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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칼럼] G2 체제의 정중동(靜中動)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Written by. 박상중   입력 : 2026-06-04 오전 8: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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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35분간 마주 앉았다. 별도의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은 없었으나 이 침묵의 합의(Tacit Agreement)는 국제 질서가 대립의 극단을 넘어 실용적 현상 유지라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였다. 세계는 이제 미국의 독주에서 미중 양강(Group of Two, G2)의 위태로운 균형이 작동하는 복합적 안보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공동 입장의 표명이다. 양국 정상은 에너지의 자유로운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특히 시 주석이 해협의 군사화와 통행료 부과 시도에 반대를 천명하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에 뜻을 모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백악관은 회담 직후 팩트시트(Fact Sheet)에서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이 양국 모두에게 사활적 이익임을 재확인한 결과이며, 에너지라는 인류 공통의 과제 앞에서 미중이 실용적 타협을 택하였음을 방증(傍證)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합의 이면에는 복잡한 지경학적(Geo-economic) 계산이 작동하고 있다. 완전한 자유항행(Freedom of Navigation, Safe and Unimpeded Navigation)을 추구하는 미국과 선별적 통항을 꾀하는 이란 사이의 간극, 이에 대한 미중의 온도 차는 분명하다. 정상회담 직후 5월 19일 푸틴 대통령의 방중은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공급 확대 및 '시베리아의 힘 2(Power of Siberia 2, POS-2)' 가스관 협상 타결은 유라시아 대륙 내 자원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하는 중러 밀착의 전략적 신호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빠른 행보 속에서 한국이 구조적 소외(Structural Marginalization)에 놓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비핵화 원칙이 거론되었음에도, 대만 문제를 비롯한 글로벌 현안에 외교적 역량이 집중되면서 한반도 이슈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북한 김정은의 침묵(Silence) 또한 평화에 대한 의지라기보다 변화하는 국제 질서와 주변국의 예민한 안보 상황을 의식한 철저한 생존 전략이자 현실적 선택으로 읽힌다.

미중의 전략적 안정이 한국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유대한민국은 이러한 안정적 불안정성(Stability-Instability Paradox)의 구조 속에서 실용적 현실주의를 기치로 외교적 기동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이 긴밀한 소통을 통해 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것은 동맹의 신뢰가 견고함을 입증한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외교의 기본 축으로 삼아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는 능동적인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한중 관계 역시 상호 존중에 기반한 협력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자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미중 갈등의 파급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의 냉혹한 복합 위기(Polycrisis)는 오로지 국가이익의 엄중한 잣대에 따라 고도로 관리하여야 한다. 2026년의 글로벌 안보 지형은 상호주의(Reciprocity)에 기반하여 물리적 힘의 대결을 넘어 정보의 보안과 국가 간의 정교한 신뢰 구축이 성패를 가르는 시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중 경쟁의 구조를 냉정하게 읽고 기술 주권과 공급망 안정 및 외교적 자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정교한 전략적 언어다. G2 체제가 구조화될수록 중견 강국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공간을 더욱 넓힐 수 있다. 한국은 미중의 실용적 거래와 중러의 유라시아 결속이 교차하는 복합 상황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동맹의 굳건한 닻을 내린 상태에서 실용 외교를 통해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 (konas)

박상중 : 향군 안보전략연구 논문심사위원, 국방대 직무교육원 교수, 한미연합사 정책자문위원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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