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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㉘ <입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병역의 의무

"힘들다...그런데 보람차고 먹먹하다"
Written by. 박성민   입력 : 2018-10-19 오전 1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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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시작

 2017년 5월 훈련소 입구에서 명찰을 쓰면서 입소식을 했던 기억도 1년이 지나버렸다. 처음 시설에 들어오면서 겁을 냈던 풋내기 사회복무요원은 이젠 베테랑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사회복무요원 1년 차인 나의 이야기를 써본다.

 때는 2017년 초 2차로 신청한 원주가톨릭노인복지센터에 선정되니 그 날로부터 놀기 시작했다. 이때 아니면 언제 놀 수 있겠냐 하면서 엄마의 가게 일도, 집안일도 다 접어두고 훈련소에 들어갈 때까지 놀았다. 5월 22일 마침내 훈련소에 들어가면서 학교친구들과는 다른 비록 4주 뿐이지만 전우라는 관계, 엄마가 해준 밥의 고마움을 느끼면서 나왔다. 4주가 지난 6월 16일 퇴소 식을 하고 다음 주에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일과는 오전은 어르신들이 오시면 2층에 있는 시설내로 모셔다 드리고 입구에서 손 소독을 해드리고 점심 식사 준비를 위해 식당에서 점심을 가지고 온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내 점심시간을 가지고 한 시간 뒤 어르신들이 찜질용으로 쓰는 핫백을 다시 기계에 넣어서 데워서 내일 쓸 수 있게 준비해놓고 다시 식당에 가서 간식을 가지고 온 뒤 끝나는 시간까지 대기했다가 어르신들을 2층에서 1층으로 모셔 온 뒤 차에 태워드리고 어르신들이 이용했던 시설을 청소하면 나의 일과가 끝이 난다.

 아주 힘든 일은 아니지만 이쪽일도 나름 고충이 있다면 쉬지를 못한다. 일이 짧고 굵게 가는 게 아니라 얇고 길게 가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첫 마음가짐은 그다지 좋지 못했던 걸로 기억한다. 평생 남을 위해 내 시간을 쓴 적이 없는 나에게 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즐겁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때 구석에 있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서 선생, 학생은 어디서 왔어? 참 힘들겠다! 젊은 나이에 이런데 오면 처음엔 네 네' 이런 식으로 대답했었다. 그때에는 훈련소에서 막 나오고 일에 대한 생각보다는 놀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때에는 예의에 어긋난 대답을 하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힘드냐고 하루일과가 끝나고 집에 모셔다 드리는 차에 태워드릴 때마다 오늘하루도 수고했다'고 이제 소집해제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말씀하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어느새 소집 1년이 되었다.

만남 그리고 이별

 시설에 들어와서 맨 처음 만나신분은 젊으실 때 농사를 지으셔서 그런지 자꾸 인부들 밥 줘야 된다고 자꾸 나가시려고 하셨다. 아주 깊은 인상을 남기신 분이다. 또 다른 분은 비록 혼자서 걷지는 못하셔도 나한테 농담하시고 욕도 차지게 하셨던 분이시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자리에 앉혀드리고 점심이후엔 쉬는 곳으로 앉혀드리고 다시 간식시간에 자리에 앉혀드리는 일과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우리시설이 주간보호센터인데 보호센터라는 시설의 특성상 시설에 오지 못하거나 병세가 더 심해지면 요양원이나 집에서 쉬시는 분들이 생기시는데 이 두 분이 그렇게 되었다. 그 외에 많은 분들이 겨울이라서 오기 힘들다고 쉬셨다가 봄이 되어서 다시 오기도 하셨으며 아직까지도 집에서 쉬시는 분도 계시며 요양원으로 시설을 옮기신 분도 계신다.

