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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국토대장정 소감문(1)] 평생 추억할 5박 6일 간의 여정

Written by. 최나원   입력 : 2023-08-21 오후 2: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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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제13기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소감문 우수작으로 선정된 글입니다.)

 20살 때부터, 대학생일 때 꼭 경험하고 싶은 일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국토대장정이었다. 코로나로 거의 모든 야외 프로그램이 취소되면서 소망으로만 남을까 싶었지만, 코로나가 사실상 종식된 올해 6월 초에 검색을 통해 운명처럼 ‘제 13최 향군 국토대장정’을 알게 되었고, 평소 안보여행을 계획할 만큼 관심도 있었던지라 ‘이건 꼭 해야겠다’ 싶어서 밤새 지원서를 썼다. 그로부터 며칠 뒤, 대원으로 선발 확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아 뛸 듯이 기뻤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에 걸쳐 짐을 꾸렸다.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싼 짐을 들고, 집결 날짜 하루 전에 난생 처음으로 혼자 서울에 도착해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처음으로 5박 6일이라는 일주일 가량의 긴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서 보낸다고 생각하니 조금 긴장되기는 했지만, 다양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멋진 경험을 함께한다는 설렘이 긴장을 모두 덮어버릴 만큼 컸던 것 같다. 두근대는 심장에 오랫동안 뒤척이며 밤을 지내고, 다음 날 아침 운동화 안쪽이 뜯어진 것을 발견하며 사실상 운동화와의 이별 여행, 아니 ‘제 13회 향군 국토대장정’이 시작되었다.

 1일차: 우선 8시까지 장충체육관 앞에 모여 옷과 각종 물품들을 지급받았다. 가벼워보였던 가방 속에 침낭, 우비, 팔토시 등등 많은 물품들이 알차게 들어 있어 놀랐고, 전액 무료인 프로그램 치고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것 같아서 감동했다. 짐을 모두 정리하고 대원복으로 갈아입은 뒤, 조별로 줄까지 서고 나자, 국토대장정의 시작이 비로소 실감이 났다. 처음 대면한 조원들과 다소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니 분위기가 한결 밝아지고 좋았다.

 그 후 출정식 리허설을 거치고. 6·25정부기념행사에 참여했다. 넓은 원형 체육관에서 악대의 반주에 맞추어 애국가를 불렀는데, 초등학교 시절 이후로 4절까지 불러본 적이 없는 애국가를 다시 끝까지 불러보게 되어 반가웠다. 행사에서 6·25전쟁에 참여한 부대와 국가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행사가 끝나고 출정식을 마친 뒤에는 국립 서울현충원으로 가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죄송한 마음으로 참배를 했다.

 현충원 내 식당에 가서 먹은 육개장은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고 양도 많았다. 혼자 지원해서 갔던 거라 외로울까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밥을 먹으면서 혼자 온 사람들끼리 뭉치기도 하고, 동갑 친구들과도 만나 친해지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버스에 올라 먼 길을 달려 숙소인 12사단 신병교육대대에 도착했다. 보안 문제로 인해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떼어내면 표시가 나는 스티커를 카메라에 붙이게 됐는데, 조금은 아쉬웠지만 신기했다.

 을지신병교육대에서는 앞으로의 일정 등 간단한 설명을 듣고, 조별로 앉아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여전히 어색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낮보다는 훨씬 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끝나고는 몇몇 친구들과 단장님을 필두로 저녁 운동 삼아 연병장을 돌며 그 어디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연병장의 낭만으로 대장정 중 손꼽을 만한 추억 하나를 새겼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단체생활의 고단함으로 인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눕자마자 단잠에 빠질 줄 알았으나, 갑자기 바뀐 잠자리가 적응되지 않았는지 쉽게 잠들지 못한 채 그렇게 첫날밤이 지나갔다.

 2일차: 다음날 아침, 신병교육대에서 나온 우리는 고성에 있는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멀리서 통일전망대를 보고 꼭 재봉틀같이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안개 때문에 멀리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흐릿하게나마 손 뻗으면 닿을 만큼 북한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군인들과 함께 더 가까이까지 걸어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집과 너무 멀리 있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그곳을 나왔다. 그 후, 기차를 개조해 만든 통일전망대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바로 옆에 있는 6·25전쟁 체험 전시관으로 가서 자유롭게 구경했다. 실제 전쟁처럼 포탄 소리가 나면서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인상적이었고, 이런 불안한 공간에서도 두려움과 싸우며 조국을 위해 맞서는 군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한껏 깊어졌던 것 같다.

