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시대,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미국의 제44대 대통령으로 정식 임기를 시작했다. 오바마는 그가 존경하는 링컨이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에서 기차를 타고 워싱턴을 향해 떠났던 것처럼 필라델피아를 출발해 열차편으로 워싱턴에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그가 지나는 연도에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모여 축복하며, ‘희망의 시대’를 열어줄 것을 소망했다. 오바마 개인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은 80%로 역대 당선자 중 최고라고 한다. 심지어 취임하기도 전부터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Obama 2012’ 라는 뱃지를 달고 다닌다고 한다. 이런 기대만큼 과연 오바마는 미국과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오바마는 미국의 비주류 계열에서 탄생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워싱턴 중심의 기존 정치질서를 타파하고 ‘변화를 원한다(Change We Need)’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결과다. 그에게 거는 미국인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르지만 변화를 열망하는 미국인들의 희망을 그가 얼마나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앞에 놓인 과제들은 결코 녹녹치 않아 보인다. 미국 자체가 지금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의 여파로 재정적자는 갈수록 늘어가고, 민심의 분열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시대를 40대 약관의 오바마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이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제살리기이고, 다른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실추된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대선과정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통한 경제회생을 제1과제로 추진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해 다시 ‘존경받고 품격 있는 국가’로 만드는 과제는 부시 8년간 일방주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미국이 다시 세계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얼마나 잘 보여주는가에 달렸다.
우리가 오바마 행정부에 희망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오바마 리더십의 핵심이 ‘통합과 균형’의 리더십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오바마는 취임 전날 치열하게 싸웠던 공화당 메케인 후보와 만찬을 가졌고, 대선과정에서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지명했다. 그의 초대내각은 다양한 인종과 출신을 포용하면서도 ‘드림팀’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명망가들로 꾸며졌다. 국내정책의 핵심인 경제 분야에서는 현재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경제활성화 정책을 포함하여 조세, 근로자와 중산층 보호, 무역, 교육 등 주로 서민들을 배려한 이슈들을 강조했다.
외교분야에서는 세계를 향해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대선 기간 동안 그를 지지했던 싱크탱크들을 중심으로 오바마 시대의 외교를 전망케 하는 중요한 개념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MGI(Managing Global Insecurity) 프로젝트 보고서에서 제시한 ‘책임지는 주권(responsiblesovereignty)’은 국가주권의 행사에는 다른 국가는 물론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한다는 개념을 강조한다. 전통적 주권개념이 국경의 신성불가침,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에 근거했다면, 책임지는 주권은 국내정치적 행위가 초래하는 외부적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닉스 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제시한 ‘전략적 리더십(strategicleadership)’이란 미국의 힘과 지위를 상호 이익을 위해 행사하겠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입증하여 세계의 모든 이들이 따라 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미국진보센터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안보(sustainable security)’는 미국의 국가안보, 개인들의 안전과 안락한 삶을 위한 인간안보, 세계 전체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집단안보, 이 세 가지 접근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신미국안보센터가 제시한 ‘균형력(power of balance)’은 세력균형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력균형이 주로 군사력에 입각한 국가간 관계의 제로-섬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균형력은 국가가 국제체제의 다양한 행위자 중 하나일 뿐이고, 외교와 무역을 통해 제로-섬이 아닌 윈-윈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상의 개념들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나 편향된 외교수단에 대한 균형잡기 측면을 강조한 표현들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외교철학을 실천한다면 세계는 분명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세계는 그의 취임에 많은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취임사에서 희망을 말하는 동시에 ‘책임’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물론 미국인들 스스로 개인적 의무를 다해야 할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책임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반테러라는 명분 하게 이뤄진 일방주의 외교의 유산을 어떻게 일소해 다시 안정되고 평온한 국제질서를 창출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오바마 행정부가 자국 국민들에게 정부로서 소임을 다하는 동시에 미국에실망한 세계인들에게 미국의 위상에 걸맞는 책임과 의무를 어떻게 다할지 세계는 지켜볼 것이다.(http://www.sejong.org/)
이상현(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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