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전작권 전환,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검증 필요
동아시아 안보 구도의 급변과 동맹 재편의 파고 속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는 자유대한민국의 안보 생존과 미래세대의 안전을 결정지을 사활적 핵심 과제이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ndition-based OPCON Transition Plan, COTP)의 본질은 특정 정권의 정치적 셈법이나 정략적 시한에 맞춘 인위적 전환이 아니다. 한미가 합의한 COTP의 3대 핵심 조건은 첫째, 한국군의 전구작전 주도 역량, 둘째, 북핵·미사일 포괄적 대응 역량, 셋째, 안정적 안보 환경이다. 전작권 전환의 본질은 특정 시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환 이후에도 흔들림 없는 동맹 신뢰 속에서 어떠한 도발도 압도할 수 있는 실질적 연합방위태세를 확립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 복합위협의 안보 환경과 최근 도발 양상은 이러한 조건의 이행 기준을 현실성 있게 최신화할 것을 요구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2023년 12월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파병으로 현대전 실전 경험을 축적하고, 대규모 포탄을 제공하며 북·러 군사밀착을 공고히 하고 있다. 나아가 현장에서 체감되듯 2024년 4월경부터 정전협정을 위반하여 군사분계선(MDL) 이남 대한민국의 영토에 불법 지뢰를 매설하고 무단 순찰로를 구축하는 등 비무장지대(DMZ) 전장 환경을 자의적으로 개조해 왔다. 지난 9월 21일 DMZ 수색로 개척작전 중 우리 장병 2명이 중상을 입은 비극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오히려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빌미 삼아 한국의 자작극이라 주장하며 조건 충족의 문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전구 위협의 가중과 미래전 지형 변화에 대응하여, 우선 외부적 안보 환경 및 위협에 신속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러 밀착과 접경지역 도발을 압도할 수 있도록 한미 정보 공유와 연합 위기관리체계를 대폭 고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고,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바탕으로 확장억제 및 핵·재래식 전력 통합(CNI) 운용 능력을 공고히 다져야 한다. 나아가 청년 세대와 미래 안보 환경이 마주할 초지능 대전환(SX, Super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시대에 발맞추어 인공지능(AI) 기반 지휘체계와 무인체계를 실제 연합작전체계에 결합하고, 강력한 사이버 교란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하는 작전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실증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외부적 위협 대응을 확실히 뒷받침하기 위한 내부적 군 구조 개편과 연합작전 수행 능력의 다지기 또한 시급하다.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ull Operation Capability, FOC) 검증과 더불어, 지난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 UFS) 연습 등에서 다소 제한적이었던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수행 기회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동참모본부는 전략제대로서 군통수권자와 국방부장관의 전쟁보좌, 교리발전에 전념하고, 현 합참의 약 300명 규모 전구 작전기능을 연합사 한측 지휘체계로 통합하는 가칭 '합동군사령부'를 신설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평시 작전통제권 수행을 숙달하고 전구작전 주도 역량을 내실 있게 축적해 나가야 한다.
이처럼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근 한미 안보 당국 간 논의는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둘러싸고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브런슨(Xavier T. Brunson) 연합사령관은 변화된 안보 지형에 맞춘 검증 기준 최신화와 실질적 대비태세를 강조하며 조건 미충족 상태의 전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반면, 강신철 국방부장관은 지난 10월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한 우려와 항의의 뜻을 이미 미국 측에 전달하였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내 2028년 말을 전환 시기로 명기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합격점을 받았던 항목들에 올해 성과를 더하면 검증을 마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미측이 평가 기준을 수시로 바꾼다는 이른바 '골포스트(Goalpost) 이동' 논란과 함께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적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투명한 설명과 소통 없는 기준 변경이나, 반대로 변화된 전장 환경을 도외시한 채 시한에만 쫓기는 편협한 접근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 결국 본질은 검증 기준의 투명성과 완결성 있는 공동 보완계획 수립에 있다.
독일의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전쟁론』에서 "전쟁의 일차적 목표는 고정된 형식이나 계산이 아니라, 어떠한 환경에서도 적의 의지와 대응 능력을 완전히 제압하는 데 있다(The primary object of war is not to adhere to fixed forms or calculations, but to completely disarm and compel the enemy to fulfill our will in any environment)"고 역설했다. 전작권 전환 역시 인위적인 일정표라는 형식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실제 위협을 확실히 억제할 연합방위 능력을 확립하는 것이 본질이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정치적 조급함을 내려놓고 미래세대의 안전과 평화를 담보할 완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합방위 역량 입증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냉철하게 나아가야 한다. 철저한 조건 검증과 동맹 간 굳건한 신뢰가 담보될 때, 전작권 전환은 자유대한민국의 자율적 안보 역량과 한미동맹의 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확실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konas)
박상중 : 향군 안보전략연구 논문심사위원, 세종사이버대 국방융합학과 교수, 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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