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자와 우유
"물 탄 우유도 순간에 마시고 컵을 핥는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눈물이 글썽해졌다.
우유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비롯한 사람의 인체에 많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유제품이다. 사람들은 우유를 일상 생활에서 흔히 물 마시듯 한다.
2012년 탈북한 박성숙 씨는 "처음 남한에 와서 우유를 아무 때나 마신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북한 주민들은 우유라고 하면 비싼 값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 돈 많고 부유한 계층들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살자면 밥은 먹어야 되지만 우유는 엄두도 못내는 고급 식품으로 여긴다."고 했다.
그는 "남한에 와서 커피숍에서 일했다. 어느 날 우유와 커피를 넣고 스팀하는데 거품도 적게 나오고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금방 연습하던 큰 컵에 가득한 우유를 싱크대에 버렸다. 갑자기 무슨 큰일이 난것처럼 의아해 하는 나를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새 우유를 컵에 따라주었다."고 했다.
"아까운 우유가 순간에 쿨럭쿨럭 소리를 내며 싱크대 구멍으로 스며드는 소리가 가슴에 와서 맺힌다. 북한에서는 백성의 자식은 구경도 못하고 맛도 모르는 귀한 걸 버렸다는게 죄의식처럼 머리에 와서 맴돌았다.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라떼를 만들고 컵에 남은 나머지 우유는 버리는게 응당하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모아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쓰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웃으면서 '일단 만들어서 내보내고 남은 것은 다시 쓰지 않는다. 우유가 그리 귀한 것도 아닌데 커피 값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성숙 씨는 "아직은 그 말이 와닿지 않는다. 우유라는 맛도 제대로 모르는 고향 사람들 생각에 남은 우유를 큰 컵에 모았다. 필요없는 줄 알면서도 내손으로는 버리지 못했다. 가득찬 우유를 보면서 물탄 우유도 맛나게 마시던 애육원(고아원) 애들이 생각났다."고 전했다.
양강도에 애육원이라는 곳이 있다. 고난의 행군 시작과 함께 갑자기 불어난 고아들 때문에 큰 건물 전체가 부모 잃은 애들로 꽉 차있다. 유엔에서도 옷, 의약품, 영양가루 등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애육원에서는 일 주일에 한 번씩 젖소 목장에서 우유 10리터를 가져온다. 우유를 젖소 목장에서 나르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중간에서 우유를 농간질한다. 적어도 1리터 정도를 조절하고 거기에 물을 채워넣는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는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유를 먹을 수 있는 것은 갓난 애기로부터 5살까지의 아이들이다. 애육원에 우유가 도착하면 경리원이 창고에서 무게를 떠서 확인한다. 그 다음 식당으로 옮겨지는데 요리사들이 우유를 끓이면서 먹고, 원장이나 비서에게 잘 보이려고 얼마만큼 따로 건사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체로 정심은 유엔에서 보내준 밀가루로 빵을 하는데 양적으로 너무 적다. 여기다가 작은 컵으로 한 컵씩 우유를 공급하는데, 말이 우유지 물에 우유를 탔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그런 것도 순간에 마시고 컵을 핥는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눈물이 글썽해졌다.
박성숙 씨는 "원장은 우유 공급시간이면 긴 연설을 한다. '너희들이 부럼 없이 자라고 맛있는 우유를 마시는 것도 장군님 사랑이라고'. 우리는 이 사랑에 보답하기 위하여 장군님을 대를이어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아이들은 물이나 다름없는 우유를 마시면서도 당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들이킨다."고 전했다.
그는 "목장에서 가져온 우유는 가운데서 농간질까지 당하다보니 많은 아이들에게 먹이려면 어림도 없다. 물탄우유에 사카린을 풀어서 단맛을 내게 한다. 정심식사가 끝나면 교양원이 아이들에게 식사 맛있느냐고 묻는다. 아이들은 한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금방 마신 달달한 우유맛'이라고 말이다."
"세상이 무심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한반도에 같은 지맥으로 이어진 땅에서 남한은 우유를 물같이 마시고 북쪽은 우유를 말로만 들으며 자라는 애들이 많다. 남한 아이들은 우유를 마시면서도 누구에게도 고마움 같은건 생각치도 않는다."고 말했다.(konas) 출처: 구국기도
뉴포커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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