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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북한 노동당 창건 81주년 기념 전후 대내외 선전활동의 특징과 의미

Written by. 박범진   입력 : 2026-10-22 오전 6: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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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81주년을 맞았다. 정주년(5·10주년)이었던 지난해 80주년에는 중국 리창 총리, 러시아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등 중·러의 2인자와 베트남·라오스 국가수반을 초청해 대규모 열병식을 벌였다. 그러나 올해는 열병식도, 김정은의 연설이나 담화도 없었다. 겉으로 보면 '차분한 평년 기념일'이다. 그러나 기념일을 전후한 한 달간의 행보를 겹쳐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드러난다. 기념일 앞뒤를 연이은 무력시위와 대남 단절 공세, 북중 밀착으로 촘촘히 채운 것이다. 올해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 선전은 '조용한 기념식'과 '시끄러운 무력시위'의 이중주 형태로 진행되었다.

당 창건 기념일 전야: DMZ 지뢰 도발과 대남 '단절' 공세

흐름의 출발점은 9월 21일 서부전선 25사단 지역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이다.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정상적인 수색작전을 하던 우리 군 장병 3명이 중상을 입었다. 한·유엔사 합동조사 결과 MDL 이남 지역에서 북한제 수지(樹脂)형 대인지뢰가 발견됐고, 유엔사는 이를 정전협정 위반으로 공식 판정했다. 합참은 최소 4발의 북한 대인지뢰가 의도적으로 매설된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의 공식 사과와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의 반응은 전형적이었다.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우리 군의 발표를 "명백한 자작극"으로 규정하고, 사격으로 대응할 경우 '무자비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10월 2일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화 제의를 "대꾸할 가치도 없는 망상"이라며 일축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뢰 매설 도발 → 책임 부인 → 대화 거부 → 무력시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물리적 단절과 군사적 공세로 관철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당 창건 81주년 기념행사: '국방혁명박물관'을 체제 선전시설로 활용

10월 10일 당일 행사는 평양체육관 경축공연, 김일성광장 청년학생 야회, 당 창건사적관 참관, 김일성·김정일 동상 헌화 등 평년 수준의 내부 결속 행사로 진행됐다. 노동신문은 '위대한 어머니 조선노동당' 정론에서 9월 취역한 5,000톤급 신형 구축함 '강건호'를 당의 주요 업적으로 내세웠다. 경축공연에서는 딸 주애가 김정은 바로 옆 중앙에 앉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목할 장면은 다음 날인 10월 11일이다. 김정은은 딸 주애와 함께 '국방혁명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다. 박물관에는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 '화성-20형', 신형 SLBM, 극초음속미사일, 600㎜ 초대형방사포 등이 전시됐다. 김정은은 "강위력한 주체병기들은 독보적인 발전과 진화의 노정을 경과하며 더욱 줄기차게 개발·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물관의 운영 주체가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회'라는 점은 핵·미사일 개발을 당의 핵심 업적이자 영속적 국가사업으로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열병식과 연설을 생략한 대신, 국방혁명박물관이라는 '상설 전시공간'을 더 영구적인 선전 시설로 내세운 셈이다.

과거 평년 창건 기념일과의 비교 

김정은 집권 이후 비정주년 당 창건 기념일은 대체로 경축공연, 중앙보고대회, 참배 등 내부 결속 행사 수준에서 치러졌다. 그러나 몇 가지 의미 있는 선례가 있다. 2021년 76주년에는 기념일 다음 날인 10월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열고 김정은이 기념연설을 했다. 2022년 77주년에는 기념일 당일, 9월 말부터 진행한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일괄 공개했다. 2024년 79주년에는 기념일을 전후해 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고, 10월 15일에는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올해 창건 기념일의 특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2021년 '자위-2021' 전람회를 계승하면서도 일회성 전람회를 '상설 박물관'으로 격상시켰다. 국방력 과시가 통치체제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둘째, 2022년처럼 기념일을 전후하여 미사일 발사가 집중됐지만, 발사 플랫폼이 지상에서 수중을 포함한 해양 기반으로 확장됐다. 셋째, 2024년의 대남 물리적 단절(남북 연결도로 폭파)이 올해는 DMZ 지뢰 매설과 국경지대 요새화라는 '진행형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열병식 없는 조용한 기념일이었지만, 대외 메시지의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았다.

핵·미사일 고도화(육상·해양 동시 핵 공격 위협)의 대내외 과시

기념일 전후 2주 동안 북한은 네 차례 무력시위를 벌였다.

첫째, 10월 3일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 전략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김정은이 참관했고, 북한은 극초음속 '중거리 전략미사일'이 1,000㎞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합참은 700㎞ 이상, 일본은 약 680㎞로 평가했으며, 전문가들은 고체연료 '화성-16나' 계열로 추정한다. 김여정은 '파도식 비행궤도' 때문에 한일이 추적에 실패했다고 조롱했고, 국방부는 한미 자산으로 탐지·요격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둘째, 10월 12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각각 약 220㎞, 910㎞ 이상 비행했다. 북한은 이를 '전술탄도미사일' 시험이라고 발표했으나, 장거리 비행체는 극초음속 무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군이 10월 8일 국산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 첫 시험발사 성공을 공개한 지 나흘 만이다. 남북 간 '극초음속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신호다.

셋째, 10월 14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 2종을 시험발사했다. 2023년 진수한 3,000톤급 전술핵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SSB-841)에서 함교 후방 수직발사관과 함수 어뢰발사관을 각각 이용해 사출한 것으로 분석된다. 진수 3년 만의 첫 공개 활동이자, 잠수함 미사일 발사로는 2023년 3월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이번 SLCM 발사에서는 잠수함의 발사 위치 탐지와 미사일 궤적 추적에 혼선을 주려는 '수중 섞어쏘기'의 의도가 엿보인다.

