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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웃음’,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말로만 이루어지는 ‘평화’는 모래위에 쌓은 집과도 같아.... 국방력을 강화하고 군대 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Written by. 이현오   입력 : 2018-02-19 오전 10: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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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뙤약볕이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9월 어느 저녁 무렵. 경복궁 행사 참석을 마치고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 작은 무대가 설치되고, 그 무대 아래 마당에서 한바탕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본 게임이 아닌 리허설인 듯 했다. 출연자들은 모두 하얀 복색에 짚신, 손에는 모내기용 인조 벼가 소품으로 들려지고 그 외에도 각자의 악기들과 함께 리더의 지휘에 따라 선창자의 노래와 꽹과리, 북, 징, 장구 등 공연 악기들이 고유의 소리를 내면서 진지하게 연습에 몰입하고 있었다.

 귓가에 들려오는 노랫가락은 대체로 이런 내용이었다. ‘칼과 창을 녹여서 쟁기를 만들고...’ ‘칼과 창을 녹여서 쟁기 보습과 호미와 괭이를 만들고...’ ‘미군을 몰아내 평화의 땅을 만들고...’ ‘남북이 하나 돼 우리 민족정기 일어 세우세’ 등의 가사였다. 한마디로 이 땅에서 전쟁의 공포를 제거하고 미군철수와 함께 ‘평화’를 이룩하자는 주된 내용이었다. 퍼포먼스도 이를 빗댔다.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필자가 우리 국악과 민속관련 내용을 실제 하지는 못해도 듣고 보는 걸 좋아하고 나름대로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작은 흥취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지켜보는 내내 내가 생각하는 평화와 이들이 펼치는 공연에서의 평화의 개념이 일면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감(感)이 와 닿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 출연자들은 계절이 여름인 탓도 있겠지만 리허설에 임하는 남녀 모든 참가자들이 무릎까지 둘둘 말아 올린 남자 바지며, 배꼽까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낸 윗도리, 여성 출연자들의 치마며 적삼, 수건까지도 모두 흰색으로 둘러 평화를 염원하고 갈구하는 백의민족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평화애호, 평화수호자 모습이기도 했다.

 돌아보면 개개인의 자유 희구에서 민족적 염원인 통일과 평화에 이르기까지 공존하는 두 가치를 바라지 않는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지구촌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화로 지금 대한민국에 화해와 평화의 제스처, 평화의 물결이 넘실대며 세계를 흥분에 떨게 하고 있다. 보편적 시각과 상식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난이도 높은 수학문제와도 같다고 할까?

 불과 1, 2개월 전인 2017년 12월까지, 아니 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2018년 1월1일 북한 김정은의 신년사 발표 이전까지만 해도 남북으로 대립된 한반도는 지구촌 최고의 화약고 자체였다. 해외시각으로 볼 때는 ‘안전’을 떠올리며 올림픽 참가에 부담이 가는 것도 사실이었다. 장담할 수 없었다. 시시때때로 자행되는 북한집단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도발, 미국의 ‘선제타격’론에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반격, ‘전쟁직전’상황 같은 말 폭탄과 공갈위협으로 국민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1월1일 김정은의 신년사 이후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마치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려 고사(枯死) 직전의 식물들이 파릇한 싹을 틔우며 생기를 되찾은 격이었다. 다 시들어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꼴이었다. 병으로 앙상한 가죽만 드러낸 채 죽어가던 동물들의 육질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대역전 대반전의 흐름이 남북을 강타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북 선수단이, 점검단이, 대표단이 하늘 길을 열고, 육지와 바다를 통해 남과 북을 오갔다. 유엔 대북제재조치 명단에 오른 북측 고위급 인사에게 은전(恩典)이 베풀어지고, 5.24조치로 발이 묶였던 만경봉 92호가 물살을 가르며 묵호항에 닻을 내렸다. 김일성 가문의 소위 ‘백두혈통’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특사가 오고 미녀 응원단과 함께 남과 북의 선수와 응원이 하나 되어 ‘민족의 저력’을 깊이 새겼다.

 강릉과 서울에서 한바탕 축제마당을 벌인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 북한 김여정(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특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나란히 앉아 공연을 관람하며 남북대화의 결정체인 정상회담을 위한 폭발적 여정이 시작됐다.

 미국이 부릅뜬 눈을 살포시 내렸다. ‘대화’ 표현으로 문턱을 낮추며 애써 눈감아 주는 제스처도 보이고 있다. 전쟁위협, 선전포고 말 폭탄도 꼬리를 감췄다. 70주년 건군절을 기념한다며 40년 동안 이어오던 인민군 창건 기념식을 평창올림픽 개막 전 날인 2월8일로 앞당겼지만 김정은도 눈치를 보는 모양이다. 좋은 징조일까? 화해와 협력, 무르익은 대화 말 말 말.......... 이렇게 가다가 ‘핵과 미사일 도발도 없을 것이다’는 주장들이 우리 내부에서 먼저 터져 나오지 않을까 미리 감지(感知)도 해보게 된다.

 그렇다고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체결로 240km 동에서 서에 이르는 가상의 군사분계선을 연해 65년 동안 묵혀온 1292개 말뚝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겠는가? ‘남북통일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베를린 장벽의 무너짐처럼 우리도 그런 붕괴가 올 수 있을 것인가?

 그 날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졌던 ‘칼과 창을 녹여서 쟁기를 만들고’ ‘칼과 창을 녹여서 쟁기 보습과 호미와 괭이를 만들고’ ‘남북이 하나돼 우리 민족정기 일어 세우세’ 등의 노래와 춤처럼 하나로 통일된 국가, 통일된 민족을 바라지 않는 우리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아니라고 말한다 해도 통일대열에 합류할 것임은 그것이 곧 우리 민족이 가야할 길이고 대세가 그렇기 때문이다.

 평창에서의 남북의 화합된 모습도, 삼지연관현악단에서 북한 가수들과 ‘우리의 소원’을 함께 부른 한국 가수의 바람이 또한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단 민족으로서 아픔과 설움을 비록 전후세대(前後世代)라 해도 알만큼 아는 이유이기도 함에서다.

 평창 이후 과연 북한 김정은과 권력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65년 이상 이어져온 연례적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기쁨의 눈물바람을 흩뿌린 북의 선수, 응원단, 삼지연관현악단 단원들은? 북의 점검단장 현송월을 “민족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고 방송 카메라 앞에서 외쳤던 이들은 또?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전쟁 준비를 해놓아야 평화도 준비할 수 있다는 건 안타깝게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말로만 이루어지는 ‘평화’는 모래위에 쌓은 집과도 같다고 한다. 평화로 가는 길이 그렇게 험하고 어려운 길인가 보다. 그러기에 국방력을 강화하고 군대의 훈련을 강화하는 것 아니겠는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장. 수필가(holeekv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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