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이은 대남 긴장 조성 발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극도의 긴장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이나 개성에 상주하던 현대 직원의 억류로 개성공단을 사이로 남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문제와 정부의 대북 정책방향을 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4·19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북한개방전략포럼'(주최 :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는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의 의미와 파장', '남북합의와 개성공단의 제도적 개선방안',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의 미래 전망'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 12일 서울 서대문구 4.19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 2009년도 제2차 북한개방전략포럼. 이 날 포럼에서는 문제가 되고 있는 개성공단을 주제로 현재적 측면에서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 등 다각도의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konas.net

 이 날 포럼에서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성공단 특혜조치 재검토의 의미와 파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개성공단에 부여된 '특혜조치'와 이어 파행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문제점과 특혜조치 철회 시 예상되는 손실 등을 분석한 뒤 "개성공단 계약변경 문제에 관한 남북 당국간 접촉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을 국제공단화함으로써 남북경협사업이 북한의 대남 압박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개성공단에 상주하고 있는 우리측 기업은 중소기업 내지 영세기업 중심으로 편중돼 있어 북한이 억지와 궤변으로 큰소리를 치게될 경우 이번 사태에서 보는 것처럼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해 북한의 주장에 코가 꿰어 발이 묶일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향후 북한의 약속 불 이행시 대담하게 철수할 수 있는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공기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위원은 토지보상비 증액, 토지사용료 계약 변경, 임금인상 등 북한의 요구사항과 관련, "개성공단 입주 기업은 대부분 영세기업들로, 북한의 특혜 조치가 철회되면 부도라는 극단적 상황이 전개될 수 있고 이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외국 바이어들의 우리 기업에 대한 신뢰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는 대북 경협사업의 전반적 실태를 점검해 유용한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남북경협사업이 북한의 대남 압박수단이 되지 않게 하려면 개성공단과 같은 경협사업이 국제협력사업으로 확대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의 특구에서도 (남한측)투자자를 개성에서의 북한처럼 함부로 대하는 곳은 없다. 한국의 위상과 투자자의 권리에 합당한 대우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제1주제에 대한 발제를 하고 있는 조명철 선임연구위원 ⓒkonas.net

 그러면서 남북경협이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의 변화가 우선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체제가 개혁되고 개방되지 않는 조건에서 대북경협의 전략과 방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남북경협의 정당성을 찾으려면 북한체제의 변화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못박았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민간차원의 경협으로 시작했으나 어느덧 민관합동 사업으로 탈바꿈했다"며 "정경분리를 위해, 사업추진 체계상 남북한 정부가 각각 사업의 사실상 당사자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 경제특구로서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당국간 개성공단 문제 협상 때 "북한이 제기하는 임금과 토지사용료 문제는 기존 합의의 번복인 만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피하고, 대신 근로자 숙소 건립 문제 등에서 남측이 전향적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남북관계와 개성공단의 미래 전망'발제에서 "북한의 개성공단문제 재조정 요구를 포함한 전반적인 북한의 요구에 대한 한국의 대응방향의 수위에 따라 남북관계 전망이 달라진다"며 "만약 한국이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고 PSI 전면참여를 유보하면서, 작년 7월 금강산관광객 피살이후 중단된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등 기존의 정책을 전환한다면, 현재의 경색국면에서 다소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정도의 조치로는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정책에 대한 사과와 대대적인 지원, 국제사회의 대폭적인 대북지원 협력을 약속하면 남북교류협력에 호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유화적 대북 정책으로 북한을 대화테이블로 유도하더라도 단기적 현상에 불과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북한은 NLL, 군축 등 다른 문제를 거론해서 남북대화를 경색 시킬 것"이라며, 그 이유로 "현재 북한의 관심사는 남북관계 진전이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과 김정일 정권 유지를 의미하는 체제안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konas)

코나스 이현오 기자(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