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을 보장하는 정치적 제도장치로서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부를 창출,확장하기 위한 경제제도로서의 자유시장경제주의, 그리고 양자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법치주의, 위 3가지가 근대헌법의 특징이라는 데는 법학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법치주의란“모든 권력의 행사는 법에 근거하여야 한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절차적 수단에 불과한 법치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주의와 나란히 헌법의 기본적 구성요소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법치주의를 통하여서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제도가 확립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법치주의가 위 두 제도를 지키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역사적 경험상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제도나 집회결사의 자유 등 법치주의가 보장하는 수단을 통하여 권력을 쟁취하고, 권력을 잡은 초기에는 법의 왜곡적 해석에 근거한 권력행사를 주장하다가 차츰 법치주의를 정지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는 형식적 법치주의를 확보하는 것으로 충분치 아니하고 권력이나 정치적 집단의 행동이 법을 왜곡 해석하여 자신의 행동을 적법한 것으로 가장할 때 이를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하며, 그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시민세력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여야 한다는 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교훈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은 이번에 국정홍보처가 전 행정부처를 동원하여 기도한 개헌홍보 메일발송과 이를 적법한 것으로 해석한 선거관리위원회의 행위에 대하여 비난과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현행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 공고 이전에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의 찬반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고, 더욱이 공무원은 사전이든, 사후이든 투표에 관한 운동 자체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투표를 수단으로 민의를 왜곡하여 독재를 유지하려고 하였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국민이다.

이 때문에 국민투표운동에 관한 공정성, 형평성을 확보함으로써 국민투표가 권력이 추구하는 反헌법적 목적 달성의 수단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사전선거운동금지, 공무원의 투표운동금지 등을 법에 규정한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이 하는 국민투표와 관련 행위는 그 행위를 허용하여도 투표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선관위는 아직 국민투표가 이루어질 것인지 확정되지 아니한 상태이므로 홍보메일 발송이 위법하지 않다고 해석하였다. 그러나 선관위의 논리대로라면 통일을 위하여 현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헌법개정을 하자거나 북한과의 원활한 경제연합을 위하여 사회주의를 택하는 내용으로 헌법을 개정하자는 홍보메일을 정부가 아무리 보내도 아직 국민투표가 이루질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상관없다는 말인가?

국민투표가 이루어질지 확정되는 것은 공고된 다음일 것인데, 그러면 국민투표법이 금지한 사전선거운동은 언제 성립된다는 말인가? 국정홍보처가 발송한 홍보메일이 개헌에 관한 찬성운동이 아니라면 무엇이 찬성운동이라는 말인가?

무릇 법의 해석은 상식에 맞아야 한다. 상식에 맞지 않게 법을 해석하여 집행하면 반드시 응보를 받는다는 것도 역사가 증명하여 준 교훈이다. 자유당 시절 3.15 부정선거를 주도한 최인규 내무장관도 공무원의 공명선거 계도활동은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강변하였으나, 아무도 이를 상식에 맞는 법해석으로 여기지 않았고, 최 내무는 자신의 왜곡된 주장에 대한 책임을 목슴을 내놓는 것으로 치러야 했다. 국정홍보처의 개헌홍보 메일 발송이 잘못된 것임은 명백한 것이다. 행정부 스스로 한시라도 빨리 잘못을 바로 잡는 길만이 책임을 경감하는 길일 것이다.(Konas)
강훈(시변 공동대표)