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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㉓ <입선> 사회복무요원들의 사회복무요원

"동료들 고충상담하며 내가 한 뼘 더 커"
Written by. 윤준혁   입력 : 2018-10-17 오후 1: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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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 시원히 하고 싶은 말 모두 내뱉으며 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가 더 많다. 혼자 마음속에 꾹 누르고 있는 답답함, 결국 고충이 되어 남는다. 경문왕 설화에서 복두장이 대나무 숲에 "당나귀 귀ˮ라고 외쳤을 때 느꼈을 카타르시스와 그 안도감. 복무 중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는 사회복무요원들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고민을 속 시원히 털어놓고 공감 받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어렵다. 통계에 비추어볼 때, 다섯여 명의 친구가 모인다면 사회복무요원은 그 중 한 명에 불과하다. 주위 친구들에게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결국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우리 이야기는 가까이 있는 요원과 담당자가 가장 잘 이해해줄 수 있다. 동료들과 소통하고, 담당자와 연결시켜 주는 것 그리고 그들이 복무를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보조하는 것이 내 직무다. 나는 그들의 사회복무요원이다.

 이른 아침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켜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일은 매일 하는 일이지만 누구에게나 가벼운 일은 아니다. 달력을 새로 넘길 때 빨간 날부터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아닐까. "휴ˮ 아침 출근 버스 안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기 다양한 사연을 이고 있으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무표정으로 앉아있다. 나 역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던 중 문득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복무요원 대표를 하며 나를 잘 따라주는 동료 사회복무요원들과 과분한 인정과 사랑을 주신 주무관님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

 대표로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업무는 동료들의 고충상담이다. 다양한 근무지에서 각자의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은 그만큼 갖가지 고충들을 가지고 있다. 불편한 몸을 숨긴 채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일도 있고, 하루에 천여 건의 어르신 택배 처리를 돕느라 어깨가 상하기도 하며, 복지관 급식시설에서 수백 건의 식판을 설거지하기도 한다. 함께 일하는 동료 요원끼리 갈등이 생기기도 하는데 도리어 동료 없이 혼자 근무하는 곳에서는 외로운 것이 고충인 요원도 있다. 본인의 심신 건강에 무리가 있다거나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어렵게 복무를 하는 요원들이라면 사적인 고민 역시 마음속에 어지럽다.

 스물여덟의 끝자락에 복무를 시작해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서른을 맞은 나는 우리 시 일반행정지원 분야의 요원 중에 안타깝게도 가장 나이가 많다. 대부분의 주변 요원들과 예닐곱 살 차이가 나다 보니 자연스레 골목대장이 되었다. 사회복무요원이 담당자에게 자신의 고충과 불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다보니 같은 사회복무요원 입장에 있는 내게 제각기 자신들의 고충을 잘 털어놓곤 한다. 많은 경우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 보다 그저 잘 듣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안이 된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커피한잔 건네며 잠시 쉬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면 대부분 스스로 마음을 잘 가다듬고 복귀해 자신의 업무에 열중하는 편이다.

 우리 시에 배정받은 사회복무요원들이 첫 출근을 하면 대부분 나와 가장 처음 마주하게 된다. 신상명세서 작성을 돕고 복무규정을 숙지하도록 짧은 교육시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소를 갓 수료해 마음이 아직 긴장 상태에 있다는 것을 나 역시도 잘 알기에 가능하면 따뜻하게 이야기 나누곤 한다. 이렇게 첫 만남 때 안면을 튼 요원들은 이후에 다른 상황에서도 협조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항상 훈훈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일복무상황부나 병가서류를 상습적으로 늦게 제출하는 요원이나, 간혹 자신의 근무지에 대해 터무니없는 불평을 늘어놓으며 해결을 요구하는 요원도 있다. 국외여행이나 겸직허가 등 규정이나 제도에 관한 질문을 하면서 내가 고객센터 상담원이라도 되는 양 무례한 말투로 이야기 하는 요원도 있다. 누구보다 고충과 스트레스를 잘 이해하기에 많은 부분 수용하려 노력하지만, 지나치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때면 나도 내심 화날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어디에 외쳐야 하나?