 가끔은 그분들이 그립긴 하다.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감을 가지신 분이 떠나시면 시설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럴 땐 한주정도 다른 어르신들도 조용해지신다. 그렇게 빈자리가 생기면 새로운 어르신들이 오신다. 새로운 분들이 오시면 어르신들이 기뻐하신다. 심심하던 차에 새로운 동료가 오면 그때부터 한 1~2주정도 이야기꽃이 펼쳐진다. 옆에서 들어보면 서로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자식이야기, 병 이야기, 남편이야기(여기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시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다는 할머니 분들한테서 나온다), 직업이야기 등 한사람의 회고록이 써지는 느낌이다.

 1년 동안 7~9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들어오거나 나가셨다. 그럴 때마다 어르신들의 표정을 본다. 만남의 기쁨 이별의 슬픔 두 개의 감정이 오간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새로 오신 분들이 불편하지 않게 정성껏 도와드리는 것과 기존에 계신 분이 떠나실 때 어르신들이 슬픔을 덜 느끼게 도와드리는 것뿐이라는 게 정말 아쉽다. 그리고 나도 기존에 떠난 분들이 아직도 그립다. 한 분은 자꾸 시설 밖으로 나가시려고 해도 내가 점심이랑 간식을 가지고 들어올 때에는 내 생각해서인지 그때만 조용히 계셨다. 이런 글을 쓰고 있을 때에 더 그리워진다.

달라진 나

 이 일을 하고 난 후에 난 그동안 치매라는 병에 대해 깊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된 치매는 사람이 단순히 기억을 잃고 퇴화된다는 병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본 치매의 모습은 좀 다른 거 같았다. 비록 집 주소를 잘못 알고 계시지 못해도 보호자분들의 번호를 몰라서 전화를 하고 싶지만 전화를 못하시더라도 항상 가족을 생각하며 말씀을 잘 따라주시고 가끔은 잘못된 습관이 반복되어서 실수를 하더라도 매번 미안하다고 하신다. 치매라는 병이 비록 자신의 기억을 잃는다곤 해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는 않는다. 착하신 분들은 오히려 더 착해지신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그건 좀 희귀하다. 치매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면이 벗어지는 것 같았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 모두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 그 가면이 치매라는 병으로 인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난 이후로 어르신들을 병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나이 드신 분들이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또 이 일을 하고나서부터 어머니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옛날에는 그냥 필요할 때마다 내려와서 돕곤 했지만 요즘은 매일 내려가서 마감직전까지 돕는다. 이런 글을 쓸 때 내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왜 그렇게 변했을까' 아마도 힘들게 산다는 걸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 8시에 집에서 나오고 6시쯤에 집에 들어오면서 어머니가 매일 9~10시 사이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3~4시간 더 일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소중함을 알아서일까. 매일 아픈 몸이시지만 늘 자식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셨다. 아침에 오실 때, 점심식사하실 때, 간식 드실 때, 집에 가실 때마저 자식걱정을 하시는 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머니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요즘 어머니랑 마감을 같이 할 때 몸은 힘들더라도 마음은 편하다. 1년이 지난 나를 돌아보며 쓴 글인데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수기를 마치며 사회복무요원 일에 대해

 이 글을 마치며 사회복무요원에 대해 생각해본다. 지금도 나 말고도 수많은 복지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이 있다. 대부분 힘든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생전 처음으로 복지기관이나 지하철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을 사회복무요원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일하면서 느끼는 건 이 기관들이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있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선 현역보다 너흰 쉽게 일하면서 왜 힘드냐는 소리를 듣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엔 내가없으면 어르신들 점심이랑 간식이 못 온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이 없으면 못 돌아가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다. 그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 일을 대하는 자세가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비록 여러 가지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해서 하지만 여러분들이 있어 누군가는 지하철을 타고 누군가는 한 끼를 먹으며 누군가는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힘들겠지만 남은 기간 이왕이면 보람차게 다들 일했으면 한다. 그럼 다들 남은 복무기간 힘내시길 바랍니다.(konas)

원주시가톨릭노인복지센터  박성민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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