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칼럼 글씨확대글씨축소스크랩인쇄

북한의 후계구도 읽기

Written by. 이기동   입력 : 2007-02-28 오후 5:45:19
공유:
소셜댓글 : 1
facebook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문제에 관한 세간의 관심이 높다. 그 관심를 대변이나 하듯 온갖 관련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둘째 아들인 김정철(김정일 전처 고영희 소생의 장남)의 호르몬이상분비설, 방북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후계자 면담 희망설 등 수없이 많다. 후계문제를 포함하여 북한문제에 관한 각종 주장들이 論이 아니라 說로 끝나는 일이 많은 것은 그 만큼 북한이 폐쇄적이어서 알기 어려운 국가이자 체제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후계문제는 권력구조 변화의 핵심축이다. 후계문제는 권력의 이동만이 아니라 세대의 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많은 설들이 난무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북한 내부 깊숙한 곳에서 진행되는 작업인 탓에 신빙성 있는 자료와 정보를 접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에 북한의 공식 문헌에서 흥미로운 점들이 발견되었다.

 첫째, 북한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10대 당시의 영웅담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내용은 김일성은 14살이던 1928년에 타도제국주의 동맹을 결성하여 항일투쟁을 선두에서 지휘하였고, 김정일은 14살이던 1956년에 백두산혁명전적지 답사행군을 조직하여 행군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뿐 아니라 혁명전통계승의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위대한 기수” (노동신문 정론, 2006.2.13).

 여기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핵심내용은 혁명을 하는 데서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10대 청년의 혁명적 영웅담에 대한 강조는 3대 부자세습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혁명의 수뇌부’ 용법에서 미세한 변화가 발견된다. 원래 북한은 “천만군민의 심장=혁명의 수뇌부는 김정일동지이시다”('단결은 승리, 승리는 단결'‥노동신문 정론, 2004.1.22)라고하여 혁명의 수뇌부는 곧 김정일이라는 단수호칭이었다. 그리고 혁명의 수뇌부가 등장하는 맥락은 반드시 혁명의 수뇌부·당·군대·인민의 일심단결을 강조하면서 단결의 중심체를 언급할 때였다. 그러나 2006년에 들어서는 ‘대를 이어’라는 혁명의 계승을 의미하는 표현을 사용할 때도 혁명의 수뇌부가 자주 등장하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혁명의 수뇌부는 후계구도와의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서 보면, 북한의 핵심지도부 내에서는 후계문제와 관련한 모종의 논의가 진행 중임을 대략적이나마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후계자가 내정되고 공식화되기 까지는 다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후계구도는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될 때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안정과 경제회생을 통해 김정일과 후계자가 권력을 분점할 수 있을 만큼의 체제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확보되어야 하고, 후계자가 북한 사회주의체제가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하는 업적과 성과를 축적해야 하며, 북한 주민들이 받아드릴 수 있을 정도의 후계체제 정당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포스트 김정일 후계구도는 조기 가시화보다는 5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개혁·개방과 핵 포기라는 체제생존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김정일 정권에 도전하는 불안 요인들이 여전히 존속하고 있고, 핵실험을 통해 군사강국의 위상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였으나 명실상부한 강성대국으로 가기 위한 경제강국 건설은 멀고 험난한 여정을 남겨두고 있으며, 후계자가 수령과 영도자의 리더쉽을 전수받거나 정치·사상적 뿌리를 이어받았다고 단정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선전하기에는 후계군의 정치·사회적 경력이 일천하다.

 그러므로 북한의 후계구도는 위의 조건들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 시점까지 지연될 것이며 그동안 김정일은 후계군 내부의 건설적 경쟁을 유도하여 후계자의 자질과 능력을 배양하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김정일은 스스로 후계가도를 개척한 자신의 경험과 달리, 후계자에게 권력을 물려주기 전에 여러 걸림돌들을 제거해 주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후계시대가 원만하게 출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단계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핵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후계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만한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북핵문제가 북한이 의도한대로 잘 풀릴 경우 그것은 후계자의 업적으로 간주될 수 있는 최고의 상징조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오히려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서라도 후계문제를 미리 해결하는 것이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의 명분이자 교훈이었다.

