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다극의 강대국 조류에 대비한 히든카드
국제질서의 변질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져 가고 다극의 강대국 조류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 가치동맹보다 거래 실익주의로, 박애보다는 편애로 바뀌고 있다. 약소국은 내밀 카드조차 변변하지 않은 실상,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마저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을 전 세계는 바라보고 있다.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국가안보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트럼프식의 발상이 전 세계를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전의 동맹 중심에서 탈피하여 자주국방을 기초로 소다자 국제연대 강화’라는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한 교훈을 얻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러-우 전쟁의 종전 협상은 러시아의 한 치의 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속내로 인해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하 전쟁 역시 휴전 협상 중에도 무차별 공격으로 얼룩짐이 반복되고 있다. 새롭게 단장한 트럼프 정부는 뿌리 깊게 박힌 미국 정서의 이중성이 점점 표출되고 있다. 미국은 1776년 신대륙에서 독립하면서 수많은 시련으로 이중성(자유민주주의, 고립·제국·팽창주의)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친 닉슨·카터 대통령 역시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과 흡사한 정책을 펼쳤다. 미국의 정권별 강온정책은 이미 전 세계가 겪어온 이력이므로 새삼 놀라워할 필요도 없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경제 악화 등을 이유로 기존 정부보다 관세 부과를 추가한 것일 뿐이다. 미국은 기존의 세계 경찰국가 역할을 과감히 포기하고 주머니에 돈 넣기에 바쁘며, 이를 통해 언젠가는 흡수 전략으로 많은 약소국과 기름진 땅을 손아귀에 넣으려 할 것이다.
강대국·중견국들의 팽창주의 실현
최근 트럼프 정부의 팽창(제국)주의는 비상식을 상식으로 만들려고 하는 속내로 인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즉 ‘덴마크령 그린란드 소유화(풍부한 천연·어획 자원 등), 캐나다 합병,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을 위한 군대 주둔, 가자지구를 중동의 리베이라로 만드는 것’ 등이며, 이는 힘의 논리에 기반한 경제 침탈로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실적 달성을 위한 야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을 비판만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둘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유화정책, 전쟁 중인 러시아에 대한 관세 미 부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평등한 종전 협상 추진 등의 비상식적 처사는 신현실주의 힘의 논리에 적합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역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주요 부서에 공개한 ‘잠정 국방 전략지침’에서 대만을 침공하려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한민국 방어가 주 임무인 주한미군을 전환할 수 있다는 해외주둔 미군의 역할 변동 가능성을 예고하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들은 자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이 보유한 500여 발의 핵무기로 가입국들의 확장억제 가능성 논의, 독일·폴란드 등 유럽국 핵무기 개발 급부상, 각국의 국방비 대폭 증액, 신무기 개발 등의 무장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군사굴기(대국화)를 토대로 2008년도부터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대규모 인공구조물을 무단 설치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촉구되는 상황에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난사·시사군도 등 암초에 인공구조물을 무단으로 설치하였으며, 이를 근거로 해상 영유권 확보를 주장함에 따라 필리핀 등 6개국들과 다투고 있다. 중국은 이를 우리 서해에도 악용하려는 속셈이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과 새로운 조약 체결 이후, 파병의 대가로 최신 교리 및 첨단무기 사용법 전수, 이에 따른 향후 한반도 상황 발생 시 러시아의 자동 개입(참전)으로 그레이트 러시아의 부활을 노리고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큰 시련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의 게임체인저’라고 평가받고 있는 북한군의 증파 또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본 역시 우리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가깝지만 먼 우방국이다. 1945년 2차대전 패전 후 평화헌법을 고수해 오다 개정하여 지금은 선제공격까지 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이와 같은 중견국·강대국들의 경제 대국화 및 군사굴기를 통한 그들의 가치 팽창에 내밀 히든카드 없이 공허한 대책 수립에만 치우친다면 그 후과는 우리 후손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을 것이다.
‘원스톱 쇼핑’의 제로섬 게임 논리와 우리의 히든카드 준비
미·중 전략적 패권 경쟁의 파고와 중견국 간 우후죽순 대결 구도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에 맞는 정책이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하루빨리 ‘대한민국형 히든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철저한 손익계산의 관점으로 우리에게 접근할 것이며,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론하는 자체가 이를 비용 문제의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최고의 안보 가치로 하되, 과거와 같은 일방적 원조 및 ‘특권 및 제도적 안전장치’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오직 미국 중심의 접근법은 현재의 국제 조류인 다극의 강대국 정치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국제질서는 ‘자유민주주의 對 권위주의’라는 인식의 접근법에서도 탈피하여 세계적인 관점인 외부에서 한국을 바라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원스톱 쇼핑’, 즉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무역 협상(관세)의 패키지화를 예고하였다. 관세를 낮춰주는 반대급부로 방위비의 대폭 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개 사안을 묶은 제로섬 게임의 협상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므로, 반드시 분리하여 각각 협상해야 한다. 군사전략 면에서 특히 미국과는 고도의 협상력 발휘로 한미원자력협정을 미일원자력협정 수준으로 올려서 핵 잠재력(전략핵추진잠수함 도입, 일본 수준의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2030년이 되면 우리의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가 포화상태로 되기 때문에 한미협상으로 농축 기준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미국과 주고받을 목록을 잘 정리하여 대칭 동맹의 위치에서 협상이 되도록 묘안을 짜내야 한다. 아무리 강대국 위주의 국제질서라 할지라도 어느 일국에 끌려가는 비대칭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진보·보수 2분법에 의한 양극화, 이념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략적 유연성이 반영된 ‘대한민국 맞춤형 히든카드’가 필요한 시기이다.(konas)
장재필 : 향군 안보전략연구원 선임연구관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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