 제진검문소까지 걷는 동안 폭우가 그쳐서, 입고 있던 우비를 벗고 DMZ평화의 길을 걸었다. 평소 가장 많이 걸어본 거리보다 많은 거리를 한 번에 걸어서 조금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걸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조원들과 모여서 단체로 사진을 찍었던 그곳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기억에 남는다. 하루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는 숙소인 7사단 신병교육대에 모여 국군장병 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 학과도, 꿈도 군 쪽이 아닌지라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지만, 군대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무서웠던 것, 지금에 오기까지의 과정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끝나고는 친구를 따라 따로 질문하러 가기도 했는데, 여군에 대한 차별에도 침착하게 대응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강한 마음가짐을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틀간 누적된 긴장과 피로가 쌓여서인지, 그날은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3일차: 7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배웅을 받으며 출발한 우리는 근처에 있는 평화의 댐으로 가서, 오미리 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전날보다도 훨씬 긴 거리였던 데다가 오르막까지 많아서 힘들었지만, 악천후인 탓에 지난 이틀 동안 많이 걷지 못해서인지 맑은 날에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걸을 수 있었다. 항상 차로만 지나다니던 터널을 난생 처음 두 발로 걸어서 지나게 됐는데, 동료들과 터널 속에서 허겁지겁 달렸던 기억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추억이 될 만큼 특별했다. 터널을 지나고 잠시 주어진 휴식 시간에 먹었던 초코파이는 지금까지 먹었던 초코파이들 중 최고였고, 왜 군대에 가면 초코파이를 찾게 된다고 하는지를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즐긴 후, 오미리 마을까지 남은 거리를 다시 걸어갔다.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지쳤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고 조원들이 끝말잇기 하는 소리도 들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오미리 마을에서는 특이하게도 비트가 들어간 물을 넣은 막국수를 먹었는데, 지친 몸을 충분히 회복할 정도로 시원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은 뒤, 우리는 승리수색대대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예정보다 오랜 시간을 달리게 되었는데, 중간에 화장실을 찾기가 어려워 고생하다가 결국 어느 군부대에 잠시 들러서 화장실을 쓰게 되었다. 흔쾌히 허락해 주신 부대 관계자분들과 화장실을 찾느라 함께 애써주신 기사님, 그리고 기다려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었고, 단체 생활에 피해를 안주려면 앞으로는 준비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이후로 친구들은 버스를 타기 전에 꼭 나에게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물어봐 주었다! 감사하다.

 승리수색대대에 도착해서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처음으로 40킬로그램 정도 되는 군장을 메어 보곤 뒤로 넘어갈 만큼 무거운 무게에 깜짝 놀랐다. 방탄조끼와 권총도 상상 이상의 무게였는데, 가볍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면 정말 편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를 체험하고 사진도 많이 찍은 다음, 금성지구전투전적비로 가서 참배했다. 해설사분과 단장님의 설명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느낌이었고,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랬던 건지 다른 곳보다 훨씬 조용하게 머물렀던 것 같다.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15사단 신병교육대에 가서는 조별로 장기자랑 연습을 하고 처음으로 불침번을 서게 되었다. 새벽 1시부터 2시까지가 내가 담당한 시간이었는데, 일어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불침번에 대한 설렘 때문인지는 몰라도 1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침번은 정말 별거 아니면서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4일차: 불침번의 피로로 떠지지 않는 눈을 간신히 뜨고 15사단 신병교육대를 떠나 화천 붕어섬 삼거리부터 북한강을 따라 쭉 걸었다. 햇볕이 뜨거워서 슬슬 지쳐갈 무렵 걷기가 끝났고,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주셨는데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지난날 먹었던 초코파이만큼이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우리는 파로호 안보전시관에 도착했다. 해설사분을 뵙고 6·25전쟁 당시 중공군을 훌륭히 무찌르고 화천댐을 사수한 파로호 전사들의 승리사를 들으면서 그때 싸워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이런 곳으로 견학을 오는 것도 힘들었겠구나 싶었고, 언젠가 역사가 될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전시관에서 나온 뒤에는, 점심으로 전투식량을 먹었다. 오래 전, 오빠가 군대에 있을 때 가져온 전투식량을 먹어본 적이 있기는 했지만, 다시 먹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다. 점심 식사를 모두 마치고는, 제 2땅굴로 가기 전에 DMZ두루미마을에 잠깐 들렀다. 지도로만 보고 여기는 뭐하는 곳일까 궁금했었는데, 직접 가보니까 그 이름에 걸맞게 두루미 모형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곳 화장실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음악이 나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

