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칼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예상되는 대북정책과 한국의 대응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4개월을 지켜보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2025년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출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미국 대외정책의 지향점은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수호’에서 ‘미국 국익 우선’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타국에 대한 일방적 지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동맹을 포함해 모든 대외 관계는 거래적(transactional)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의 주요 보직자들을 ‘MAGA’의 신봉자들이나 충성파들로 채웠다.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집권 1기와 달리 2기에서는 자신에 맞서는 견제나 직언 세력 없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이는 트럼프 개인의 신조와 특질이 향후 4년간 미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핵심 동인으로 기능할 것임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대북한 정책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미국 내부적으로 불법이민 대처, 경제 및 통상정책에 대한 조정 등이 우선 조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적으로 3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 경제적·군사적으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패권경쟁 세력인 중국에 대한 견제 등이 시급한 과제로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생각하는 우선적으로 시급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처리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뒤에야 비로소 대북정책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은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커다란 도전이자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과 북핵문제의 변화 여부는 한·미·일의 군사협력 및 주한미군 주둔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따라서 취임한 지 4개월이 지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북아시아에 대한 정책 방향과 특히, 대북정책 및 북핵 문제에 대한 기조의 변화를 주요 인사들의 발언 등을 통해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2기의 대북정책을 예상할 수 있는 발언과 의미
이러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언론에 비친 대북한 주요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2024년 7월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돌아오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라고 했다. 언론은 트럼프의 이 발언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또한 트럼프는 2기 대통령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취재진과의 응답 과정에서 “이제 그는 핵보유국의 지도자다(Now, he is a nuclear power)”라며 “그러나 우리는 서로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오면 그도 나를 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며, 김정은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또한 2025년 1월 23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 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했다. 그는 김정은에 대해 “그는 똑똑한 남자(smart guy)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김정은을 상호 협상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하면서 그와의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을 포함한 주요 외교현안을 담당하는 리처드 그레넬 특수임무대사는 2025년 2월 21일, 트럼프에 대해 “김정은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재 회동 가능성을 밝히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김정은)을 향한 잇단 대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2월의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공동성명 등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목표를 명기해 종래의 북핵 관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함을 밝혔다.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화 제스처를 무시하고, 미국 등이 내세우는 북한 비핵화 목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은은 2025년 2월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북한은 2월 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비핵화’는 실패한 과거의 꿈”이라면서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비핵화’라는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을 추구”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원시인들이 현대인에게 원시 사회로 되돌아올 것을 간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논박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경우의 수
미국의 대내·외적 현안이 어느 정도 처리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가시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 미국과 북한의 이와 같은 외견상 ‘엇박자’는 어느 순간 내밀한 ‘접촉과 대화’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 기대하는 최상의 상태는 북한이 북-중 동맹과 북-러 관계를 청산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친미 국가로 탄생하는 것이다. 외교정책상 중국을 최대의 위협 국가로 삼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넓은 국경을 마주하는 북한을 자신의 진영으로 합류시키는 것이 최고의 전략적 성취가 될 것이다. 반면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최상의 기대치는 북한 주도의 한반도 공산화를 방해하지 않는 한편, 북한이 지배하게 되는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지속해서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미국에 바라는 최소치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고 체제와 정권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이 상호 간의 최대치와 최소치 구간에서 교집합을 발견하는 경우, 양국의 대표자들은 접점을 찾기 위해 외교무대에 오를 것이다. 아마도 2025년 하반기쯤 부터 미국의 대북 접촉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도 북핵이 갖는 대미 안보 위협 제거에 우선하면서 동맹국 한국 보호와 한반도 안정 유지 등을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탑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을 추진하거나, 북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고 천명하면서 이른바 ‘중간 단계’로서 협상을 이끌어 갈 수도 있다.
문제는 협상에서 미-북 간의 주고받기가 상호 등가적이지 못하거나, 비핵화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는, 소위 ‘나쁜 거래(bad deal)’가 일어날 경우이다. 또한, 한반도 북핵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즉, 패싱이 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에게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핵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은 약화되거나 주한미군이 감축(또는 철수)하는 경우이다. 미국은 겉으로만 CVID를 표방할 뿐 실제로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요소인 핵무기와 ICBM의 무력화와 같은 부분적 합의만을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개에 대한 한국의 대응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첫째,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국가이익은 북한에 의한 전쟁 방지와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이다. 한국의 당면 과제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며, 우리 안보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소하는 것은 사활적 국가이익이다. 또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통일 기반을 조성하는 것도 우리 국가 목표인 남북통일을 위해 지속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둘째, 한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북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이자 굳건한 원칙임을 미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 국가들과 재확인하고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여러 차례 천명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간 단계의 미봉책’으로 협상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핵자강력을 갖추기 위한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견인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하는 전략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를 지속 및 확대하고, 북한 사회 내부에 변화와 개방의 바람을 조성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넷째,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적극 홍보하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을 널리 알리는 한편,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조선, 인공지능, 원자력 분야의 산업이 미국 경제(군수산업 포함)의 활성화에 매우 긴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다섯째,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시켜야 한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지역 교두보로서 대륙 세력의 태평양 진출 통제와 해양 세력의 유라시아 대륙 진입 지원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아시아 핵심 거점을 형성하고 있으며, 미국 경제 기여도 및 전략적 가치를 적극 홍보하고 재확인시킴으로써, 미국이 스스로의 필요로 ‘동맹국 한국’을 찾고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konas)
박동순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안보교수,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안보정책학과장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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