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11월 11일 11시, 우리는 왜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가?
이 땅에 총성이 멎은 지가 73년이 지났지만 지난 9월 21일 비무장지대 내 MDL이남 지역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공격은 아직도 한반도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잠시나마 총성이 멈추고 이 땅에 평화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름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며 오로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준 그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을 향해 세계가 잠시 걸음을 멈춘다. 또한 이날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관련해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상징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은 6.25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운 유엔참전용사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국제 행사다. 2007년 캐나다 참전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2020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그 의미를 더욱 넓혀왔다.
왜 세계는 부산을 향하는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이름도 낯선 나라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한반도까지 와서 목숨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잠들어 있다. 그들의 희생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님을 일깨운다.
11월 11일 오전 11시의 1분은 짧지만, 그 안에는 국경과 언어를 넘어선 감사와 연대의 마음이 담겨 있다. 오늘날 턴 투워드 부산은 단순히 과거의 전쟁을 추모하고 감사하는 행사를 넘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의 다짐을 확인하는 자리다. 또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기억하고, 세계평화와 인류애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책임을 되새기는 계기이기도 하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될 수 있고, 감사하지 않는 평화는 그 소중함을 잃기 쉽다. 이제 우리는 추모의 마음을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 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도처에서는 전쟁의 참화가 진행 중이다. 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참전용사들이 우리에게 행동했던 것처럼 이젠 우리가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을 향한 1분의 묵념은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현재에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며, 미래를 약속하는 시간이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참전용사들이 목숨으로 지켜려했던 자유와 평화를 오늘 우리는 어떻게 이어 가고 있는가? 세계가 부산을 향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konas)
배요식 : 향군 안보교수, 여주대 군사학부 교수,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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