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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을 연해 달군 그 함성은 ‘통일’이었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8-21 오후 12: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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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속에서도 청년 대학생들의 의지는 굳고 의연했다. 눈 속을 파고드는 땀방울도, 뇌성벽력에 번개가 내리치고 순식간에 주변이 어둠에 잠겨 굵은 빗줄기가 퍼부어도 어떤 불평이나 동요도 없었다. 여학생들은 한 술 더해 더 의기양양했다.

 유경험자나 어른들도 이 경우 두렵고 서늘한 기운이 감돌기는 매일반일텐데 젊은 건각들의 표정은 태연했다. 오히려 계속해서 더 걷고 싶어 했다.

 지난 6월 하순 강원도 화천 파로호전투 기념관에서 평화의 댐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를 따라 국토대장정에 나선 대학생들이 보여준 행동의 일면이었다.

 순간적이라 할지라도 위험하다 생각되거나 위협으로 다가오는 어떤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대개는 우왕좌왕하고,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는 게 보편화된 행동양상이다. 그러기에 그럴 경우 다른 사람보다는 ‘나’가 먼저이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날 학생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게 아니었다. ‘나’가 아닌 ‘우리’, ‘단체’가 먼저이고 거기에는 ‘젊음’이라는 그 무엇이 또렷이 각인되고 있었다.

 돌아보면 대학생들이 보인 그 날의 정경은 전체 과정에서 볼 때 한 순간의 작은 편린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감동의 순간으로 기억돼진다. 대학생들과 함께 휴전선 지역을 연해 68년 전 선열들의 뜨거운 피가 스민 6·25전투전적지를 돌아보던 행사에서다.

 필자는 지난 6월 25일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김진호, 전 합동참모회의 의장)가 6·25전쟁 68주년을 맞아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 시행한 ‘제11회 휴전선 · 전적지답사 국토대장정’에 동행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앞으로도 쭉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

 서(西)에서 동(東)으로 걷고 걸으며 또 달리고 달렸다. 4·27선언과 6·12회담 등 세계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던 때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휴전선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인이 숨죽이는 그런 우려와는 달리 늘 그랬던 것처럼 평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70여년 긴 긴 세월동안 ‘멈춰선 갈 수 없는 땅’이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세상 밖의 세상으로 비치고 있었다.

 전쟁을 겪은 비극의 현장이라고 일깨워주는 건 길게 뻗은 철책과 남과 북이 서로 마주보고 대치하고 있는 피아(彼我)의 GP나 막혀버린 기찻길에 고철(古鐵)로 둔갑돼 앙상한 뼈대로 남겨진 그 날의 철마(鐵馬)만이 보여주고 있을 뿐.

 6박7일의 짧다면 짧은 1주일의 기간이었지만 그 날들은 결코 짧지도, 또 기억에서 지워질 수 없는 잊지 못할 처연함 속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따가운 햇살이 눈을 부시고 굵은 땀방울이 등허리를 구르고, 추적추적 내린 비가 비옷을 뚫고 가슴을 파고들어도 100여명의 대학생들에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우리는 그랬다. 함께 밥을 먹고 어깨를 나란히 들판을 걷고, 전적비 앞에서 조국을 위해 산화해 간 당시의 또래 젊은이, 호국의 수호신 선열들에게 묵념을 올리며, 연령과 세대를 초월해 시대의 아픔을 논하면서 68년 전 임들께서 남기고 간 발자취를 통해 오늘 우리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토로하면서 서로의 눈과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것은 젊음이기에 가능했고 젊음이 있기에 더 싱싱하고 풋풋하며 내일을 예견케 함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바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주관한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대학생뿐만 아니라 이 시대에 호흡하는 학생, 청춘들은 한숨 돌릴 여유도 없이 빠듯하다. 3포세대(결혼, 출산, 취업 포기), 10포를 넘어 N포세대(모든 것 포기)까지 운위되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건강한 두발로 분단된 국토의 허리를 밟으며 오늘의 현실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포기하려 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대학생들. 현재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미래를 위해 젊은이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확인한 그들이야말로 바로 이 시대의 주역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향군의 대학생 국토대장정 마지막을 장식하던 날 대학생들은 동해안 최북단 통일전망대에서 힘차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했다. 동해바다를 타고 북녘을 향해 울려 퍼진 그날의 합창은 지난 날 꿈에 불과하던 뜬구름 속 노래가 아니었다. 바로 내일 당장이라도 다가올 수 있는 지금의 통일 노래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대학생들은 내일을 굳게 다지고 있었다.

이현오(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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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아빠(heng6114)   

    젊은청년들의 우렁찬 함성소리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

    2018-08-22 오전 9:10:25
    찬성0반대0
  • G-Crusader(crusader)   

    요기서도 외치고 싶군요~!! == "너나 가라~ 아오지 막장~!!"ㅎㅎㅎ

    2018-08-21 오후 2:09:31
    찬성0반대0
1
    2019.11.12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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