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통일? 우리에게 통일은?
지난 6월 하순 강원도 서부전선. 전 날 이 지역에 내린 장대비가 그동안 무더위에 지쳐 시름겨워 하던 초목들에게 새로운 생명을 부여했다. 아름드리 나뭇가지에서 갓 움을 틔운 새싹에 이르기까지 마치 모든 생명체가 기지개를 켜듯 제 철을 만난 어시장 생선이나 과일처럼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눈을 앞으로 돌리면 아직은 함부로 갈 수 없는 땅, 비무장지대(DMZ)의 넓은 초원이 남에서 북으로, 서에서 동으로 펼쳐지고 이따금 파란 하늘 위로 긴 날개 퍼덕이며 유유자적 바람을 타는 철새들의 모습이 정겨움을 더 보탰다.
하지만 그 바로 아래 앙상한 뼈대로 고철에 다름 아닌, 형태만 예전에 기차였음을 알려주는 공룡과도 같은 모양의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월정리 역 기관차 잔해가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있어 이곳이 어느 곳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었다.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이 땅을 비극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 그 날의 참상은 1953년 7월 27일 전쟁의 포성이 멈춘 지 65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픔을 곱씹게 하며,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현실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했다.
68년 세월이 지나 그 날의 현장을 찾은 그 시대 이후 세대 젊은 대학생들은 앙상한 뼈대만 그대로 서 있는 당시의 기관차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에게 그 순간만은 고철이 된 ‘철마는 달리고 싶다’ 기관차가 됐건 표지판이 되었든 상관이 없었다. 그저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길 좋은 사진촬영의 배경이 돼주면 그만이었다. 68년 전 그 날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어떤 고행을 겪었고, 어떻게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이 적들에게 스러져 갔는지 새길 겨를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비무장지대 북녘 땅을 바라보는 청년 대학생들의 눈매에는 굳센 의지가 담겨 보였으니 결코 필자만이 느끼는 소회는 아니었을 것이다.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로 통합돼 이제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으로 통일됨을 대내외에 떨치고 일어나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을 알기 때문일 터다.
지난 20세기 냉전시기에 독일은 서독과 동독으로 양분됐다. 한반도에서도 일제로부터 해방의 기쁨도 잠시, 남과 북으로 갈려 참혹한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상흔과 함께 사생결단(死生決斷)의 대결을 벌여 왔다. 지금은 소강상태(?)라 할지 몰라도 북핵과 미사일 도발은 이를 결정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 우리 주변에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국가와 민족이 얼마나 있는가? 지난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우리는 또 한번 TV앞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막으며 오열을 참는 노부모와 형제·자매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숙명이 살아 있는 이산가족들의 아픈 가슴을 멍들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최근 우리사회는 통일 관련 얘기가 축소되는 느낌이다. ‘통일’보다는 ‘평화’우선 기류다. 평화 없는 통일을 바라는 이 없겠지만 우리 헌법은 통일추구가 분명히 명시돼 있다. 잊지 않아야 한다. 통일 논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자라나는 세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얼마 전 통일연구원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 41%는 ‘반드시 통일할 필요는 없다’고 대답했고, 특히 20대는 10명 중 한 명(13.7%)만이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충격을 주었다. 다른 연구에서도 ‘굳이 통일 안 해도 된다’는 대답이 20년 전 27.2%에서 2016년 44.4%로 두 배나 증가했다.
당장의 스펙과 취업이 문제이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낯설지 않은 속어가 그냥 빈말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철렁하게 만드는 오늘이다.
그럼에도 다행스러운 건 정부의 우리 국민 ‘남북관계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문체부, 8.31)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남북통일에 대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남북통일이 ‘장기적으로는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79.6%,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 3.9%. ‘통일로 인한 이익이 클 것’이라는 응답은 64.6%로 국민 상당수가 통일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기다 통일로 얻는 사회경제적 이익이 크거나 대체로 클 것이라는 응답도 64.6%, 통일 비용 마련 위해 추가 세금을 내야 할 경우 부담하겠다는 비율(47.1%)이 부담하지 않겠다는 비율(30.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 긍정적이다.
바라건대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가 앞장서서 통일교육에 나서야 한다. 평화가 중요하듯이 통일도 중요하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국민에게 확산시켜야 한다. 통일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을 구하는 또 다른 길이기도 하다. 통일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 아닌, 민족의 숙원이기 때문이다.(konas)
이현오(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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