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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장엄한 티베트의 불꽃이여

Written by. 류근일   입력 : 2012-01-25 오후 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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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3일 중국 쓰촨(四川)성 루훠에서 종교 탄압과 공무원 부패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던 수천 명의 티베트인들에게 경찰이 총기를 사용해 최소 1명이 숨지고, 30명 이상이 다쳤다고 현지 인권단체 등이 밝혔다.

 임진년 설날에 하필 이 사태를 화두로 삼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느냐 하는 본원적인 질문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은 정말 무엇으로 사는가?

 티베트인들의 줄기차고 끈질긴 저항의 발자취는, 인간이란 적어도‘중도실용주의’따위의“가치도 열정도 깊은 사유(思惟)도 할 것 없다”는 투의 천박한 편의주의만으로는 살  수도 없고 살아서도 안 된다는 것을 피로써 천명하는 것이다.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만큼 똑똑하지 못해서‘중도실용’운운을 하지 않는 것인가?

 현실적으로 봐서는 티베트인들의 처지는 한국의 사정에 비하면 그야말로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백성들의‘바빌론 유수’에 해당하는 상황이다.‘이명박 중도실용’같으면“적당히 꼬리 감춘 채 연명이나 하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눈에는 그런 그들이 아마 당랑거철(螳螂拒轍, 수레바퀴에 날아드는 하루살이)로 비칠 것이다. 무모하고 바보 같은...

 인간의 삶의 방식엔 결국 두 가지 유형이 있는 셈이다. 티베트인들의 방식이냐, 이명박 대통령 같은 방식이냐. 이 두 모델은 물론 다소 극단적인 모델이다. 인간은 그 두 가지가 뒤섞인 상태에서 어느 한 쪽으로 약간 더 기우뚱한 모양새로 살아 갈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더 기우뚱 한가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차이다. 인류의 스승들은 한결같이 티베트인들 같은 정신적 에너지의 불꽃에 구원이 있다고 설파했다.

 우리 사회의 풍조는 지금 모세가 시나이 산에 올라가 있는 동안 황금 송아지를 만들어 숭배했던‘타락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골머리 썩이며 깊이 생각할 것 없이 그냥“무뇌(無腦)가 편해”로 살자는 식이다. 그러나 모세는 이집트를 탈출했을 때의 유뇌(有腦)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설득했다. 그때 만약 모세가‘중도실용' 운운하며“그래 무뇌가 편하긴 하지...”하고 꺾였더라면 오늘의 이스라엘백성이 어떻게 됐을까?

 오늘의 티베트인들의 저항 역시, 중화 패권주의의 학살의 총부리가 제아무리 흉악하고 무도하다 해도 자신들의 위대한 초심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하는 장엄한 소신공양(燒身供養, 분신으로 제단에 바침)의 섬광(閃光)이다.

 오늘의 세상 풍조를 향해 그 어떤 극단적으로 어려운 주문을 하려는 게 아니다. 출애급기의 모세 백성들의 고난과 오늘의 티베트인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답습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느냐 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오늘의 티베트인들이 인류를 대표해(?) 목숨으로 대답하고 있다는 점만은‘안쓰러워서라도’조금은 알고 넘어갔으면 한다.

 때마침 북한 청진에서도 김정은 규탄 삐라가 살포되고 보안원들이“인민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벽서(壁書)와 함께 암살당했다고 한다. 바빌론과 티베트는 한반도 북쪽에도 있다는 이야기다.(konas)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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