넷째, 10월 15일에는 인공지능(AI)을 목표 탐색·유도에 적용했다는 신형 초고속 정밀유도어뢰 '잠-2.0'의 수중 시험발사를 했다. 로켓 추진 장치를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초공동(超空洞) 어뢰일 가능성이 크다. 한미 해군의 주력 수상함과 항공모함을 겨냥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의 과시다.

주목할 점은 보도 방식이다. SLCM과 신형 어뢰 시험은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싣지 않고 대외용 조선중앙통신으로만 공개했다. 대내적으로는 박물관·공연으로 김정은 체제의 업적을 선전하고, 대외적으로는 무기 성능을 과시하는 '선전의 이원화'가 뚜렷하다. 또한 최근 신형 구축함 2척의 전력화, 전술핵공격잠수함의 SLCM 발사, AI 기반 초고속 정밀유도어뢰로 이어지는 흐름은 북한 핵전략이 지상 공격 중심에서 '해양 기반 핵공격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해양에서 생존성 높은 2격 능력을 갖추려는 시도는 한반도 핵 억제 구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변화다.

신압록강대교 개통: 대북제재 무력화 시도

10월 15일 완공 12년 만에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공식 개통됐다. 양국 총리가 영상 축사를 보냈고, 6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9월 7일 북러 두만강 자동차다리가 개통된 데 이어, 북한은 동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중국과의 육상 물류 활로를 모두 확보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로 기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복원하려 하고, 북한은 중·러 사이에서 실리를 극대화하는 구도다. 공교롭게도 개통일은 2년 전 북한이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날과 같다. 남쪽으로 이어진 도로는 끊고 북쪽으로 이어지는 다리는 여는, '적대적 두 국가론'의 지정학적 상징이다. 동시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 창건 81주년 선전활동 의미: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와 '대남 단절'의 병행

이상을 종합하면 81주년 전후 북한 선전활동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내적으로는 당의 업적을 국방력 강화로 집약하고 후계 구도를 부각해 체제 결속을 꾀했다. 열병식 생략은 경제난 속 자원 절약과 내실 강조의 의미도 있지만, 국방혁명박물관이라는 상설 장치로 오히려 선전의 지속성을 높였다.

둘째,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협상은 없으며 핵보유국 지위는 되돌릴 수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각인시키려 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이다.

셋째, 대남 측면에서는 지뢰 도발과 대화 거부, 한국의 극초음속 시험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국을 '교전국'으로 대하는 태도를 굳혔다. 우리의 긴장 완화 조치와 대화 제의가 북한의 행태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넷째, 해양 핵공격 능력의 등장은 우리 해군과 한미 연합해상전력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다. 동해와 서해의 수중 공간이 북한 핵 투발의 새로운 전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대응 방향

첫째, 해양 기반 핵위협에 대응하는 수중 감시·대잠전 역량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해양 수중감시체계와 해상초계기 전력을 확충하고, 원거리·장기간 은밀 추적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SSN) 건조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북한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는 순간부터 추적하는 '발사 전 단계 억제'가 핵심이다.

둘째, 극초음속·변칙기동 미사일에 대한 다층 방어망을 보강해야 한다. 한국형 3축 체계를 고도화하고,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실질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우리 HGV 개발을 신속히 전력화해 북한의 위협에 맞대응하는 억제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중심으로 확장억제를 내실화해야 한다. 북한의 SLCM·SLBM 위협을 반영한 핵·재래식 통합(CNI) 작전계획을 구체화하고,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로 억제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유사시 한반도에서 미국 전술핵의 상시 운용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우리 해군의 3,600톤급 장보고-Ⅲ급-Batch-Ⅱ 잠수함에 미국의 핵탑재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N)을 탑재·운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DMZ에서는 정전협정 위반에 대해 유엔사와 공조하여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리 장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MDL 이남 지뢰 제거를 완료하고, 북한의 요새화 공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도발 시 즉각 대응하는 현장 교전규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 요구는 일회성 성명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외교·군사적으로 지속 관리해야 한다.

다섯째, 대중국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제재 회피 통로가 되지 않도록 중국에 안보리 결의 이행을 분명히 요구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중 접경 물동량과 노동력 이동을 감시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고위급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
여섯째,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긴장 완화 노력 자체는 필요하지만, 북한이 우리의 선의를 약점으로 오판하지 않도록 '힘을 통한 평화'의 기조를 분명히 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선전·심리전과 인지전에 대응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전략적 소통 체계도 갖춰야 한다.

맺음말

올해 북한의 노동당 창건 81주년은 열병식 없는 조용한 기념일이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DMZ 지뢰 도발, 극초음속 미사일과 전술핵공격잠수함의 SLCM 시험발사, AI 기반 초고속 정밀유도어뢰, 그리고 북중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촘촘히 엮여 있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한국과는 단절하며, 중·러 양쪽에서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일관되게 밀어붙이고 있다. 특히 수중으로 확장되는 핵위협은 해양 안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엄중한 도전이다. 당 창건 기념일의 '조용함'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 침묵 속에서 무섭게 진행되는 핵·미사일 역량의 고도화를 직시해야 한다. 확고한 억제력과 원칙 있는 외교 전략만이 북한의 오판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길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konas)

박범진: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 향군 안보교수 및 안보논단위원 / 한국국가정보학회 이사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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