"분노조절장애가 있습니다.ˮ

 대표를 맡은 지 며칠 안 되어 새로 장애인복지관으로 배정된 요원이 찾아왔다. 장애인들의 예기치 못한 행동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겠다는 것이었다. 본인에게도 분노조절장애가 있다며 이러다가 시설 이용 장애인들에게 본인도 모르게 위해를 가할 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다른 근무지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굉장히 단호하고 공격적인 목소리였다. 급기야 면담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담당 주무관님과 나는 복무초반의 적응단계에서의 마찰로 판단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적응을 도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20대 초반의 호전적인 성향의 남학생들은 사무적인 대화보다 비격식적으로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을 때 소통이 더 잘된다고 생각했다. 나도 옥상으로 따라 나가 대화를 나눠봤다. 아직 복무초반이고 사회복지분야가 힘들 수 있음을 공감했다. 하지만 함께 노력해보자고 독려했고, 힘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이야기 했다.

 "준혁이형 좀 바꿔주세요.ˮ
그 후 꽤 자주 시청으로 전화해 나를 찾았는데, 아마도 복무하며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화는 줄었고, 날카로운 말투도 점차 부드러워졌다. 매월 복무교육 때 만나면 밝게 인사하곤 한다. 지금은 시설 직원이나 이용자들과도 잘 어울려 행사에 참여하며 얼마 남지 않은 복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료 때문에 힘들어요.ˮ

 여러 명의 요원이 배치된 근무지에서는 종종 사회복무요원들끼리의 갈등이 생기곤 한다. 업무에 무책임하거나, 근태가 나쁜 요원 때문에 다른 동료들은 그 몫까지 채우느라 많이 힘들다. 하루는 동료 문제로 면담이 있었던 사회복무요원이 있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요즘엔 좀 어때요ˮ "이젠 주변 신경 안 쓰고, 틈나는 대로 제 공부를 해보려고 해요.ˮ "어떤 공부하는지 물어봐도 되요ˮ "사실 수능 준비하고 있어요.ˮ 복무를 시작하기 전 목표 대학에 가기 위해 여러 번 수능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어 사회복무요원으로 왔다는 뜻밖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는 수학과외 경험을 십분 활용해 조언을 할 수 있었고, 동료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동료와의 갈등 양상을 오히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건전한 방식으로 회피해보자고 결론 내렸다. "틈틈이 공부하는 만큼 좋은 결과 있을 거예요. 파이팅!ˮ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힘이 됩니다.ˮ

"형, 밥값이 없는데 오늘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ˮ

 평소에 항상 밝은 모습으로 복무하던 동료 요원이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요원들과 조금 깊은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면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고충은 금전적인 문제다. 급여에 중식비가 포함돼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점심만 먹으며 복무할 수는 없으니 결국 복무 중 의식주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무기간 동안은 부모님께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정 사정이 좋지 않다든지 이미 결혼한 요원의 경우 생계가 매우 불안해진다. 조손가정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지내는 요원은 단순 생계 뿐 아니라 할머니의 건강도 문제다. 부모님께 크게 지원받지 않고 복무중인 요원들은 대부분 주머니 사정에 굉장히 예민하다. 이게 동료 간의 갈등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생계유지 사유로 겸직허가가 가능하지만 하루 종일 복무하고 퇴근과 동시에 일자리에 출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금전적 문제는 돕고 싶어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가장 어려운 문제다. 올해부터 감사히도 병사와 사회복무요원 급여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후배들은 좀 더 넉넉히 복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ˮ

