.
당시 북한은 에너지난을 이유로 핵 개발을 한다고 했으므로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지어 북한의 에너지난을 해결해 주고 대신 북한은 핵 개발을 포기시킨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 무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보고 플루토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켰다. 그리고 누구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는 10여년 동안 서서히 북한을 붕괴(연착륙)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실패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속셈을 알아채고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에 도전했다. 김정일 정권은 핵무기가 있어야 외부 세력의 공세를 막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북한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이 아니니 제네바 합의를 어겼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노렸다. 그리하여 2003년 미국은 제네바 합의를 파기시켰다.
그리고 준비한 것이 북한 급변사태였다. 급변사태라 함은 북한에서 내란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미연합사를 통해 작전계획 5029를 준비했다. 이 작계는 개념계획으로 불리기도 했고 우발계획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여기서는 작전계획 5029로 정리한다. 5029는 북한에서 내란에 준하는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미연합군이 어떻게 개입해 북한을 안정시킬 것이냐란 문제를 다루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 노무현 당시 한국 정부는 반대했다. 노무현 정부는 작계 5029를 만드는 것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해 북한의 핵 개발을 가속화하고 한국 주도의 평화통일을 어렵게 한다고 보았다. 그로 인해 노무현 정부와 부시 미국 정부사이에서는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 한미간의 이 갈등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해소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을 일으켜 남북한 관계를 경색시켰다.
그리고 당시 등장한 것이 북한 급변대책 문제이다. 이 문제는 지난 9월 김정일이 뇌졸중(중풍)에 걸렸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급격한 관심을 끌었다. 중풍에 걸린 상태에서 국가를 지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쿠바의 카스트로도 치매에 걸리자 국방장관을 맡고 있는 동생에게 통치를 위임했다. 김정일이 대중 앞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북한에서는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동유럽과 소련이 붕괴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어려운 생활을 하는데 단련되었기 때문에 북한은 김정일이 사라져도 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각은 그 반대이다. 실재로 북한은 김정일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북한 사회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무척 겁을 내고 있다.
NGO 단체가 김정일의 건강 이상을 담고 있는 삐라를 제작해 북한으로 날렸을 때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언제 찍었는지 알 수가 없는 건강한 모습의 김정일을 찍은 사진을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하고, 개성관광 중단, 북한지역 출입통제,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 업체들의 철수 압력을 넣기에 이르게 되었다.
김정일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권력의 속성상 '차기'를 놓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북한은 병영국가이므로 이 갈등에 군부가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군부는 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둘로 갈릴 수도 있다. 또 군부와 비군부 세력이 대립할 수도 있다. 북한 급변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난다.
그로 인해 북한 경제가 더욱 긴박해지고 여기에 식량난이 보태지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주변국으로 빠져나온 북한 난민은 주변국을 어지럽게 할 수 있으니 주변국은 북한 난민 발생을 막을 방안을 마련한다. 북한에 군사력을 투입해 북한 사회를 안정시키고 긴급 구호활동을 해 자국으로 난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북한 안정화를 위해 들어가는 주변국의 군사력이 북한의 무장세력과 충돌하는 경우이다. 주변국 군사력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북한 무장세력의 무장을 해제하는 것이므로 이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충돌이 커지면 자칫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것이 북한 급변사태에 개입해야만 하는 주변국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북한 급변사태의 모델로는 동티모르와 코소보 사태를 꼽을 수 있다. 한국군도 참여한 동티모르 사태는 주변국 군사력의 개입으로 급변사태가 부드럽게 해소된 경우이다. 호주군을 필두로 한 다국적군은 동티모르에 들어가 무장세력을 제압하고, 동티모르에 대한 영유권을 확보하려는 인도네시아의 욕심을 차단시켰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투표) 자치정부를 세우게 되었으나, 경제를 성장시킬 확실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지금은 무장 투쟁만 종식시킨 상태에서 제자리 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코소보 사태는 세르비아의 학정으로 시작되었다. 세르비아가 코소보에 사는 알바니아계 주민들을 탄압해 난민을 발생시키자 미국과 NATO가 개입해 세르비아의 횡포를 제압하고 코소보를 독립시켜 주었다. 이 과정에서 NATO와 세르비아 사이엔 제법 큰 무장 충돌이 있었다. NATO의 공군기들이 출격해 세르비아 지역을 여러번 폭격한 것이다.
북한 급변사태는 동티모르 모델로 갈 것인가, 코소보 모델로 갈 것인가. 어떤 모델로 가든 군사적인 개입은 불가피하다. 군사적인 개입을 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입을 하는 나라의 군인은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국민들은 개입을 지지해 준다. 두 번째로는 무력충돌을 최소화하며 진입해야 한다.
저항 없는 진입을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상대가 강력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투입해 제압하는 것이다. 이른바 위력시위를 벌여 순순히 무기를 내놓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속한 전개이다. 한 날 한 시에 북한 전 지역에 막강한 군사력을 투입하면 무장세력은 포기하고 무장해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준비와 계획을 만들어 놓자는 것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난 정부의 반대로 작성이 무산된 작전계획 5029나 또는 그와 비슷한 평화유지 작전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준비를 할 것인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와 관련해 한 가지 유의할 것이 있다. 러시아가 그루지아 사태에 개입한 것과 같은 사태가 북한에서도 일어나지 않을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이다. NATO에 가입할 예정인 그루지아는 러시아로부터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자국 내에 있는 친 러시아 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했다.
그로 인해 친 러시아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자 러시아는 이를 그루지아 급변사태로 보고 북경 올림픽이 개막되는 날 바로 군사력을 투입해 그루지아 정부군의 친 러시아 세력 탄압을 막아버렸다. 북한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주변국 가운데 일부는 북한에 먼저 군사력을 투입해 북한 지역을 안정화시키고 북한을 그들의 영향권 안에 두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한국으로서는 큰 고민이다.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권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한국은 통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고 서둘러 개입했다가 한국의 개입에 불안을 느낀 주변국이 개입한다면 한국은 이 나라와 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북한 급변사태 대응은 복잡한 문제인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것까지 염두에 두고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konas)
이정훈(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 월간 자유지 12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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