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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협박의 종착점

Written by. 윤상호   입력 : 2013-10-26 오전 7: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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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위협으로 촉발된 한반도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가 본격 추진되자 북한은 갈수록 대남협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조약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더니 ‘서울·워싱턴 핵불바다’, ‘핵선제공격’, ‘제2의 조선전쟁’ 등 갖은 원색적 용어를 총동원해 전쟁 위기를 극대화했다.

 북한의 노림수는 뻔하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강력한 대북 제재로 초래될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핵지위국’을 인정받는 한편 남남갈등과 새 정부 흔들기라는 ‘다목적 포석’이 깔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몰고 온 한반도의 핵 위기는 1,2차 핵실험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북한의 핵무장이 코앞의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일각에선 이렇게 된 마당에 한국도 비핵화 정책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독자적인 핵개발에 착수하거나 대북 선제타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 한계와 제약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북한의 ‘핵 공갈’에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도 없다.

 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탄두의 소형화 경량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정보당국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지만 핵보유국들의 과거 핵무기 개발과정을 볼 때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몇 년 안으로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이 한국을 조준하는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 정보당국은 앞으로 10년 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10∼20kt(킬로톤·1kt은 TNT 1000t에 해당하는 폭발력)급 핵미사일은 발사 3∼5분이면 서울 상공에 도달해 폭발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단 1기로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100만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서울은 완전히 초토화된다. 개전 초기나 정권 붕괴 등 궁지에 몰린 북한이 이판사판식으로 여러 기의 핵미사일을 서울과 수도권에 투하할 경우 그 피해는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치할 경우 유사시 미국의 대한(對韓) 안보 공약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이 뉴욕이나 워싱턴에 대한 핵공격 우려로 한국 안보에 적극 개입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북한의 ‘핵 인질’로 전락한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보 불능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쩌다 북핵사태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은 한반도 핵위기가 최악의 사태로 전개된 주된 원인으로 비핵화 정책을 꼽는다. 실제로 북한이 20여년 넘게 핵 개발에 몰두하는 동안 한국은 ‘비핵화’에 발목이 잡혀 잠재적인 핵개발 능력 등 핵 주권을 스스로 포기해야 했다. 1992년 평화적 목적의 우라늄 농축과 핵재처리까지 포기한 비핵화 선언은 북한에 한국이 절대 핵개발을 할 수 없다는 ‘각서’를 써준 셈이 됐다.

 비핵화 약속을 준수해야 하는 한국은 안보 측면에선 ‘양손을 묶인 격’이 돼버렸다. 북한의 핵 무장력 강화를 사실상 방치해 남북 간의 극단적인 핵 불균형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반도 비핵화 선언 직후부터 북한은 치밀하고 신속하게 핵개발을 추진했다.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전후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데 이어 2000년대 들어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까지 착수했다. 북핵 6자회담은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기만과 지연 수단에 불과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고 ‘레드라인(금지선)’을 거듭 양보했지만 북한은 3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무장국으로 등극했다.

 반면 한국은 핵확산금지 레짐(체제)의 철저한 감시 속에 어떤 종류의 핵개발도 할 수 없었다. 일부 과학자가 2000년 극소량의 우라늄 농축실험을 한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 4년 뒤인 2004년에 IAEA에 적발돼 이른바 ‘남핵(南核) 파동’을 겪기도 했다.

 한반도 주변국은 이미 핵 강대국이거나 언제든지 핵보유국에 오를 수 있는 여건을 갖췄다. 1960년대 후반 핵보유국이 된 중국은 240여 기의 핵탄두를 갖고 있다. 일본도 사실상 ‘준(準)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플루토늄 보유량은 30t에 달한다. 수천 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고조되지만 우리 군의 대응수준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지스구축함과 장거리레이더 등 북한의 핵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눈’만 갖췄을 뿐 이를 요격할 수단이 없다. 군 당국은 북한 전역의 차량탑재 탄도미사일을 30분 내 탐지해 파괴할 수 있는 ‘킬 체인(Kill Chain)’을 당초 계획한 2015년보다 앞당겨 구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온다.

 또 탐지와 식별은 미국의 정보자산에 의존하고, 결심과 타격은 한국군이 맡는 이중적 운용체계로는 북한 핵미사일의 위협에 완벽히 대처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핵테러리즘(Nuclear Terrorism)'에서 가공할 위력과 핵테러의 실체적 위협을 경고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차관보를 지내며 우크라이나와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위성국들이 보유한 1만4000여기의 핵무기 감축 협상을 주도한 핵안보 전문가이자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다.

 그는 저서에서 파키스탄의 핵보유국 등극 과정과 ‘불량국가(Rogue State)’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인 ’핵판매 비즈니스‘의 실상을 파헤쳤다. 파키스탄과 북한의 끈끈하고 은밀한 ‘핵-미사일 커넥션’을 보여주는 사례들은 북핵위기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2000년대 초부터 북한과의 불순한 거래를 시작으로 핵 제조장비와 관련기술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많은 증거들을 남겨 ‘제1의 핵 확산국’으로 지목됐다.

 대한민국을 ‘핵의 인질’로 삼아 핵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의 최종 목표는 ’제2의 파키스탄‘이 아닐까. 앨리슨 교수는 북한이 매년 10여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갖춘 핵보유국으로 부상한다면 다른 불량국가들이나 테러세력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해 동족에게 핵전쟁 협박을 일삼으며 미국을 상대로 핵테러를 꾸미는 외부 테러세력에게 핵물질의 판매를 시도한다면…, 그리고 핵확산을 막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미국과 북한이 핵군축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악몽 같은 시나리오지만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는 섬뜩한 상상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핵 확산국과 등을 맞댄 채 핵전쟁의 ‘인질’로 잡혀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섬뜩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핵위협을 남의 일로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동족에게 결코 핵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핵은 우리 것이 된다’는 ‘핵감상주의’가 횡행하기도 했다.

 과거 정부의 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건 미국의 적대적 정책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북핵은 대미용(對美用)이지 결코 대남용이 아니라며 ‘북핵보유 당위론’까지 펼쳤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자조와 비판이 나올만하다. 북한의 핵공갈에 이대로 운명을 맡길 것인가. 지금이라도 국가생존이 걸린 ‘발등의 불’로 여기고 수단과 방책을 강구할 것인가.

 북한 핵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한반도의 정세를 가를 ‘북핵 시계’는 지금도 째깍거리며 돌아가고 있다.(konas) 출처: 월간자유

윤상호(동아일보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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