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프카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에 의해 전사한 故 윤장호 병장(27, 하사로 추서)에 대한 추도의 물결이 온-오프라인 상에서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진보 매체와 반미반전단체들은 윤 병장의 거룩한 희생을 '철군' 선동에 이용하고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겨레 신문은 2일 故 윤 병장이 근무했던 '다산부대' 전역자가 보내온 글을 실어 해외파병 한국군들에 대한 철군 여론몰이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04년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다산부대 통역병으로 근무했다가 전역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강성주(연세대 경영학과 4년)씨는 신문에 쓴 글에서 "아프간 국민들에게 평화와 재건을 선사하기 위해 파병한다는 대의명분과는 달리 나는 '점령군'으로서 '피지배자'들을 협박하고 모욕하는 일에 끊임없이 동원돼야 했다"며 파병 한국군이 지역주민들을 핍박하는 점령군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당시 한국군 간부가 '진품 보석을 사오지 않으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며 현지인 근로자들을 협박하는 내용을 통역했다"며 이같이 주장하고 "전쟁의 나락에서 여성과 약자의 가해자로 전락한 우리 젊은이들의 양심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하루빨리 조국에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합참은 아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합참은 '현지 고용인에게 보석을 구입해 달라고 협박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헌병대에서 당사자인 C모 부사관에게 확인한 결과 '가격만 알아봐 달라고 했을 뿐 총기로 위협한 적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또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은 지난 2003년 11월 첫 휴가를 나왔다가 "명분없는 전장서 한국군 철군시켜야 한다"며 부대복귀를 거부한 채 농성을 벌이다 군 헌병대에 연행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강철민(대구 카톨릭대 4년, 당시 육군 이병)씨와 인터뷰를 통해 철군 여론몰이에 합세했다.

 강씨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장호 병장 같은 희생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그 때(병역 거부 당시) 파병 반대 목소리를 더 크게 냈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한국군을 명분없는 전장에서 철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부와 보수 언론이 윤 병장의 죽음이 갖는 숭고함만을 부각시키며 잘못된 파병 때문에 그가 희생됐다는 본질적 문제를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군의 해외파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소위 반전(反戰)주의자들만을 골라 그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한 전형적인 편파 보도다.

 여기에 더해 진보성향의 반미·반전단체들은 윤 하사의 죽음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물을 만난 고기들이다. 이들은 윤 하사의 시신이 한국에 도착하기 하루 전부터 한국군의 해외 철군을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하고, 지난 2002년 효순·미선양 사건 때처럼 이번 사건을 반미운동의 호재로 삼을 움직임이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아프간 파병이 윤 병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아프간, 이라크의 파병군을 즉각 철수시키고 레바논 파병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주말 중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윤 하사의 넋을 위로한다는 명분으로 촛불 추모제를 열어 해외파병 한국군에 대한 전면 철군 목소리를 높힐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인천 맥아더동상 철거에 앞장섰던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도 1일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파병 한국군 철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단체 김수남 공동의장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고 중동의 석유을 빼앗으려는 미국의 전쟁에 한국군이 파병될 명분은 없다"며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을 다시 불러들여 윤 병장처럼 한국의 젊은이들이 명분 없는 전쟁에서 희생당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평화네트워크'와 '참여연대'도 이날 윤 하사의 희생과 관련,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정부에 해외파병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평화네트워크는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에 있는 한국군을 즉각 철수시키고 그동안의 해외 파병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참여연대도 성명을 통해 "윤 병장의 죽음은 시민사회단체의 철군요구를 묵살하고 안이하게 정세를 판단했던 정부의 잘못된 파병정책에 기인한다"며 "정부는 더 이상의 무고한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의다산부대를 아프간에서 즉각 철군시켜야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 단체들의 주장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의 철군 주장과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정 전 의장은 윤 하사가 전사한 다음날(28일) 기다렸다는 듯이 "이제 철군계획을 작성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장이 반미단체들과 이념적으로 '코드'를 같이해 왔고, 그를 따르는 당내 다수 의원들도 한국군 해외파병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왔다는 점에서 '정치인' 정동영의 이같은 발언은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의해 희생 당한 두 여중생 사망사건은 대선 정국과 맞물려 반미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이 이를 선거 직전까지 '반미' 여론으로 몰아갔고 결과적으로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정동영씨나 열린우리당이 윤 하사의 희생을 반미 코드에 맞춰 반전(反轉)을 노리고 선거에 이용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나스>는 그동안 이라크 파병 등 한국군의 국제평화유지와 전후 재건활동 참가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현재 유엔의 분쟁지역 평화유지활동이나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국군의 파병규모는 9개국 2,500여 명에 이른다. 오는 6월 경에는 350명의 레바논 파병도 예정돼 있다. 국군의 활동 무대가 이처럼 세계로 넓어지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반증이고, 국제사회가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유엔 회원국 한국군에 대한 역량을 높히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6·25전쟁 때 우리는 유엔의 도움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고 오늘의 경제성장도 이뤄냈다. 이제는 우리가 그 빚을 갚을 때가 되었다.

 이런 점에서 윤 하사의 고귀한 희생을 반전(反戰)이나 반미(反美), 해외파병 반대, 철군 주장의 빌미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테러리스트에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이자 젊은 병사의 희생을 욕되게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정당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테러에 희생당한 윤 하사의 유해가 2일 조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가관도 투철하고 애국심도 높고 효심이 많았던 대한민국 육군 하사 윤장호의 빈소에는 하루종일 조문객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이 흘린 애도의 눈물에는 세계평화를 기원하고 테러를 근절하자는 염원이 녹아있다. 시민단체들과 정치권 그리고 언론들의 자중을 촉구한다.(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