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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㉖ <입선> 500일간의 여행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자"
Written by. 소준섭   입력 : 2018-10-18 오후 1: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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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00일간의 복무 이야기 ✿

 독일의 철학자인 괴테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다.ˮ요즘 우리들은 문명의 이기 덕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 그러나 여행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원래 살던 곳을 떠나기 때문에 분명 새롭고 즐겁겠으나, 그를 준비하는데 있어 힘을 써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旅行)을 여행(勵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힘을 써서 여행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여행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에 대한 흥미로움과 여행의 즐거움, 그리고 유적지로부터 오는 경외감 등의 무엇. 여행(旅行)은 또 여행(餘行)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500일의 날을 앞서 다른 뜻의 여행이라는 단어로 풀어보고자 한다.

나의 여행 준비기

 나는 작년 2월 6일 처음 창원천광학교에 근무배치 되었다. 창원천광학교는 장애인학교다. 창원천광학교의 사회복무요원들은 장애 학생 지원이라는 임무를 가지는데, 각 반에 배치되어 그 반 학생들의 상황에 맞게 지원을 하는 그런 곳이다. 처음 배정되었을 때 든 생각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었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내가 어떻게 근무를 해야 하고 어떻게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해 감이 잡히지 않은 채 나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처음 배치를 받고 2월에는 새로 내가 학급에 배치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이미 사회복무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는 반에 들어갔다. 2년간 내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를 미리 접해 보는 시간이었다. 일종의 실습이었다. 반에 들어가 직접 천광학교에서 사회복무요원이 해야 하는 일을 접해보니 문화 충격이었다. 스스로 화장
실을 갈 수 없는 학생들의 신변처리를 도와준다거나, 쉴 새 없이 선생님에게 욕을 하거나 또 자학하는 친구들까지 나에게 있어서는 그 점은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난 그런 학생들의 행동이었다. 나로 하여금 하루하루를 어떻게 적응을 해갈지, 이렇게 힘든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속에 2월을 보냈다. 별 탈 없이 그냥 시키는 것만 하고 내가 자발적으로 일을 만들어 하지 않으리라는 마음을 가졌다. 나의 여행 준비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첫 번째 여행 : 나는 할 수 있다

 그러고는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된 2017년도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다. 나는 천광학교 합주부에 지원을 갔다. 지원은 장애학생들의 활동을 도우면서, 나도 합주부의 일원이 되어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합주부에는 내가 맡은 반 학생인 ○○가 있었다. ○○는 멜로디언을 연주 하는데 ○○는 학습 능력이 부족했다, 그래서 ○○는 계이름 외우는 것에 애를 먹었다. 합주하는데 멜로디언은 멜로디를 진행하는 피아노 같은 역할이기에, 악보의 계이름을 외우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그러나 ○○는 연습시간마다 계이름 외우는 것에 힘들어했다. 내가 맡은 반의 학생이기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그 찰나 나의 뇌리를 스친 두 가지 생각은 2016 리우올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뜨거운 무언가를 선사해 준 펜싱 선수 박상영의 "할 수 있다ˮ이야기와 어느 장애인이 목발을 짚고 일어나려고 할 때 도와주려고 다가가니 그 장애인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혼자 일어날 수 있다며 끙끙대고 땀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혼자 힘으로 일어나 활짝 웃더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에게 중요한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살아 갈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것이라 마음먹자라는 다짐을 나의 여행(勵行)의 모토로 삼자는 생각이었다. ○○가 그 계이름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그것을 진정으로 해낸다면 그것은 내가 무엇을 할 때도 할 수 있게 하는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와 같이 연습을 하게 된 나는 먼저 천천히 계이름을 말하면서 멜로디언을 불었다. 나는 ○○에게 그 모습을 따라하게 하고,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도록 했다. 연습을 할 때 마다 ○○는 "선생님 나 이거 안 해. xxˮ나를 향한 욕설과 함께 보인 눈물은 내가 ○○에게 연습을 하자고 할 때마다의 반복이었다. 한 달이 흘렀다. 한 달 간 연습을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의 모습을 보고 나는 과연 ○○가 진짜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면 내가 가진 생각인 할 수 있다'를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날 나는 지원을 위해 빠르게 점심을 먹고 반에 지원을 갔다.

