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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무요원 체험수기⑤ <장려상>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실무에 당당히 접하면서 공포감도 사라져"
Written by. 양인석   입력 : 2018-10-02 오전 9: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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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나는 강릉시청 축산과에 소속되어 일반 행정 보조업무 및 무허가 축사 적법화 관련 업무를 보조하고 있습니다. 축사 및 가축들과는 전혀 접점이 없었던 나에게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들은 그저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들에 불과했고, 비위가 좋지 않았던 나에게는 매우 곤란한 일이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해야했던 나는 점점 지쳐갔고, 집에서의 투정 또한 많아졌습니다. 그랬던 내가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그동안의 내 생애는 부끄러웠다고 회고할 수 있는 까닭은 약 14개월간의 경험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축산과로 한걸음

 남들과 다름없는 학창시절을 지낸 후, 2016년 연고도 없는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며 고등학교 생활과 다름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하는 시기가 되어 검사를 받고,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게 됐지만, 문제는 복무 신청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원하는 복무를 선정하는 전형에는 성공하지 못해서, 선 복무라는 전형 신청에 응모해 간신히 붙게 되었습니다. 사실 어떠한 일이라도 상관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딱히 원하는 업무도 있지 않았고, 어느 일이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7년 3월 13일 강릉시청 축산과로 배정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강릉시청이란 사실을 메일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축산과로 배정받는 것은 당일이 돼서야 알게 됐습니다. 축산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가축과 관련된 부서가 있는 것 도 처음 알았고, 소 돼지닭 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축산이라는 형식적인 말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축산과에서는 무슨 일을 할까', 내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편으로는 시골에서 닭을 몇 마리 키우시던
외할머니를 떠올리며, 축산과로 향했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다른 사회복무요원들과는 달리 훈련소를 먼저 거치지 않고, 쭈뼛쭈뼛 들어온 저에게 축산과 직원 분 들은 여러 가지를 친절히 알려주시며 복무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해주셨습니다. 당연히 업무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한동안 붕 떠있었습니다. 그저 직원 분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관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복무를 시작한지 1~2개월 정도가 지나고, 사무실에서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나는 본격적인 보조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청년 실업률이 올라가고, 공무원이 선망 직업 1위로 뽑히는 삶속에서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무원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두들기는 직업이겠지' 예,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직접 해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내가 시청 축산과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처음 출장 나갔던 장소는 강릉가축 경매시장' 이었습니다. 아스팔트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도착한곳에는 처음 보는 형태로 지어진 건물이 있었고, 그곳에는 수십 마리의 소들이 있었습니다. 무엇인지 모를 메스꺼움과 꺼림칙스러움이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소들의 비릿한 냄새, 수십 마리의 눈동자, 수많은 사람들, 경매를 알리는 기계음 소리, 모든 것이 처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소들 또한 정육 되어있는 고기로만 봤지, 살아있는 소를 그것도 수십 마리를 눈앞에서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당황하고 있었던 나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나는 그저 따라다니며 그것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어느덧 경매시장이 막바지에 이르고, 시청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같이 나갔던 계장님은 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저 멍해져 있던 나를 슬쩍 보시던 계장님은 웃으시며 그저 먹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어떻게 유통되고 그게 어떻게 관리되는지 알아야한다고,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며 이야기 하셨습니다.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을까? 경매장에 묶여있던 소들의 눈에 공포감을 얻어 멍해있던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다시는 그것들에게 수치심을 주지말자. 그것들의 목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자. 그것들을 제대로 마주하자. 다시는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

동계올림픽을 대비하며

 선 복무라는 전형 특성상, 복무를 하다 훈련소에 입소를 해야 했고,나는 복무를 시작한지 약 7개월 만인 10월쯤에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그나마 선선했던 시기였고, 주변에서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그곳에서의 1달은 별 탈 없이 지나갔습니다. 그곳에 있으니 가족같이 대해 주던 시청 축산과 생각이 많이 나서, 수료가 끝나면, 빨리 돌아가 내가 있던 자리에 다시 앉아있고 싶었습니다. 가축 경매시장 건이 있고난 뒤로 훈련소에 가기 전까지 나는 많은 것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것들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도록 했고, 거리낌 없이 마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료를 마치고 11월에 출근을 한 나의 복무지는 마치 전쟁터와 같았습니다. 뉴스를 보면 흔히 보이는 조류독감 관련 업무와 2018년 2월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방역업무 때문이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긴박한 업무였기 때문에 나 또한 그 일에 참여했습니다. 매우 특수성 있던 업무였습니다. 일단 동계 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적을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축산과 에서 동계올림픽 관련 방역 업무를 하는 사람은 더더욱 적을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동계 올림픽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문의 뿌듯함을 가진 채 시작한 주요업무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옮겨오지 못하도록 소독 발판을 설치해 이를 예방하는 것 이었습니다. 설치 장소로는 강릉 시외 고속버스 터미널과 새로 생긴 ktx 기차역 이었습니다. 수많은 관광객부터 시작해 외국인들까지 출입이 잦았기 때문에 설치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소독 발판을 설치하고, 이를 매일 2회씩 적시고 교체하는 작업을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지나다니며 슬쩍슬쩍 눈길을 주는 것 때문에 조금 부끄러웠지만, 올림픽을 무사히 마쳤으면 하는 바람으로 수많은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을 생각하니 어느덧 부끄러움도 싹 가셨습니다. 그 밖에도 올림픽 성화 봉송 관련 지원 업무도 나가고, 올림픽 관련 가축 수매 업무도 나가며 수많은 닭들과 마주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이전의 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나는 분명이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고, 그것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배움은 분명히 있다

 국방의 의무를 지닌 누구나 복무해야하는 21개월 혹은 24개월은 정말 긴 시간 일 것입니다. 처음에는 저 또한 기대와 설렘 없이 시작한 사회복무요원 업무가 마냥 즐겁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연한 두려움 보다는 있는 장소에 대한 의미를 찾으며 일한 14개월은 분명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저 먹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가축들을 직접 마주하고, 관련 업무를 하며 더 이상 그것들을 단편적으로 보는 시각을 고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자부심과 보람을 가진고 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집에서 TV를 보면 조류 독감, 구제역 등등 가축관련 질병이 나오는 것을 흔치않게 봤을 것입니다. 그 뉴스를 보며 아마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 할 것 입니다. 물론 먼 이야기 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밤을 새며 연구하고, 발로 뛰며 충분히 고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축들과 눈만 마주쳐도 공포감에 휩싸였던 저 또한 어느새 그 업무에 함께 뛰어들어 공무원 분들과 함께 힘쓰고 있습니다. 남은 약 10개월을 복무 기간 동안 저는 바뀐 신념과 함께 최선을 다해 뛸 예정입니다.

 분명 남은 10개월 동안 제 힘에 부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가 아닌 시청 직원 분들과 함께한다면 그러한 일들도 수월하게 해결 할 수 있을 꺼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다른 사회복무요원들 또는 그 예정자들이 읽는다면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통해 얻어가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konas)

강릉시청 양인석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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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10.22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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