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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⑥〕등대를 부탁해

Written by. 김상률   입력 : 2016-09-05 오전 10: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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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병무청이 주관한 「2016년 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 ‘장려상’ 글임. (편집자 주)

 이곳으로 출근을 하고 가족같은 직원분들을 만난지 어느덧 두 달이 접어들었다. 이곳은 매일 새로운 분위기로 하루의 시작길을 열어준다.

 잠에서 깬 다양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소나무와 살구나무를 이리 저리 헤집고 다니는 청설모들의 환영을 먼저 받는다. 가파른 오름길로 내딛는 매 순간순간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향긋한 소나무 향기를 들이마시며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깨끗한 자연이랑 어우러진 묘한 운치를 물씬 풍긴다. 정상에 오르면 광대한 하늘아래 탁 트인 수평선과 함께 백색의 궁전같은 건물하나가 있다.

 이곳이 바로 지난 두 달동안 내가 사회복무요원으로서, 그리고 우리 지역의 대표관광지 지킴이로서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자신감을 부여받을 수 있었던 ‘속초등대전망대’라는 곳이다. 출근길의 모습을 자랑하듯이 말했는데 이유가 있다. 깨끗하고 맑은 자연과 함께 하는 이곳은 하루의 시작부터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싸악 정화시켜주고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말하는게 이해하기 쉬울거 같다. 출근하는 길이 즐거운 근무지가 얼마나 있을까?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월요병 따위 없는 한 주를 시작하게 된다.

 지난 3월. 또래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훈련소부터 군생활을 시작한 나는 입대 직전까지만 해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였다. 특히나 나에겐 ‘기흉’이라는 질병이 있었는데 이때부터 숨이 차는 운동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이곳에 첫 출근하는 날 부터 생각의 전환점이 되었다.

 살고 있는 지역이 원래 공기맑고 물좋은 동네로 유명하지만 등대로 가는 오르막길엔 차도 지나 다니지 않고 소나무들이 우거져있어 삼림욕이 따로 필요없다. 가족이랑 다툰 날에 와도 맘 속이 뻥~하고 뚫려 기분이 우울할 여지조차 없다. 그래서 난 출근하고 나서도 순찰코스로도 잘 이용하고 있다.

 기분이 좋아 올라오는 관광객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오르막길에 힘들어하던 사람도 “안녕하세요”라고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주고받기도 한다. 저절로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등대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은 좀 뭔가 특이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환경에 공무원들과 한 사무실에서 일해야 할 생각에 걱정이 많았었다. 행동도 너무 느리고 어리바리해서 시키는 일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폐만 끼칠까봐 시작 전 부터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런 맘으로 처음 출근해서 배운 것은 기온과 바닷물의 온도와 비중을 측정하는 것이다. 혹여 온도 재는 것이 뭐가 중요할까.? 미심쩍을 수 있다. 나도 물론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다. 초등학교 과학시간에만 보았던 일이다. 컴퓨터를 켜서 기상을 확인하고 바닷물까지 떠서 비중계를 담갔다가 수온계를 담갔다가 하는 작업이 인수인계 받을 때는 흥미있어 보이고 신기했다.

 보기엔 쉽고 잘 할 수 있겠지 생각하고 그 다음날부터 직접 해보았다. 그치만 생각보다 바닷물을 떠올리는게 쉬운 게 아니었고 번거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내리며 도구를 챙겨서 바닷가로 가야하고 측정 할 때는 몸을 숙이고 봐야하는 짧은 침묵의 시간이 있는데 아침부터 태양이 작정하고 작열하는 날이면 그 순간만큼은 바위에 붙어 말라비틀어진 불가사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언제는 더 잘해보려다가 어설프게 파도에 놀라 미끄러져 하마터면 물귀신 될 뻔한 사연도 있다. 방법만 알지 몸이 안따라줘서 처음이니까 봐줄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다가도 같은 실수 연발에 내가 극심하게 한심할 때도 있었다. 머릿속으로 “이런거도 제대로 할 줄 몰라서 어디다 쓰겠냐”고 질책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 목소리는 엄해보이셨던 소장님의 목소리였다.

 언젠가 시크하신 소장님께 지금 사회복무요원이 하고 있는 업무가 어떻게 도움 되는지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소장님의 말씀으로는 내가 아침마다 측정하고 있던 모든 자료들은 해양수산연구원에 보고되어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특히 양식업, 어업에 종사하는 어부들에게는 치어 방류와 그날의 어획량을 책임지는 중요한 업무를 맡겨놓은 거니까 오차없이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카리스마 넘치는 소장님이 그렇게 정확히 하라는 말을 강조하시는걸 보니 덜컥 겁도 나기도 했다. 그리고 동기부여가 되도록 새겨들었다.

 비록 내가 몸이 아파서? 단지 나라에서 여기로 가거라해서 오게 된 것이지만 지금 나의 이 미약한 일들이 국가에는 큰 이바지가 되고 있다는 것에 큰 사명감을 얻고 2년동안 대충하자는 생각은 접고 훌륭하게 해내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누군가가 나중에 군인때 뭐했냐 물을 때 당당히 사회복무요원으로 등대에서 중요한 일을 했다고 우쭐할 수 있을때까지..!

 평소에 성격도 소심한데다가 현역으로 전역한 친구들한테서 약간 소침해 진 적이 많았는데 이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국가에서 내려준 책임이 있고 나 하나의 작은 일이 작게는 지역의 어부들에게, 크게는 국가의 해양수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명감이 더 뚜렷해지자 내가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 필요가 있었다. 이런 게 소속감을 느끼는 거구나 싶었다. 등대 공무원분들이 하는 업무들을 눈여겨 보면서 방식을 터득하기도 한다.