 그 때 나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가 멜로디언 계이름을 다 외우고 그 계이름을 정확히 연주를 하고 또 합주부에서 연습하는 곡을 연습하는 것이 아닌가.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는 계이름도 잘 몰랐는데. "할 수 있다ˮ의 마법이 통하는 그 순간이었다. 솔직히 그 모습을 본 나는 눈물이 났다. ○○도 정말로 할 수 있구나.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이 오래 걸릴 뿐이었다. 자발적으로 ○○를 돕겠다고 시작한 일이 결실을 맺었을 때, 생각난 것은 "할 수 있다ˮ의 힘이었다. 내가 만약 ○○가 포기를 했다면 나는 이와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포기를 했을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ˮ의 힘을 알게 되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쉽게 포기하지 말고 인내를 하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이후 ○○는 합주부에서 멜로디언을 가장 잘 연주하는 친구가 되었고, 천광학교 합주부는 그 해 10월 경남특수교육원에서 열린 장애학생문화예술제에 참가해서 학기 초부터 연습한 악기를 가지고 합주를 펼칠 수 있었고, 그것은 문화예술제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친구들이 "할 수 있다ˮ라는 힘을 남기게 했던 나의 여행이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가지는 차이는 그저 정도의 차이, 속도의 차이지. 같은 한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임은 분명하다. 구성원끼리 서로 보듬고 서로 일으켜 받쳐주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복무를 하는 동안 그리고 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언제부턴가 정상인은 우월감으로, 장애인은 비참함과 실망으로 서로 골을 깊이 파고는 등을 돌리고 있는 듯하다. 이젠 서로가 하나를 이룬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기를 바라며,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었지만, 장애학생지원을 통해 내가 느낀 장애 학생들의 모습은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들에게 목발을 짚는 방법을 알려주듯, 그들도 나와 동등한 사람이기에 노력의 과정을 인내의 과정을 겪는다면 우리와 똑같은 것을 도출 할 것이라는 것을 남기면서 나의 첫 번째 여행은 끝이 났다.

두 번째 여행지 :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자ˮ

 사회복무요원이라면 누구나 가야하는 복무기본교육은 나의 500일간의 여행 중 남을 위해 앞장 선 여행이었다. 작년 6월 19일을 시작으로 한 나의 사회복무연수센터 여행은, 입교식을 시작으로 4박 5일간의 교육이 진행되었다. 시작은 교육운영관님이 각자 맡으신 반에서 교육생을 대표하는 학생장을 선출하는 것이었다. 교육운영관님은 학생장은 진정으로 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맞다 하셨다. 문득 나의 뇌리에 스쳤던 것은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자ˮ라는 생각이었고, 그에 지원을 해서 나는 학생장을 맡았다. 교육생 친구들이 조금이나마 더 쾌적한 반에서 교육을 듣게 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입실하여 에어컨을 켜고, 식사 시간이 되면, 가장 마지막에 나가서 강의실의 불과 에어컨을 껐다. 아주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며 같은 반의 사회복무요원들을 챙기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나의 이러한 가벼운 행동은, 실제로 교육운영관님의 사랑(?)을 독차지 했던 것 같다. 그 덕이었을까? 모든 교육이 끝나고 수료식을 앞두고 교육운영관님은 나를 학생장대표로 선정해 주셔, 학생장 대표로 모범 교육 표창을 받게 되었다. 앞장서서 기본적인 것을 행함으로 다른 사회복무요원들이 조금이나마 편안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힘썼던,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자ˮ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나의 두 번째 여행(勵行)은 끝이 났다.

500일간의 여행을 돌아보며

 나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의 여행은 "할 수 있다ˮ, "남을 위해 조금만 피곤하자ˮ라는 것을 남겨줬다. 500일간의 복무라는 여행(旅行)속에서 여행(勵行)을 통해 여행(餘行)을 하게 해줬다. 괴테의 말처럼 여행 하는 것 그 자체가 여행이므로 500일은 나에게 있어서 힘껏 노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 나는 두 가지의 것들을 여행을 통해 남겼다. 여행에서의 도착, 복무에서의 소집해제만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복무요원들이 복무 그 자체를 위해서 남을 위해 힘쓴다고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이 사회를 위해 이바지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의 사회복무요원 여러분,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konas)

창원천광학교 소준섭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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