 도서관에서 근무하던 한 요원이 소집해제 하던 날,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대표 업무가 힘들지는 않냐'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내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평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사이는 아닌데, 열심히 하고자 했던 나의 마음이 닿았던 걸까.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알아주고 표현해 주니 내가 더 고마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병역의무라는 것 하나로 이 자리에 나온 청춘들의 가장 본질적인 심리적 고충은 열심히 복무할 동기를 찾기가 마땅찮다는 것이다. 사회복무요원의 업무는 각 근무지의 주된 업무가 아니라 보조적 성격이 크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는 것도 쉽지 않고,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애국심으로 2년간 버티는 것도 녹록치 않다. 나 역시 생소한 마음으로 시청에 첫 출근을 하던 날이 있었다. 복무를 시작하기 넉 달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혼란스러운 가정사 속에 편치 않은 마음으로 복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색할 수도 내색할 곳도 없었다. 다들 그렇듯이 혼자 이겨내야 하는 거였다. 간단한 교육과 면담을 거쳐 안전총괄과로 배치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시청에서 사회복무요원 주무부서인 안전총괄과로 배치된다는 것은 모범적으로 복무하라는 기대와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담겨있음을 의미했다.

 그렇지만 막상 처음에는 사무실에서 마땅한 위치를 찾기 어려웠다. 각 주무관님들이 저마다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이 사회복무요원은 권한도 책임도 없는 주변인이 되었다. 누구의 탓이라기보다는 관행상 나는 직원이라고 불리는 범주 밖에 있었으며, 인원파악에도 포함되지 않았고, 직원안내도에도 내 얼굴은 들어가지 않으며, 명패도 없었고, 식사도 따로 했다. 가장 어리고 수동적이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짧지만 20대 내내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내게 시키는 대로 하면서 눈치를 살펴야 하는 위치 그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보고자 하는 마음을 먹게 된 데는 한혜진 주무관님과 전천성 팀장님의 신뢰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싱싱한 바나나향 가득한 손수 만든 과일주스를 한 컵 따라주신 한 주무관님. 주무관님께서는 내 자리에 명패를 놓아주셨고, 대표로서 그리고 안전총괄과 민방위팀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뒷배를 봐주셨다.

 "준혁이 내가 뽑았어요.ˮ
내가 배치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다른 주무관님들께서 나를 칭찬하실 때면 한 주무관님께서 하시던 말씀이다. 나의 대나무 숲은 한 주무관님이다. 업무적인 고충과 가정적인 고민까지 가리지 않고 모두 털어놓는다. 기꺼이 들어주시지만 아마 쉽지 않으실 것 같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 함께하는 짝꿍이 될 것 같은데 늘 감사하다. 오늘도 내가 준비하는 공부에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시청 사회복무요원 총괄 주무관으로서 요원들의 문제를 항상 내 아들이라면'하고 어머니 입장에서 고민하시는 모습을 지켜봤다. 사회복무 관련 업무에 대해서는 내 의견도 꼬박꼬박 들어주셨고, 내가 다른 요원의 고충을 전달하면 반드시 해결방안을 고심해 처리해주셨다. 이번에 의왕시청이 복무관리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는 이런 주무관님과 팀장님의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요원들이 식사를 잘 했는지 꼭 챙겨주시는 정일수 과장님의 진심어린 관심이 한데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변에 다양한 고충을 가진 요원들이 담당자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복무에 힘을 얻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내가 아무리 대표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고 해도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는 것만 못할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만이 알아차리고 챙겨줄 수 있는 세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챙겨준다면 요원들도 금세 마음의 문을 열고 그들의 능력을 발휘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회복무요원은 나라의 부름에 응답한 자랑스러운 병역이행자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 하겠다고 각자 맡은바 자신의 본분을 다해나가고 있다. 사회복무요원들이, 그리고 그 담당자들이 함께 더 큰 당당함과 책임감을 가지고 이웃과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경험을 안고 사회에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konas)

의왕시청 윤준혁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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