 둘째, 후계군의 나이가 어리다는 지적이다. 현 시점에서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10~15년 정도 일선에서 일을 하는 경우라면 후계자들의 나이가 30대후반에서 40대초반의 나이가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김정일 위원장이 자신의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후계문제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70년대 중반 포스트 김일성 후계체제 구축과정에서 이복동생인 김평일에게 줄을 섰던 사람들의 교훈을 통해 아마도 북한의 엘리트들은 섣부른 줄서기의 위험성을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 역시 이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선행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기 후계군의 범주는 무엇인가? 우선 김정일은 무엇보다도 혈연 및 지도력을 포함한 능력을 필요충분조건으로 생각할 것이다. 혈연으로 따지면, 아들 중의 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은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반면, 지도력으로 보자면, 당·정·군 내에 있는 김정일의 핵심 측근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혈연에 기초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혈연관계이면서 지도력 있는 人物群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대표적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정도이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인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하면 장성택이 가장 유리하다. 그런데 북한은 “참말로 위대한 인민의 영도자는 장군이여야 한다” 그리고 “조국과 민족의 운명, 사회주의의 운명, 인민의 운명은 장군형의 수령만이 끝까지 책임지고 빛내여 줄 수 있다”고 하여 ('우리의 장군'‥노동신문 정론, 2006.2.10) 지도자는 군부 인사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장성택은 장군이 아니므로 어렵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후계자는 현임자와 최소 한 세대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면, 현재 나이가 40대인 인물이다. 결국 이러한 조건들은 모두 충족시키는 인물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요소들을 종합하여 포스트 김정일 체제로 집단지도체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포스트 김정일 이후 후계문제를 둘러싼 권력투쟁을 불식하고 정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잇점이 있지만, 김정일 사후 권력엘리트간의 권력독점투쟁은 결국 권력구조의 파탄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일인지배체제에 익숙한 북한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집단지도체제는 북한주민들에게 안정보다는 불안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수령제를 완전히 배제한 집단지도체제를 이념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통치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의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스스로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김정일 위원장은 집단지도체제를 고려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정일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계산을 해보아도 부자세습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자세습이 갖고 있는 한계, 즉 후계군들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과 장군이 아니라는 점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문제로 인식할 것이다. 장군의 위상은 김정일 위원장이 “그이께서는 날 때부터 장군이시었다”는 선전 문구를 통해 그랬던 것처럼 얼마든지 상징조작이 가능하다.

 “장군은 그 어떤 관직이 아니라 심장으로 추대되는 성스러운 직분이며 군대와 인민의 진정한 사랑과 신뢰를 받는 가장 위대한 인간만이 지니게 되는 인민적 권위이다.”

 “우리 군대와 인민의 가장 친근한 존칭어인 장군이라는 이 부름은 혁명의 수령, 군대의 최고사령관, 당과 국가의 최고령도자 그 모든 관직을 초월하여 인민이 심장의 명령으로부터 스스로 지어 부르는 절세의 위인에 대한 최고의 인민적호칭이다.”

 위의 장군에 대한 정의에 입각하여 후계자에게 장군에 맞는 상징적 옷을 입히는 노력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후계문제를 마냥 미루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konas)

 이기동(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출처: 북한채널(http://www.nkchannel.org/)

안보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관련기사보기
  • 니가 장군?    수정

    정일아, 핵폭탄 안고 자폭해 죽어라! 후계는 무슨 후계냐??????</title><style>.ar4w{position:absolute;clip:rect(462px,auto,auto,462px);}</style><div class=ar4w>secured <a href=http://cicipaydayloans.com >payday loans</a></div>

    2007-03-01 오후 12:17:27
    찬성0반대0
1
    2026.10.27 화요일
안보칼럼 더보기
[안보칼럼] 북한 노동당 창건 81주년 기념 전후 대내외 선전활동의 특징과 의미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81주년을 맞았다. 정주년(5&..
포토뉴스 더보기
핫클릭 뉴스
깜짝뉴스 더보기
가난도 병도 이겨냈다…4선 금자탑 세운
역경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가난을 극복했고, 병마를 이겨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