 다음 코스로 드디어, 내가 이번 대장정에서 가장 기대하고 기다렸던 장소인 제 2땅굴에 가 보았다. 땅굴에 들어가자마자 에어컨을 켠 것보다 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깊이 내려가 땅굴의 개방된 곳까지 한참을 걸었는데, 천장이 낮고 울퉁불퉁해 다들 계속 머리를 박게 돼서 쿵쿵 소리가 나는 게 웃음 포인트였다. 제 2땅굴은 발견된 땅굴 중에서도 넓은 편이라고 하는데, 인부들이 쉬었던 공간 등 중간 중간에 트여 있는 광장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더 이상 민간인이 관광할 수 없도록 철문 등으로 막아 놓은 부분이었는데,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무엇이 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끝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 2023년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 ⓒkonas.net


그렇게 땅굴 관광을 마친 후에는 근처에 있는 철원평화전망대로 갔다. 다행히 통일전망대에 갔던 날보다 날이 훨씬 맑아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며 본 경치가 정말 좋았다. 전망대에 올라가서는 설명을 듣고 망원경으로 북한 지역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군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웠지만, 정말 인생에서 손꼽을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역사책으로만 배웠던 궁예의 태봉국이 있었던 곳을 멀리서나마 구경하면서, 역사 속에 있는 것이 실감이 나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전시물들을 구경하고 나와서 월정리역으로 향했다.

 원래 비무장지대의 불타 버려진 역이었는데 이전해서 복구한 것이라고 하며, 그 유명한 ‘달리고 싶은 철마’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한때 남북을 활발히 오갔을 열차를 생각하니 슬퍼지면서, 여행이라도 갈 수 있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개선돼서 기차를 타고 북한을 여행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월정리역 구경을 마치고는 마트에서 간식을 사고 제 5사단 신병교육대대로 들어갔다. 숙소에 가기 전, 사실상 우리 조의 조장 역할을 하던 친구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도중에 그만두게 되었고, 절반 이상 왔는데 해단식까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 2023년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5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는 예전 기수 국토대장정에 스태프로 참여하셨던 분이 오셔서 간식도 주시고 경험담도 이야기해주셨다. 언젠가 우리 기수 대원들 중에서도 다음 기수 후배들 앞에서 경험담을 이야기할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 후에는 다음날 있을 레크리에이션에 대비하여 조별로 마지막 장기자랑 연습을 했다. 빠진 조원의 자리가 허전하기는 했지만 다행히 순탄하게 준비를 끝마칠 수 있었고, 그렇게 그날 하루도 마무리됐다.

 5일차: 이날 아침에는 비가 정말 많이 내려서 마치 물고기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첫 코스는 철원역사문화공원에 가는 것이었는데, 영화관이나 우체국 등이 옛날 모습으로 남아 있어서 굉장히 아기자기했고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 곳에서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을 것 같다. 버스로 가는 중에 우수수 내리는 비가 음산함을 한껏 더하고 있는 노동당사도 구경할 수 있었다.

 주상절리길은 아쉽게도 폭우로 인한 위험이 있어 갈 수 없었다. 그래도 점심 먹을 식당이 있는 곳까지 행군은 계속되었다. 비가 많이 오기는 했지만 뜨거운 날에 걷는 것보다는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고 재미도 있었다. 걸으면서 구경한 한탄강과, 남북합작이라고 하는 승일교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도착한 식당에서는 전골을 먹었다. 비 오는 날 먹는 전골이라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고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다음 코스인 백마고지전적지로 갔다. 백마고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커다란 백마상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백마고지 전투는 한국전쟁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는데, 결국 국군 제 9보병사단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엄청나게 치열했던 만큼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고 백마고지에서의 많은 희생에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참배를 한 후에 내려오게 되었다.

 5일차의 일정은 조금 일찍 마무리하기로 하고 숙소인 해병 제 2사단 동원교육대대로 가서 씻고 준비를 마친 뒤, 해병대 청룡회관으로 갔다. 청룡회관이라고 하길래 그냥 일반 식당 이름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일반인에게도 개방하는 군식당이었다. 그곳에서도 전골을 먹게었는데, 국물이 달짝지근한 게 너무 맛있어서 몇 번이나 리필해 먹었다. 대장정에 참가하기 전에 받았던 안내문에는 분명 음주 금지라고 되어 있었기에 술을 마시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으나 후에 레크리에이션도 있고 해서인지 과하지 않게 제공된 술은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자리가 좀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마지막 밤에 즐겼던 레크리에이션은 내가 본 것 중에 최고였다. 진행자님도 너무 즐겁게 진행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정말 떠들썩하고 즐겁게 놀았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던 장기자랑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아쉽게도 우리 조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우리 조가 최고였던 것 같다. 열정 가득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마지막 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새벽 3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이렇게 재밌는데 다음 날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섭섭했다.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밤이었다.

