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0월 중 전 국경선서 대남확성기 가동"…위협 수위 높여(종합)
북한이 이달 중으로 전 국경선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겠다고 21일 예고했다.
경고방송 등 군사분계선(MDL) 월선 시 우리 군의 대응을 문제 삼으며 대남 확성기 재개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지 이틀 만에 구체적인 시점까지 못박으며 위협 수위를 한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어 "우리의 전술적 사냥조들은 새로운 진지들을 차지하고 있다"며 "10월 중으로 대한국 심리전 확성기들이 전 국경선에서 가동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 부장은 지난 19일 담화에서 북한군의 MDL 월선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에 반발하며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부장은 한국군이 이날 최소 2곳에서 확성기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만약 오늘과 같은 경우 적을 향해 마주 경고사격을 한다고 치자. 국경의 정세는 상상할 수 없이 악화될 것"이라며 확성기 방송을 두고 "가장 정당한 조치이며 적합한 대응으로 된다"고 강변했다.
이어 "적의 경고사격 도발이 경고성을 넘어 실제적인 우리의 영토안전, 장병들의 신변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면 우리 국경장병들은 이성을 잃은 무장깡패들을 사정없이 처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부장은 전날 박정천 국방성 고문과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공사현장을 시찰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언급하며 "날자(날짜)를 오기하였다. 나는 전날이 아닌 바로 오늘 21일 새벽에 국경의 여러 곳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수반은 세상에서 가장 너절하고 추악한 적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비극이며 따라서 그 국경선은 영원히 넘지 못할 영구적인 선이 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고 말했다. 국가수반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가리킨다.
이어 "국경이 영구화되면 이 지역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성은 의심할 바 없이 해소될 것"이라며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중앙통신은 박정천 고문과 김 부장, 리일환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주요 지휘관들이 지난 20일 남부국경 요새화 공사현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박 고문은 "적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에 이어 앞으로 우리 군인들을 향해 실제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해올 때는 절대로 용납하지 말고 즉시 반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리 군은 지난달 21일 비무장지대(DMZ) MDL 이남에 북한이 매설한 지뢰로 우리 군 장병 3명이 다친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향해 국경선 요새화 작업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 당·군 고위 인사들의 현장시찰과 김 부장의 담화는 남측의 중단 요구를 일축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국경선 요새화를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 당국은 김 부장 등이 이날 새벽 공동경비구역(JSA) 인근 서부전선 '국경선 요새화' 작업 현장을 방문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감시장비를 통해 이들의 동향을 감시·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로 도발을 감행한다면 대북 확성기 재개를 포함해 '비례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비례적 대응 수단으론 대북 확성기 재개 또는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 라디오 방송 재개 등이 거론된다.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재개로 대응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북한이 대남 확성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결국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계획대로 마무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DL 월선에 따른 경고방송을 교묘히 이용해 대남 확성기 재개의 명분으로 만들었다"며 "대북 확성기를 선제적으로 중단했던 한국 정부가 이를 번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간파하고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확전 경로로 가지 않도록 경고방송을 줄이라는 것이 북한의 속내"라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도 "국경선 전면 요새화까지 남북 충돌이 없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내년에 작업이 마무리되면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인 선전을 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대남 확성기 재개시 야기될 남남 갈등의 이익이 크다는 김 위원장의 판단이 있는 것 같다"며 "다만, 자제력을 갖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김여정의) 언급은 남측의 대응을 봐가면서 대남 확성기 가동 여부를 다시 결정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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