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남북관계 해법은 무엇인가?
북한은 한반도의 군사긴장 조성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1월 조선중앙TV에는 군복을 입은 총참모부 대변인이 등장하여 북한군이 전면대결태세 진입을 운운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남북 정치군사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다. 급기야 개성공단의 통행차단 조치로 우리 국민들이 억류되는 사태가 초래되었다. 조평통 서기국은 지난 3월14일 "북남합의들을 무시하고 동족을 적으로 여기는" 이명박 정부와는 "그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며 오직 무자비한 징벌로 결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진짜 남북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반공화국(반북) 대결책동으로 북남관계를 파탄시키고 전쟁접경까지 몰아간 범죄행위에 대해 온 민족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북한외교부는 대미수교 이후에나 비핵화를 생각할 수 있고 그것도 6자회담이 아닌 핵보유국사이의 핵 군축회담을 통해 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더욱이 북한은 인공위성 실험을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포동2호 미사일 발사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핵실험이후 중단된 벼랑끝외교가 재 가동되고 있다.
1. 정부의 탓인가?
북한의 주장대로 또는 우리사회 일각에서의 지적과 같이 북한의 강경한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탓인가? 북한은 남북대화를 거부하고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남쪽의 사죄와 함께 '비핵개방 3000'구상 폐기와 6.15, 10.4 공동선언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되면 북한의 강경 노선도 전환될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해서 북한의 강경 노선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탓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에 있어서 핵심적 사업이 비핵·개방3000구상이다. 비핵·개방3000구상은 과거 서유럽의 경제부흥을 위해 미국이 제공했던 '마샬플랜'을 방불하게 하는 북한경제 재건을 위한 대규모 지원 프로젝트이다. 재정·경제·인프라·교육·복지의 5대 분야에 걸친 대규모 패키지 지원을 통해 북한경제를 3000불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방안을 담고 있다. '엄격한 상호주의'나 '강경 대결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개성공단, 금강산·개성 관광사업 등 과거정부의 기존 경협사업을 모두 계승했다. 2008년 남북교역도 전년대비 1.2%가 증가(18억2천만 달러)하였고 남북왕래인원도 전년대비 24.8%나 증가하였다. 그리고 개성공단 북측근로자도 74% 증가하였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제의하여 왔다. 금강산에서 우리 관광객이 비극적으로 북한군에 의해 사살 당하던 날, 이 대통령은 국회 개원연설을 통해 6.15, 10.4 선언 이행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대북 식량지원 의사도 표명하고 있고 민간단체와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북한은 왜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가? 놀랍게도 북한은 남한에 신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예외 없이 동일한 모습을 보였다. 남북대화와 교류를 중단시키고 모험적 행동에 나선다. 강력히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임한 해의 여름에는 대포동 미사일까지 발사했다. 북한은 노무현 정부 때도 미사일도 쏘고 핵 동결을 해제했고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시켰다. 그간 남한에 신정부가 등장한 직후면 보인 예외 없이 일관된 행동으로 볼 때 이명박정부를 일단 길들이고 보겠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 특히 북한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악화가 이명박 정부의 비타협적 강경 노선에 있다는 식으로 몰아감으로써 남남갈등을 부추겨 이명박정부의 국내적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고 볼 수 있다.
2. 대미 압박 및 후계구도 발판마련
한미양국에 각각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라는 새로운 정부들이 등장했다. 이는 16년 전 상황과 매우 유사한 환경이다. 16년 전 한국에 김영삼 정부가 등장했고 미국에는 클린턴정부가 출범했다. 선거전과 정권인수 과정에서 클린턴측은 직접협상과 당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향에서 대북정책을 검토했다. '피는 동맹보다 진하다'는 취임사로 시작한 김영삼 정부도 비전향장기수 이인모를 북한에 돌려보내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취했다.
그런데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고 협박하고 남북협상을 보이콧했다. 이어 북한 군부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을 총동원했다. 얼마 뒤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북핵문제의 종국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북 직접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본열도를 향해 노동미사일을 발사했고 결국 미북 고위급회담을 얻는데 성공했다. 또한 한반도의 초긴장 상황을 활용, 김정일은 국방위원장에 취임하여 북한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다. 후계구도의 완성과 함께 오늘의 선군체제 골격이 당시 만들어진 셈이다.