 ▲ 2023년 제13회 향군 대학생 국토대장정ⓒkonas.net


 6일차: 전날의 여파로 다음 날 기상 시간에는 불이 켜지고도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마지막 날의 첫 일정은 공군 제 10전투비행단에 가는 것이었다.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버스를 타야 할 만큼 넓은 곳이라 꼭 마을 느낌이 들었다. 영상에서 본 바로는 공군 전투조종사의 상징으로 알려진 빨간 마후라의 최초가 이곳이었다고 하는데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여러 설명을 듣고 근처에 있는 전시관으로 이동해 전투기까지 올라가 보기도 했는데 예상은 했지만 조종석이 상당히 복잡했다. 또 실전에서 조종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되면 조종사에 탈락시키는 제도가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그만큼 전투기를 조종하는 일은 중요한 것 같았다. 시간문제로 모두가 조종석에 앉아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밥은 정말 맛있었던 걸로 기억난다.

 마지막 코스로, 해단식이 이루어질 해군 2함대사령부로 갔다. 우선 서해수호관이라는 곳을 견학했는데, 이곳은 서해 북방한계선을 지키다 전사한 숭고한 정신들을 기리는 곳이었다. 전사한 아들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돌았고, 이분들의 희생이 아깝지 않도록 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와서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토막이 나버린 천안함을 보고 있으니 분노가 치밀면서도 슬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모든 일정을 마치고는 해단식을 하게 되었다. 출정식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때와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져 신기했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해단식을 마치고 나서는, 설문조사도 하고 군번줄 등 기념품도 받았다. 섬세하게 기념품을 준비해 주신 재향군인회의 센스에 또 한 번 놀라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마무리되고, 대장정 중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조원들과 1분 1초가 아까운 듯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누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는 않은 인연들이었지만 5박 6일간 함께 생활하며 정이 들어서 그런지 헤어지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됐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을 기약한 우리는 그렇게 각자의 길을 향해 출발했다.
 
 국토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친구들에게 국토대장정 이야기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너무너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에 남았고,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어 의미있었다. 첫날에 조원들과 만났을 때 우리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사서 고생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래서 더욱 좋았다. 나 역시 사서 고생을 하더라도 경험하고 많이 도전해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지만 주변에 이런 파이팅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 드물어서 아쉬웠었는데, 대장정에 참여하니까 다들 속에 무언가 타오르는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결도 잘 맞고 굉장히 즐겁게 놀다 온 느낌이었다. 

 방학마다 해외봉사활동 가는 친구, 여행을 많이 다녀본 친구, 무대에 나가면 180도 변하는 친구 등등 하나같이 다들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들이었고, 보다 많은 경험을 해본 넓은 견문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나도 배우는 점이 많았다. 마치 우물 속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온 느낌이었달까! 맛있는 음식을 충분히 제공받았던 것도 이번 대장정이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라 감사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날씨가 좋지 않아 많이 걷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해 봤던 친구들이, 많이 걸으면서 같이 고생하면 조원들끼리 끈끈해지고 서로 의지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고생할 기회가 적어서인지 조원들끼리 그 정도로 친해지지는 못한 것 같아서 그 점은 좀 아쉬웠다. 비 때문에 더위에 지치는 일이 없어서 좋았고, 비로 인해 더욱 특별한 추억이 된 것 같지만 다음에 국토대장정을 다시 하게 된다면 날씨가 좋은 날 하고 싶은 마음이다! 

 평소 한번쯤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안보여행과 국토대장정을 한 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장정을 하면서, 각자 다섯 가지 질문 중 하나를 인터뷰 영상으로 찍었는데 내가 맡은 질문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내가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질문이라 영상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이번 국토대장정에서 국가를 지키느라 희생하신 분들의 피와 땀을 많이 실감하게 되어서인지, 국가안보는 군대라는 소수의 인원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조금씩 같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실천하게 될 것 같다. 

 해단식 후에 받은 설문지에는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참전하겠냐는 질문이 있었다. 긴 고민 끝에 ‘보통’에 체크했다. 보통에 체크하기는 했지만 과연 진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전쟁에 나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모든 개인적인 것들을 뒤로 하고 국가와 국민이라는 대의를 위해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다음에 또 만나자의 ‘다음’을 앗아가 버린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자 친구일 군인들과 우리의 다음을 위해서라도, 모두의 관심 속에 국가안보가 튼튼히 되고 더 이상 가슴 아픈 희생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5박 6일간의 이번 국토대장정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시간이었지만, 끝나갈 때 슬퍼질 정도로 나에게는 짧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 14회 국토대장정에도 참여해 보고 싶고, 이번 국토대장정이 그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대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 자리가 마련되어 오래오래 이어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글을 마무리해 본다. 

마지막으로, ‘제 13회 향군 국토대장정, We are the one, 야!’(konas)

 
 최나원(경성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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