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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화시스템의 미래를 생각한다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지역이 특정통화권이 되기보다는 유럽처럼 공동통화권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Written by. 윤덕룡   입력 : 2009-02-28 오전 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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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경제가 겪고 있는 대표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환율불안이다. 2008년 1월 940원에 불과하던 원/달러 환율은 연중 한때 1520원까지 올랐다가 연말에 1257원으로 마감되었다.연간 변동폭은 320원에 달하고 변동율은 34%를 넘는다. 2009년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환율은 다시 2009년 2월20일에 1500원을 돌파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저하와 국제유동성 부족으로 당분간 환율상승 압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경기침체에도 달러화가 오르는 까닭은?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달러화의 가치 상승이다. 세계경제의 침체를 야기한 것은 미국의 금융부실과 미국의 경기침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현재 국제통화시스템이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세계 모든 국가들이 국제거래를 위해 달러화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은 미국과의 거래만이 아니라 유럽국가들이나 주변의 중국, 혹은 일본과의 거래를 하기 위해서도 달러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침체로 달러화의 공급은 급속히 감소하였다. 그 결과 세계적인 달러화의 부족현상이 발생하였고 달러화가 급속히 평가절상되는 계기가 되었다. 향후에도 미국의 경기침체가 악화될수록 달러화의 부족은 심화될 것이며 미국통화인 달러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모순된 현상을 보이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달러화에 근거한 국제통화시스템은 선진국보다 이머징(emerging) 국가에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야기한다. 선진국들의 통화는 대부분 국제적인 호환성을 가지고 있어서 환율상승의 문제는 발생해도 외화 유동성공급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압력만이 아니라 달러화 조달 자체가 어렵게 되는 유동성공급 불능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세계적 경기침체, 이머징 국가에 더 타격

실제로 유럽의 유로화, 일본의 엔화, 영국의 파운드화 등은 언제라도 달러화와 교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달러화가 부족해질 경우 환율은 상승해도 달러화 조달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 자력으로는 달러화 조달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의존해야하는 상황까지 초래될 수 있다. 그리고 이 국가들의 금융불안은 세계적 금융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최근 라트비아 등 발틱해 연안국들과 폴란드, 체코 등의 동구권국가들이 외화 유동성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국가들이 단기채무를 갚지 못하여 디폴트 상황에 빠지게 되면 유럽금융기관들의 자산 감소 및 부실가능성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세계적인 달러화 공급을 감소시키고 수요를 증가시킴으로 달러화 가치를 추가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게 된다.

한국의 원화도 국제적인 호환성을 가진 통화가 아니다. 따라서 필요한 외화는 수출을 통해서 벌어서 써야 한다. 외화를 조달하는 다른 방안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달러화 부족으로 외화채권의 발행은 높은 이자율을 지급해야 할 뿐 아니라 3개월 이상의 기간물 확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해외투자 유치는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전 세계가 달러화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화 통화체제가 가진 문제점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통화체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화 유동성을 공급하고 조절하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달러화의 공급과 가치의 안정여부는 미국이 국내경제 정책을 위해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관리한 결과에 의해 정해지게 된다. 미국의 경기와 원/달러환율이 긴밀한 연관성을 보이는 이유이다. 결국 미국의 금융경색과 경기침체가 달러화 유동성 부족을 심화시키게 된 것이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달러화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는 배경이다.

‘중앙은행’이 없는 국제통화체제

일반적으로는 어떠한 통화시스템에도 중앙은행이 존재한다. 중앙은행이 통화의 과부족에 따라 유동성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그 통화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국제통화체제에는 중앙은행이 없어서 최종 대부자 기능을 통해 통화가치를 안정시킬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달러화 통화체제를 가져온 브레튼우즈 협정에 의하면 사실상 IMF가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그 결과 통화의 과부족이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세계경제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현재의 국제통화체제 안에서 달러화 유동성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환율안정을 기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적극적인 수출을 통해 국제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 IMF의 기능을 보완하여 국제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다. 셋째, 국제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들과 통화스왑 등을 통해 국제유동성을 제공받는 협력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넷째,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역내국들간 지역통화체제를 만들어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제거래의 안정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상기 방안들은 대부분 이미 시행중에 있다. 한국은 수출증가로 획득한 외환을 축적하여 세계 외환보유고 6위의 국가가 되었다. 그 외의 대안에 대해서도 이미 상당한 정도 정책화가 진행되고 있다. IMF는 단기자금 공급을 위한 프로그램을 새로 설립하였다. 또한 지난 해 11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IMF 및 세계은행 등 브레튼우즈 국제기구의 개혁에 합의하였다.

아시아 지역통화체제 도입 필요성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통화스왑 협정을 맺어 필요시 주요 통화를 상호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통해 ASEAN과 한·중·일간 다자적 통화지원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은 아시아 지역에서 운용가능한 지역통화체제의 도입이 될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통화체제에 관한 논의가 97년 외환위기이후 지속되어 왔다. 물론 이러한 시도들이 관련국 상호간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현실화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달러화에 기반한 국제통화체제는 세계화의 진전이후 그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세계화 진척으로 통화 및 유동성의 불안정성이 현저하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엔화와 위안화의 각축, 한국의 선택은?

중장기적으로 결국 달러화중심의 국제통화체제는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달러화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몇 개의 지역통화권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럽은 유로화를 통한 거래로 독자적 통화권을 구성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적극적인 위안화 국제화 노력과 증가하고 있는 경제적 영향력은 위안화의 위상을 급속히 제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아시아 지역이 특정통화권이 되기보다는 유럽처럼 공동통화권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대한 통화권의 변화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꿈을 가질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실현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www.korea.kr)

윤덕룡(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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