현재 북한의 벼랑끝 행동패턴은 16년 전과 놀라울 정도 유사하다. 오바마 신정부가 대북직접대화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군사적 전면대결태세를 운운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미사일 카드를 다시 들먹인다. 북한은 승부수를 걸고 있다. 벼랑끝외교를 통해 재미를 보았던 과거경험에서 초장에 기선을 제압하여 핵무장과 관계정상화를 동시에 획득하는 파키스탄식 해결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대내 정치적 측면도 16년 전과 마찬가지로 고려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건강이상으로 인한 대내 동요를 막고 후계구도를 만들어야 할 과제가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여 대내결속을 꾀하고 체제에 대한 지지를 동원하는 수순을 밟으며 미국과의 담판과정을 극대화하여 궁극적으로는 후계구도를 구축하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후계구도를 위한 대내외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클린턴장관은 2009년 2월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수행기자들에게 '미국은 북한이 곧 후계자문제를 둘러싼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한 협상을 진행하는 상대방의 민감한 후계문제를, 그것도 매우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금기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외교수장은 거침없이 그 점을 언급했다. 클린턴장관이 거물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현재 오바마 정부가 어떻게 북한의 벼랑끝외교를 분석하고 있는지 단초를 제공한다. 그것은 미국이 현재의 북한 벼랑끝외교가 후계구도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3.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남북관계 갈등이 후계구도와 대미 압박과 관련한 북한의 의도적 강경 행동에 기인한 상황에서 당장 남북의 갈등관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16년 전 북한의 강경한 정책과 관련, 김영삼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는 매우 전향적 정책을 취하였다. 북한이 준전시상태 선포와 함께 NPT를 탈퇴하고 대미 직접협상을 요구하자, 당시 김영삼 정부는 '남북당사자해결원칙'을 포기하고 미국의 클린턴 정부에게 대북 직접협상에 응하도록 적극 중재하는 모습을 취하였다. 그 결과 김영삼 정부는 철저히 북한에게 외면당한다. 1993년6월 미북 고위급회담이 개최된 이래 2000년 초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선언까지, 거의 7년 가까이 북한은 철저히 한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소위 '통미봉남'의 시대였다.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북한의 요구에 부응하는 전향적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갈등의 남북관계가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 더욱이 북한은 역대 남한정부들을 상대했던 경험에서 어떻게 남한정부를 다루면 될지 나름대로의 판단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실 북한이 남한정권이 바뀔 때마다 몽니를 부리며 길들이기에 나서는 것은 우리 잘못도 크다. 역대 정부들은 남북대화가 끊어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어떤 정부든지 간에 남북대화가 없으며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등 국내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이 되었다. 남북대화는 대북정책의 수단인데 언제부터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북한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남북대화를 우선하는 남한정부들은 결국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신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남북관계가 중단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이유다. 악순환을 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남북대화는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북한에게도 분명히 이익이다. 이익이 있다면, 북한은 반드시 대화 테이블로 오게 되어 있다.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대북 정책 입지를 좁혀왔다. 지난 10년간 한국정부는 북한이 개혁·개방하지 않는 이유를 외부의 냉전구조에 있다고 보고 북한이 스스로 개혁·개방에 나서도록 하는 외부환경 조성에 주력하면서 북한문제의 본질에 관해 외면하여 왔다,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표방하여 왔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개혁개방을 하지 않는 이유를 한반도 냉전구조 탓으로 보았다.
따라서 미국, 일본 및 한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냉전구조의 핵심이고 대북 적대정책을 해소하면, 북한 스스로 핵문제를 풀고 개혁·개방으로 나선다는 발상이었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변화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를 '외부 탓'(냉전구조)로 보아 냉전구조 해체에 주력하였다. 북한에 대해 내부적 모순에 관해 조언하기 보다는 주변국들의 대북정책 완화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국내에 '퍼주기' 논란까지 감수하고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지원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대북정책은 결국 북한의 변화를 촉진했기보다는 북한의 변화를 방해해왔다고 볼 수 있다. 북한 문제를 '외부탓'으로 돌림으로써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지 못했다. 또한 변화란 적당한 어려움에서 초래되는 것이지만 한국의 일방적 지원은 북한정권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초래하였다. 그 결과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조성하는데 실패하고 결국 북한의 핵실험을 초래하는 실패를 맛보았다.
사실상 한반도와 그 주변에는 냉전구조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들이 공히 세계화의 흐름에 참여한 상황에서, 북한만이 실패국가(failed state)로서 존재한다. 결국,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 '냉전구조의 해체'가 아니라 북한문제의 해결이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냉전구조의 해체만 표방하고 '민족끼리, 우리끼리'라는 편협한 사고틀에 갇혀 있었다. 또한 기존 틀을 깨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우방국.주변국들과의 관계가 흔들리고 전략 환경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했으며, 그 결과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는 틀을 만드는 노력도 통일논의도 실종되었다.
외부 환경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으로 북한 내부의 문제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 필요하다. 베트남은 통일이후 외부위협 탓에 폐쇄적인 정책과 군사노선을 견지하였고 그 결과 경제가 낙후되고 많은 국민들이 보트 피플이 되어 국가를 등지는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외부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모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도이모이'정책을 추진하면서 스스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였다. 현재 활기에 찬 베트남경제가 현실화되었다. 북한도 마찬가지로 본다. 외부 위협이 아니라 내부의 문제이며 북한 스스로 내부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개혁·개방에 나서야 문제가 풀린다.
결국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몽니에 수동적으로 쫓아가는 정책이 아닌 '전략적이고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이다. 우리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단지 남북대화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해야 하며, 같은 민족인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통해 화해와 공존의 길을 열고 통일로 가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이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 북한의 개혁·개방, 인권이라는 우리의 대북정책 원칙을 지키는데 '철저'하면서 이러한 원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매우 '유연'하게 대응하는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일정 시점이 경과한 이후 북한은 필요하다면 반드시 남한과의 대화 테이블로 돌아올 것이다. 이명박정부는 상생·공영의 대북정책과 관련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시하고 대북 경제협력에 관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실험이후, 북핵협상은 새로운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북핵 협상이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할 경우, 그것은 결국 평화체제문제와 북한 경제재건 문제와 맞물려 갈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비핵.개방3000구상의 포괄적 대북지원에 대한 행동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끝으로 남북관계의 갈등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가장 첩경은 남남갈등의 해소이다. 남남갈등이 없다면 한국은 북한에 대해 보다 의연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취할 수 있다. 한국의 민주화이후 북한은 한국의 총선, 대선 등에 영향을 미치려 해왔다. 한국의 정치일정에 맞추어 북한은 군사적 도발과 정상회담 카드를 활용했으며, 한국선거에 있어서 북한의 움직임은 중대한 변수가 되어왔다. 그 결과 북한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치 세력 간 갈등이 증폭되었으며, 그것이 일반국민들까지 포함되는 '남남갈등'으로 비화되었다. 국민적 합의가 없는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남남갈등이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한, 우리는 북한과 관련 수동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konas)
출처 :KPI
윤덕민(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안보통일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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