 공구를 들고 다니면서 울타리 같은 안정장치를 정비하고 날씨를 살펴 전망대를 통제시키고 전망대 시설 전반을 관찰하고 환경정리까지의 행동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나열해놓고 보면 정말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혼자서라도 먼저 해보고 배워보고 시간이 흐르자 반 전문가가 된 듯 하다. 첨엔 그렇게 두려워했더니만 지금은 잘했다고 칭찬도 자주 받는다. 그 순간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당황스러워하던 내 모습에서 열심히 노력하여 바뀐 지금 모습에서 노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만남의 광장’은 이곳 속초등대전망대를 한 단어로 표현한 말이다. 전국 곳곳의 관광객들을 넘어 외국인들이 속초에 오면 꼭 방문한다는 관광명소인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정겨운 공간이라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가끔은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부터 해서 각 지역의 관광모임 등에서 등대해설 신청이 들어온다.

 등대 해설은 박물관으로 치자면 도슨트 프로그램 같은 것이다. 단체관람객들이 오는 이런 날에는 우리 등대의 공무원이 아닌 해설사님이랑 함께 관광객들과 등대 주변을 동행하게 된다. 이때 내 역할은 주로 통제나 관광지 코스 안내를 하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 아이들같은 경우, 자유분방한 어린이들을 통제하는건 소홀하면 이곳에서는 위험한 사고도 날 수 있어 집중을 잘 해야 한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통제하는 게 제일 어렵지만 가끔 어린 학생들이 내가 제복을 입고 등장하면 “경찰같다~”, “멋지다”라고 말해주는 예쁜 어린이도 있다.

 내가 아닌 사회복무요원 제복이 멋있다고 말하는 걸 알고 있지만 그 말을 듣고 괜히 아이들한테 당당하고 자신있어 보이게 위해 어깨를 쫙 펴고 걷게 된다. 나는 맨 뒤에서 따라다니며 해설사님이 손짓으로 전경을 가리키면서 진행하시는 속초 등대와 속초의 역사이야기를 청강하면서 나도 몰랐던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는 것도 많아 뜻밖에 공부가 되고 관광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뜻깊은 보람을 느낀다.

 다시 업무 얘기로 돌아와 해설사님과 전망대 안의 영상관, 홍보관도 소개를 해준다. 마지막 해설코스인 전망대 꼭대기에서 사방으로 뚫린 속초의 장관을 바라보면서 안내를 하면 아래에서 설명을 들으며 지루해 하던 어떤 누구도 여기선 매우 신나서 이것저것 질문이 쏟아진다. 그럼 나도 활기찬 반응에 부응해서 핸드폰에서 찾아보면서 최대한 정보를 공유하도록 노력하게 된다. 그럼 사람들도 고맙다고 화답도 오고 등대의 전망이 좋다는 말이 왜 내 칭찬으로 들리는 걸까. 그냥 나도 모르는 뿌듯함에 히죽거리게 된다.

 예전엔 나도 어디 관광을 가게 되면 안내를 받았는데 이렇게 사회복무요원이 된 이후부터는 내가 직접 관광 온 여러 사람들을 안내하는 사람이 되다 보니 느낌도 새롭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그중에서도 또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안내를 해주는 일은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해설 여행이 끝나고 관광객들이 떠난 자리에는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야 하는 것도 나의 임무이다. 물론 쓰레기를 흘리고 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되지만 사람이 많은 곳엔 흔적이 많이 남기 마련이다. 이제는 순찰하거나 화장실 가는 족족 쓰레기를 보면 바로 가서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주 좋은 습관이 생긴 것이다. 물론 복무중이 아닌 다른 곳에 가 있을 때도 쓰레기를 줍거나 하진 않지만 적어도 쓰레기를 절대로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는 버리지 않게 되었다.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내 생각을 조금씩 바뀌게 되는 것도 이곳에서의 또 하나의 보람인 것이다.

 얼마 전 사회복무요원 소양교육이 있어서 다녀왔다. 그곳엔 자신도 몸이 아파서 사회복무요원이 되었지만 자신보다 더 몸이 불편한 장애우들이나 노인분들을 돕는 복지센터나 소방서같이 위급한 상황도 항시 맞서야 하는 그런 복무요원들도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느낀 것은 존경스럽다, 대단하다가 아니였다. 그 사람들이 나랑 똑같은 시간동안 복무하면서 몸이 고되게 고생하면서 그만큼 정신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들 눈에는 생색을 내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내가 맡은 일도 충분히 국가에 이바지하는 일이니 다른 복무요원들만큼 헌신적 봉사를 하게 되는 기회가 적더라도 지금 비중과 수온을 체크하는 일과 관광객들 안내하는 일, 그리고 청소하고 쓰레기 줍는 이런 사소한 일들 모두 작은 노력들이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의 복무기간동안 청렴하고 겸손할 줄 아는 사회복무 요원, 속초의 등대지기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직 2개월차지만 지금까지의 생활을 되돌아보면, 관심이 없었던 바닷가 바위 언덕배기의 등대라는 곳에 지금 내가 오게 된 것도, 지금 같이 한 사무실 안에서 가족같이 대해주시는 공무원분들과 해설사님을 만난 것도 소중한 인연이고 사회복무요원이 된 것도, 제복을 딱 입고 사무실 책상에 앉아서 주어진 업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처음으로 대견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등대의 소속감을 갖고 충실하게 복무하여2년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을 내 모습을 고대하며 직원분들한테도, 관광객들한테도 기억에 남는 그런 모범 사회복무요원이 되고싶다. 나는 할 수 있다!(konas)

김상률(동해지방해양수산청 속초항로표지관리소)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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