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 부는 韓流
지구촌 곳곳에서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ㆍ일본에서 시작한 한류는 유럽을 거쳐 라틴아메리카까지 퍼져나갔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배우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모방하려는 북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의 화려한 경관을 보고 동경해서 탈북하는 주민들도 많이 생겼다.
중국을 통해 들여온 한국 영상물이나 음악 CD는 북한의 장마당에서 인기품목이 된 지 오래다. 탈북민 대상 통계를 보면, 북한에서 한국의 영상물을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경우가 많았고, 매일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 방송이 직접 수신되는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전기 공급이 원활할 경우, 매일 시청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북한에서 일반 주민들은 한국 노래 한두 곡 정도는 부를 줄 알고, 한국 드라마를 몇 편 정도는 보아야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된다.
이렇게 정치사상 교육이 엄격히 실시되고 있는 북한 군대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ㆍ영화ㆍ음악에 이미 길들여진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다. 물론 북한 군부대 내에서 공개적으로 한국 영상물을 시청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북한 군인들은 외출이나 휴가를 나가서 한국 드라마나 영상물을 많이 본다. 휴가 중 제일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한국 영상물 시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심지어 군부대에서 한국 방송을 직접 시청한 경우도 있다. 한국과 직접 맞닿은 휴전선 최전방 일부 지역에서는 한밤중에 일부 군인들이 시청각실에 모여 몰래 한국 방송을 보기도 한다. 북한의 텔레비전 채널은 봉인, 고정돼 있기 때문에 군인 중에 기계를 만질 줄 아는 사람이 채널을 뜯어 주파수를 맞춰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발각될까 불안해서 다시는 안 본다고 결심하면서도 호기심으로 한국 방송을 자꾸 보게 되고, 이후 한국생활과 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탈북하게 됐다는 제대군인의 증언도 있다.
북한군은 대체로 하루에 3시간씩 정치사상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낮에는 북한의 정치사상 교육을 받지만, 밤에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갈망하는 군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북한 군인들조차 한국 사회를 동경한다는 사실에서 우리 대중문화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0, 80년대 동구 사회주의 국가의 청년들이 서방의 유명 팝그룹인 아바와 퀸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유세계를 갈망했듯이, 북한 젊은이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데서부터 북한체제의 변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군인을 포함한 북한의 젊은층이 우리의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마음껏 보고 느낄 수 있는 시절이 빨리 왔으면 한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 (lss1982@empas.com)
본 내용은 국방일보 7일자 18면 ‘오피니언’란에 게재된 글임.(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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